군납용 건고추 294t 사쟀다가…동안동농협 수십억 손실 '매운맛'

입력 2016-08-22 04:55:02

시세 차익 노려 1근당 6천원대 수매…햇고추 가격 하락에 3천원도 못 받아

햇고추 가격 하락이 지속되는 가운데 동안동농협이 사들인 2013년'2014년 산 건고추가 초대형 '애물단지'가 되고 있다. 엄청난 규모로 창고에 쌓아놨지만 판로가 마땅찮은 것이다. 동안동농협이 휘청거릴 정도의 대규모 손실 발생이 우려되고 있다.

동안동농협은 2012년 건고추 가격이 사상 유례없이 600g 1근당 2만원에 육박하는 등 고공행진이 이어지자, 2013년 조합원들로부터 600g당 6천200원 정도에 126t의 건고추를 사들여 저온창고에 저장했다.

또, 2014년에는 남안동농협과 함께 군납고춧가루 가공용으로 납품하기로 하고 건고추 168t을 600g당 6천원선에 수매했다. 하지만 이 물량도 동안동농협이 남안동농협과의 계약을 파기하면서 창고에 들어가 있다.

동안동농협 한 조합원은 "일부 조합 간부들이 더 높은 가격에 되팔 수 있을 것이라는 잘못된 판단으로 군납용으로 납품하지 않고 창고에 보관, 수십억원의 손실이 불보듯하다. 손실금은 책임자들이 배상해야 한다"며 "해묵은 고추는 2, 3천원을 받기가 어려울 것으로 보여 많게는 20여억원의 손실이 불가피하다"고 했다.

3년 동안 건고추를 저장하면서 사용된 전기료와 창고 사용료, 인력 등을 따지고 고추 구매 탓에 묶인 농협 자금 30억원에 대한 이자까지 합치면 손해가 더욱 커질 것으로 조합원들은 우려하고 있다.

이와 관련, 동안동농협은 안동시 등 행정기관을 통해 군납 공동사업자인 남안동농협에 묵은 건고추 구매를 압박하는 등 또 다른 말썽을 만들고 있다.

권오덕 동안동농협 본부장은 "2013년에는 고추가격 지지를 위해 자체적으로 수매했으며, 2014년 물량은 남안동농협과 협의가 잘 안돼 납품하지 못했다"며 "현재 남안동농협과 저장된 고추 판매에 대해 협상하고 있다"고 했다.

그러나 남안동농협 관계자는 "2014년 동안동농협에 군납용 건고추 납품을 요청했지만 거절당해 인근 의성에서 물량을 확보, 군에 납품할 수 있었다"며 "동안동농협의 구매 요청에 응할 생각이 없다"고 잘라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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