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처음부터 변화의 도구 되겠다고 했죠? 양보·포기 없습니다"
9박 10일간의 여름휴가를 미국에서 보내고 15일 귀국한 안철수 전 국민의당 대표를 17일 오전 국회 의원회관 518호 안철수 의원실에서 만났다. '대선 행보를 시작하는 것이냐'는 물음에 "처음 정치를 시작했을 때부터 변화를 이루는 도구가 되겠다고 다짐했고, 그 도전은 끊임없이 계속될 것이고, 도중에 포기하는 일은 없을 것이다"는 말로 대권 도전에 대한 결연한 의지를 나타냈다. 확실히 달라진 모습이었다. 부드러움보다는 단호함과 굳은 의지가 엿보였다.
안 전 대표는 미국 방문 이후 첫 인터뷰를 매일신문과 가진다는 점을 강조했다. 그리고는 막힘 없이 자신의 생각을 펼쳤다. 주요 질문에 대한 답변은 서면으로 받아놓았으나 안 전 대표와의 인터뷰 시간은 한 시간을 훌쩍 넘겼다. "아직 시차적응이 덜 돼 잠 조절이 안 된다"는 그는 대한민국의 변화가 필요하다는 대목에서는 전에 없던 모습을 보였다. 목소리도 더 커졌다. 안 전 대표는 대한민국의 변화에 대해서는 하고 싶은 이야기가 너무 많은 것 같았다. 특히 2016년 대한민국의 시대정신은 격차 해소와 평화통일 두 가지라고 했다. 이 시대정신을 완수하고 대한민국의 진정한 변화를 위해 앞으로 묵묵히 나아가겠다고 했다. 그래서 비록 국민들의 불신을 한 몸에 받고 있지만 정치권의 역할이 그 어느 때보다 중요하다고 했다. 그 중심에 자신을 두고 싶다는 생각을 굳이 감추려 하지 않았다.
-미국은 잘 다녀오셨나? 귀국 일성으로 "제 머릿속은 위기의 우리나라가 처한 문제를 푸는 해법을 찾는 것으로 꽉 차있다"고 했다.
▶귀국 후 첫 인터뷰다. 많이 배우고 왔다. 우리나라가 정말 위기다. 총체적 난국이다. 경제문제, 일자리, 외교문제, 안보문제까지 총체적으로 혼란스럽다. 지난 대선 때, 약 4년 전과 지금이 많이 다른 것이 4년 전에는 국민들의 정서가 '힘들다'였다. 위로와 격려가 필요했다. 말로 가능했던 상황이었는데 4년이 지나다 보니 이제는 힘들다가 아니고 분노로 바뀌었다. 분노하고 있는데 위로는 소용이 없다. 구체적인 해결책을 내놔야만 하는 것으로 바뀐 것이다. 시대정신과 과제는 4년 전이나 지금이 같다. 해결되지 않았으니까. 그러나 감정은 완전히 다른 것이다. 힘들다에서 분노로. 실제로 구체적인 해결책이 필요할 때다. 귀국하면서 제 머릿속에 지금 대한민국의 여러 가지 현안 문제와 해법 찾기에 꽉 차 있는 것이 이런 문제다.
-쉽지 않을 것 같다. 많이 맞물려 있고 분노의 단계로 가서, 해법 그림은 그렸나?
▶전 세계 공통으로 안고 있는 문제가 일자리 문제다. 더욱더 4차 산업혁명이라는 그 흐름 때문에 전 세계 모든 국가가 안고 있는 문제가 됐고, 대부분의 나라가 잘 대처를 못하고 있다. 굉장히 힘든 과제이긴 하지만 이 문제를 풀고 넘어가지 않으면 안 된다. 우리나라는 IMF 위기까지 잘 넘기고 다른 외국에 비해서 잘 발전할 수 있는 기회를 만든 나라다. 다른 나라가 힘들다고 해도 우리는 해결할 수 있다는 생각을 한다. (앞으로) 해법을 구체적으로 하나씩 말하겠다.
-리베이트 의혹이 터지면서 새로운 정치세력인 국민의당에 대한 기대감이 훼손됐다는 의견이 많다. 뒤처졌다가 다시 뛰기는 힘든데.
▶기본으로 돌아가야 한다. 국민들이 왜 변화를 바랐나. 어떤 방향의 변화를 갈구하는가. 거기에 충실히 따르는 것이 제일 중요하다. 내가 이것을 하면 뭐를 얻고, 정치적인 계산은 통하지 않는다 이제는.
-대표직 사퇴로 안철수식 새 정치는 결국 책임정치였다는 평가가 있다.
▶항상 중요하다고 생각하는 것이 책임이었다. "정치는 책임지는 것입니다"라고 말씀드렸고 사퇴했다. 국민들이 정치에 대해서 여러 가지로 실망한 부분이 많다. 권한만 누리고 책임 안 지는 정치인 모습, 공익이 아닌 사익을 추구하는 정치인 모습, 이런 것들이 다 낡은 정치다. 국민들이 변화를 바라는 열망을 실현시키기 위한 도구로 정치를 시작했기 때문에 저는 그런 것들을 당연히 해야 하는 것이라고 생각한다.
-정치입문 때 안철수 신드롬, 새 정치 열망으로 기대감이 높았는데, 서울시장 후보 양보 등으로 인해 양보하는 이미지가 각인된 것 같다. 그런 실망감에는 완주했으면 하는 기대감이 함께 섞여 있는 것 같다.
▶지금까지 그런 정치인이 없어서 그럴 것이다. 이번 총선 결과 보면 알 것이다. 더 이상 거기에 대한 걱정은 안 하셔도 된다.(웃음)
-대구경북 이른바 TK지역은 새누리당 텃밭으로 여당세가 강하다. 대선에서는 TK 지역을 내버려둔 채 갈 수 없는 것 아닌가?
▶그래서 이렇게 인터뷰하고 있는 것 아닌가.(웃음) 지난 총선 때 더불어민주당보다 더 높은 정당지지율을 만들어 주셨다. 20% 가까운 지지율을 보여주신 것은 대단한 일이다. 저희들에게 선물을 주신 것이 아니라 숙제를 주신 것이라고 생각한다. 총선 끝나고 다른 어느 지역보다 먼저 대구를 찾았다. 서문시장을 방문했는데 너무나 따뜻하게 상인분들이 자기도 국민의당 찍었다면서 웃어주셨다. 선거 때는 차마 주위에 이야기를 못 했는데 선거 지나고 나서 서로 이야기하면서 나도 찍었다, 나도 찍었다고 했다는 이야기를 들었다. 그런 것이 기대 아닐까.
-현재 일고 있는 개헌론과 방향에 대한 입장은 무엇인가?
▶정치권에서 이야기되고 있는 것은 권력구조에 초점이 맞춰져 있다. 그것은 국민들이 관심 없고, 동의를 구하기 힘들다. 정치권에서 개헌을 주장하기 위해서는 국민의 기본권을 어떻게 향상하겠다는 게 선행돼야 한다. 남녀평등, 차별 금지, 자유권 확대, 정보권 등에 대한 규정이 필요하다. 그런 것들이 국민의 기본권 향상에 필요한 부분 아니겠나. 국민 안전에 대한 국가 책임 규정, 복지에 대한 국가의 책임을 더 확대할 필요가 있다. 이런 것들이 기본적인 국민의 기본권이다. 그다음은 지방분권에 대해 중요하게 생각한다. 이번 개헌에서 이걸 확실하게 해야 한다. 그런 다음에 권력구조 이야기가 가능하다. 순서가 뒤바뀌었다.
-대선 레이스가 본격화되면 3당 구도가 유지될 수 있을까? 아니면 정계 개편으로 이어질까?
▶지난 대선까지는 이념적인 양극단 간의 대결이었다면 이제는 오히려 양극단 대 합리적인 개혁세력 간의 대결이 될 것이고, 되어야 한다고 본다. 예단할 수는 없지만, 지금 분명한 것은 국민들이 이제는 더 이상 참을 수 없는 분노가 극한에 달해 있다는 거다. 그런데 민의를 받들지도 못하고, 미래 대비도 못하고, 그렇다고 공공성을 중심에 두고 정치를 하지도 못하는 이런 문제점은 고쳐져야 한다고 본다. 지난 총선에서도 누구도 감지하지 못했지만, 강렬한 변화의 욕구가 결국 3당 체제를 만들었지 않는가. 여론조사로도 나타나지 않았다. 단지 기회가 주어졌을 때 국민들이 의사표현을 제대로 했을 뿐이다. 그런데 여의도에선 벌써 (총선 때 보여준 국민의 욕구를) 잊어버리고 있다. 그런 욕구가 내년 대선에서 더 큰 분노로 표출될 것이다. 그리고 분노하고 있는 사람에게 위로는 소용이 없다. 이제는 해결방법이 필요하다.
-'안 전 대표=공정성장론'이라고 할 만큼 공정성장론을 주장해 오고 있다. 이 주장의 요지에 대해 간단하게 설명해달라.
▶시대정신 가운데 하나인 격차해소의 문제에서 출발한다. 정말 격차가 너무 심각하다. 빈부격차만 생각하는데 우리가 상상할 수 있는 모든 분야에서 격차가 심각하게 진행되고 있다. 빈부격차, 남녀격차, 세대격차, 지역격차, 대기업'중소기업 격차, 정규직'비정규직 격차 등이 심각하게 진행되고 있다. 한 분야의 격차가 다른 분야의 격차를 악화시키는 악순환 고리로 연결되어 있다. 지역격차 악화가 다른 정규직'비정규직 격차를 악화시키고 악순환의 고리로 똘똘 뭉쳐져 있는 것이 현재 상황이다. 그 중심에 빈부격차를 해결하는 문제가 자리 잡고 있는 것이다. 이를 집중적으로 파고들어 정리한 것이 공정성장론이다. 이 구조를 깨지 않으면 대한민국의 미래는 없다. 더 쉽게 말하자면 개천에서 용이 나는 사회가 돼야 한다. 그래야 사람들이 희망을 갖고 노력할 수 있다는 것이다.
-그래도 개천에 이미 물이 말랐다는 이야기를 많이 한다.
▶어떻게 하면 물을 집어넣을 수 있는가. 공정이 키워드다. 공정한 산업에서 경쟁구도 만들면 된다. 그렇게 되면 가능성이 열린다.
-국민의당은 공직자비리수사처 도입을 강하게 주장하고 있다.
▶지난 대선 이후에 제일 먼저 주장했다. 대표 연설 때도 주장한 일이다. 진경준, 우병우, 홍만표까지 엄청난 문제가 생기고 있다. 국민 공감대도 얻고 있다. 검찰개혁이 필요한데 제대로 안 됐다. 우선 할 수 있는 방법이 공수처가 아닌가. 때마침 김영란법이 시행되기 때문에 이것과 발맞춰서 우리 국가에 가장 큰 발목을 잡고 있는 부패문제를 해결해야 한다. 같이 시행이 되면 좋겠다.
-남북관계는 완전 냉각상태이다. 남북관계 개선을 위해서는 어떤 게 필요한가?
▶북핵 불용과 안보 강화라는 원칙은 불변이다. 그러나 남북 간 대화와 교류는 이어져야 한다. 남한 핵무장론에는 반대한다. 주변국과의 갈등 소지가 커지고 통일을 더욱 어렵게 하기 때문이다. 국민 신변안전 확보 전제 위에 금강산관광 재개에 찬성하고, 또 개성공단은 남북교류의 소중한 자산으로 우리 기업과 경제에 유리하다. 재가동돼야 한다고 본다.
-사드 문제에서 보듯 우리나라는 미국과 중국과의 관계설정이 점점 어려워지고 있다. 전통 우방인 미국과, 여러 분야에서 밀접한 중국과의 관계설정은 어떻게 해야 하나?
▶한미동맹의 확고한 유지는 필수적이다. 아울러 중국과의 전략적 동반자 관계는 확대 강화돼야 한다. 미'중은 선택의 문제가 아니다. 우리는 두 나라와 같이가야 한다. 우리의 지정학적 숙명이자, 다른 나라들이 갖고 있지 않은 장점이다.
-정치인으로서 본인의 가장 큰 강점과 경쟁력은 무엇이라고 할 수 있나.
▶보수와 진보를 아우를 수 있다. 변화를 긍정하고 미래에 대한 대응력을 갖추고 있다고 자신한다. 깨끗한 사회와 정치에 대한 확고한 인식과 실천력도 남다르다고 자부한다.
-정책네트워크인 '내일'의 조직개편을 단행했다. 본격적인 대선을 위한 조직정비라고 보는 이가 많은데, 강연정치를 본격 가동한다는 지적도 있고.
▶'내일'은 정책 연구소다. 한국이 안고 있는 여러 가지 과제들에 대한 문제 해결 방안을 내놓는 곳이다. 그 방안을 우리만 갖고 있는 것이 아니라 널리 알려서 누구나 거기에 공감하는 사람이면 그 방향으로 추진할 수 있도록 개방하겠다는 것이다. (*내일은 2012년 안 전 대표가 대선 출마를 선언한 뒤 구성됐으며 지금까지 안 전 대표의 외곽 자문기구 역할을 맡아왔다) 외부 강연은 다 예정됐던 것이다. 지금까지 거의 매주 한 번씩 해왔다. 대상도 다 다르다. 기업인들, 학부모들, 선생님들, 대학생들, 학생들이었다. 특별한 정치적 메시지를 전달하는 게 아니고, 그때그때 도움이 되는 이야기를 해드리고 있다.
(그러나 안 전 대표의 목소리는 앞으로 점점 더 커지고 단호해질 게 분명하다. 이날 매일신문 인터뷰를 마치고 경기도 성남에서 가졌던 '공정성장'을 주제로 한 강연 도중 안 전 대표는 "도대체 홍만표, 진경준, 우병우에 이르기까지 이게 나라냐"라고 현 정권을 향해 비판의 목소리를 높였다. 그는 "국민이 그 분노들을 차곡차곡 쌓아가고 있고, 반드시 표출할 것"이라는 말도 덧붙였다.)
-다시 한 번 확인해달라. 대권 도전장을 낸다고 보면 되나?
▶처음 정치를 시작했을 때부터 변화를 이루는 도구가 되겠다고 저 나름대로 열심히 안주하지 않고 시도했다. 성공한 것도 있고, 실패한 것도 있다. 정치에서는 결과가 중요하다. 시도가 아무리 좋아도 결과가 안 좋으면 그 시도도 폄하된다. 저 나름대로 도전은 끊임없이 계속될 것이고, 도중에 포기하는 일은 없을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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