朴대통령 '믿을 사람' 명단 수첩 태우고
케네디의 맥나마라 장관 영입 배우도록
대통령은 외교·국방만 확실히 장악하고
내각책임 총리 지명해 정치 활기 찾아야
하도 오래전에 있었던 일이라 내 기억이 백퍼센트 옳다고 주장할 처지는 아니지마는 그 줄거리만은 확실하다고 믿는다. 미국의 35대 대통령 당선자 존 에프 케네디는 자기의 비서 피에르 샐린저에게 당시 제너럴 모터스의 사장으로 연봉 10만달러를 받고 있던 로버트 맥나마라에게 가서 입각 교섭을 하도록 했다.
"케네디 대통령 당선자께서 사장님을 국방부장관으로 모시기 원하시는데 의향이 없으신지요."-맥나마라는 케네디와 직접 대면한 일이 한 번도 없었다. 제너럴 모터스의 성공 신화를 일군 맥나마라에게 국방부의 구조조정을 부탁하고 싶었던 것이다. 그때 맥나마라는 한 가지만 물었다고 한다. "'용기 있는 사람들'이라는 책은 케네디 자신이 쓴 것이냐, 아니면 다른 사람이 써준 것이냐." 그러자 샐린저는 "그 책은 케네디가 상원의원으로 있으면서 2차 대전에 참전했다 유보트 사건으로 입은 허리 통증이 도져서 쉬고 있을 때 스스로 쓴 책이다"라고 분명하게 대답을 했다고 한다. 그 말을 듣자마자 맥나마라 사장은 "그럼 이 일을 내가 맡겠다"라고 말하고 10만달러 연봉을 포기하고 케네디 행정부의 국방부장관이 되어 5만달러 연봉을 받으면서 그 자리를 여러 해 지켰다.
내가 왜 이 이야기를 오늘 이렇게 끄집어내는가 하면 박근혜 대통령의 인사 행정을 몇 년 동안 지켜보면서 너무나 통이 작고 편협하다고 느꼈기 때문이다. 박 대통령이 인사에 있어 특단의 조치를 내리기 전에는 한국 정치의 현실이 너무나 암담하다는 말을 좀 설득력 있게 개진하기 위해서 이 말을 한다. 나는 언제나 조국의 자유민주주의 편에 서서 반민주적 처사에 대하여는 과거에도 정면으로 저항했고, 지금도 그렇고 내일도 또한 그럴 것이다.
박 대통령은 우선 믿을 수 있다고 믿는 그런 사람들의 명단이 적힌 수첩이 있다면 그 수첩을 태워 버려야 한다. 케네디가 맥나마라를 장관으로 끌어들이는 그런 솜씨를 좀 배우고 익혀야 한다. 자기 사람들만에 둘러싸여 권력을 행사하다 보면 그 밖의 사람들과의 의사소통이 점점 더 어려워지고 소외가 불가피하게 된다. 따지고 보면 박 대통령처럼 고독한 사람이 대한민국에는 없다. 왜 대통령이 그토록 고독한 사람이 돼야 하는가?
박 대통령은 대선을 앞두고 '장관책임제'를 선거 공약처럼 내세운 적이 있다. 정권, 특히 행정권의 중심이 청와대에 있어서는 안 되고 내각에 있어야 한다는 뜻으로 나는 풀이하고 박 대통령이 취임하자마자 '대통령중심제'의 헌법하에서 언제나 가능한 '내각책임제'를 단행할 것을 여러 차례 권면하였다. 하지만 박 대통령은 들은 척도 안 하고 청와대를 권력의 본산지로 변절시켜 정치가 전반적으로 탄력을 잃었다고 나는 판단하고 있다.
대통령은 외교와 국방만 확실하게 장악하고 자기가 지명한 국무총리로 하여금 장관을 추천하여 임명이 되도록 하고 그 인선에 자신은 일절 개입하지 않아야 한다. 나의 시나리오를 하나만 소개하겠다. 오늘 야당에도 있지 않고 여당에도 오지 않고 광야를 헤매는 정치인이 한 사람 있다. 그를 불러다 박 대통령이 총리 자리를 맡기면서 "손학규 박사, 내가 믿고 총리로 지명하니 마음대로 조각을 하시고 이 나라의 정치 풍토를 한번 쇄신해 봅시다"라고 하면 어떨까? 아마도 손학규가 앞으로 1년이라도 총리가 되어 열심히 뛴다면 흐리고 답답한 이 나라의 정치 풍토에도 향기로운 바람이 불어오고 통일의 의욕도 더욱 뜨거워지지 아닐까!
친박'비박으로 짝 갈라진 오늘의 새누리당을 이정현이 어떻게 바로잡을 수 있단 말인가. 사람은 좋지만 그가 있지도 않은 박근혜의 '통치철학'에 무엇을 보탤 수 있단 말인가. 벌써 내각책임제로 정치를 했다면 이정현이 당 대표가 되는 과정을 겪지 않았어도 될 일이었고 유능한 총리가 이미 두서너 사람 등장하여 20대 대통령후보 경선에 출마할 수 있었을 텐데, 아쉬운 마음이 앞선다.
그러나 박 대통령에게는 이번에 꼭 한 번의 찬스가 남아있다. 내각책임제 총리 한 사람만 멋있게 지명한다면 대한민국 정치에는 다시 활기가 감돌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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