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목요일의 생각] 대구의 생명력

입력 2016-08-18 04:55:02

요즘 전국이 가마솥처럼 펄펄 끓는다. 낮밤을 가리지 않는 무더위에 몸과 마음이 모두 지친다. 아무리 이상고온 현상이라고 하지만 예로부터 뚜렷한 사계절이 자랑이었던 대한민국의 날씨는 아닌듯 싶다.

통계청에 따르면 지난 2003년부터 10년간 열사병으로 사망한 국내 인구는 293명으로 나타났다. 같은 기간 홍수, 태풍, 폭설로 사망한 사람이 280명인 것을 고려하면 폭염은 재난이라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이런 차에 최근 한 재미있는 뉴스가 화제가 되고 있다. 2006년 기상청이 발표한 '6개 대도시 폭염 연구' 결과인데, 대구와 서울 등 우리나라 6개 대도시에 폭염이 닥쳤을 때 사람들의 사망 위험이 어느 도시가 더 높은지 조사한 것이다.

결과치가 흥미로웠다. 분석에 따르면 일 최고 기온이 36℃일 때 인천에서 인구 1천만 명당 23.6명이 더위로 사망한다면, 서울은 19.8명, 대전 17.7명, 부산 12.2명, 광주 11.6명이 사망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특히 대구시민의 폭염 사망률은 경이로울 정도였다. 같은 조건에서 대구시민 경우 인구 1천만 명당 사망자는 6.9명에 불과했다.

연구원은 대도시에 폭염이 닥쳤을 때 고위도 즉 북쪽에 사는 사람들의 사망 위험이 더 높아진다는 결론을 내렸다. 하지만 대구와 위치가 비슷한 광주나 더 낮은 지역에 사는 부산시민들보다 훨씬 적은 수의 사망자를 나타내는 것은 어떻게 설명할 수 있을까.

이런 의문에 이 연구원은 "온도 변화에 따라 사망자가 급격하게 증가하는 '임계점'이 도시마다 다르기 때문이다. 서울의 경우 31도만 되어도 사망자 수가 뚜렷하게 늘어난다"고 설명하고 있다. 결국 똑같은 폭염이 닥쳤을 때 어느 도시는 괜찮아도 다른 도시는 큰 피해를 입을 수 있다는 말이다. 폭염에 강한 '대프리카'에 사는 대구시민들의 임계치가 다른 도시의 사람들에 비해 높다는 것이 입증된 셈이다.

이는 한반도에 국한된 이야기가 아니다. 추위로 유명한 러시아는 2010년 갑작스러운 폭염이 닥치자 5만6천 명이 사망했다. 실제로 미국 북동부의 보스턴은 30도가 임계온도인 반면 남서부 사막 지역인 피닉스는 무려 44도다.

그렇다면 사람이 살아갈 수 있는 온도의 절대 임계치는 얼마일까. 사람은 심부 체온 36.8∼38도를 유지하려는 항상성이 있다. 외부 환경에 의해 심부 온도가 35도까지 떨어지면 저체온증, 38도 이상으로 높아지면 고체온증에 시달린다고 한다.

각설하고, 대구시민들의 폭염에 대처하는 능력이 다른 도시 사람들에 비해 월등하다는 사실이 무더위에 지친 나를 일깨운다. 한낮 숨이 턱 막히는 찜통더위 속에서도 '뭐 이 정도쯤이야'라는 혼잣말이 절로 나온다. 찜통더위에도 강한 생명력을 자랑하는 대구사람들이다. 생산도 전국 꼴찌요, 소비도 7대 도시 중 최하위라는데, 경제 두 바퀴가 모두 푹 꺼진 대구를 그 질긴 생명력으로 다시 일으켜보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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