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야고부] 개고기와 민족 감정

입력 2016-08-18 04:55:02

해마다 여름 복날을 전후해 어김없이 벌어지는 소동이 있다. 개고기 식용을 둘러싼 논란이 그것이다. 올해는 탤런트 최여진의 어머니가 SNS에서 개고기를 먹였다는 이유로 양궁 금메달리스트 기보배의 아버지에게 막말한 것이 화제였다. 최여진 어머니의 과격한 표현 방식과 경기를 앞둔 선수를 대상으로 했다는 점 때문에 비난 여론이 높았고, 결국 최여진이 사과하는 것으로 유야무야됐다.

또 다른 뉴스는 영국 의회가 다음 달 12일 한국의 개고기 문제를 논의한다는 것이다. 영국에서 한국의 개고기 거래를 금지해달라는 청원자가 10만 명을 넘었기 때문에 의회가 의무적으로 이를 다뤄야 한다. 그때쯤 한국의 개고기 문화가 세계적인 뉴스거리가 되고, 한국인은 또다시 '인간의 친구를 먹는 미개인' 취급을 받을 것 같다.

흥미로운 것은 한국이 아주 오래전부터 개고기 식용 문제로 각국의 압력을 받아왔다는 점이다. 1950년대 초반 6'25 참전국들이 한국의 개고기 문화를 호되게 비난한 일이 있었다. 이승만 정권은 고육지책으로 예로부터 '개장국'으로 불리던 것을 '보신탕'(補身湯)이라는 애매모호한 신조어로 바꿔 외국의 압력을 은근슬쩍 넘겼다.

정부가 1988년 서울 올림픽을 앞두고 보신탕집에 대한 대대적인 단속을 벌이자, 반작용으로 '외국 눈치를 보는 사대주의 정부'라는 비판이 거세게 일었다. 2001년 프랑스의 육체파 여배우 브리지트 바르도가 한국의 개고기 식용 습관을 맹비난하고, 한국인을 비하해 격렬한 반감을 불러왔다. 요즘 미국'유럽의 의회, 동물보호단체는 개고기 식용을 없애지 않으면 '한국산 제품을 보이콧하자' '평창 올림픽을 보이콧하자'는 등의 캠페인을 벌이고 있다.

외국에서 이런 움직임을 보일 때마다 개고기를 먹지 않은 한국인조차 '고유의 음식문화'라며 발끈한다. 논리적 판단보다는 민족 감정이 앞서기 때문이다. 누가 옳고 그른지 정답은 없지만, 머지않아 한국에서도 개고기 식용이 사라질 것이다.

생활 방식이 바뀌면 음식문화도 바뀔 수밖에 없다. 주위를 둘러봐도 60, 70대 남성들은 예전보다 개고기를 훨씬 적게 먹고 40, 50대 중에 개고기를 먹는 이는 그리 많지 않다. 국제화될수록, 반려동물과 함께 사는 인구가 늘어날수록 개고기 문화는 서서히 퇴장할 것이다. 아마 20년 후에는 개고기 논쟁은 먼 과거의 얘기로 남지 않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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