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기장에서 코믹춤 춘 키리바시 역도 선수, "제발 기억해주세요"

입력 2016-08-17 11:56:52

태평양의 작은 섬나라, 키리바시 역도 대표선수 데이비드 카토아타우가 16일 열린 리우 올림픽 남자 역도 105㎏급 용상 3차 시도에서 바벨을 떨군 뒤 코믹한 춤을 추며 퇴장하고 있다. AP=연합뉴스
태평양의 작은 섬나라, 키리바시 역도 대표선수 데이비드 카토아타우가 16일 열린 리우 올림픽 남자 역도 105㎏급 용상 3차 시도에서 바벨을 떨군 뒤 코믹한 춤을 추며 퇴장하고 있다. AP=연합뉴스

리우데자네이루 올림픽 역도 경기장에서 한 역도선수가 바벨을 들어 올린 뒤 육중한 몸매를 흔들며 난데없이 코믹한 춤사위를 벌였다. 너무나도 쌩뚱맞고 우스꽝스러운 그의 모습은 세계인들의 이목을 한 눈에 사로잡았다.

2016 리우 올림픽 역도 남자 105㎏급에 출전한 데이비드 카토아타우(32‧키리바시)는 15일(현지시간) 경기를 끝낸 뒤 역기에 입을 맞춘 뒤 온 몸을 흔드는 트위스트를 추며 경기장을 퇴장했다. 남자 105kg급에 출전해 합계 349kg을 들어올린 그의 최종 성적은 전체 17명 중 14위였지만 세리머니 만큼은 단연 금메달 감이었다.

그가 이런 웃기는 퍼포먼스를 보인 것은 조극이 처한 어려움을 알리기 위해서였다. 그에게 올림픽 메달은 중요하지 않았다. 카토아타우는 "지구 온난화로 우리나라가 사라져가는 안타까운 현실을 전 세계에 알리고 싶었다"고 했다.

호주 북동쪽에 있는 작은 섬나라인 키리바시는 날짜변경선에 붙어 있어 '세계에서 해가 가장 빨리 뜨는 나라'다. 국기도 태양이 떠오르는 바다 위로 갈매기 한 마리가 날아가는 모습을 형상화했다. 33개의 산호초로 이뤄진 이 섬나라의 전체 국토 면적은 810km² 정도로 대구보다도 작으며, 평균 해발고도는 2m다.

현재 키리바시는 지구 온난화로 인해 해수면이 높아져 나라가 가라앉을 위기에 처해 있다. 가뜩이나 작은 국토가 해수면 상승으로 인해 계속 줄어들고 있는 것이다. 전문가들은 지금 속도대로 해수면이 상승하면 2050년에는 섬 전체가 바다 밑으로 가라앉는다고 경고하고 있으며, 키리바시공화국 사람들은 밤사이 물이 들이닥칠 것을 염려해 머리맡에 구명조끼를 놓아둔 채 잠이 든다.

카토아타우는 "사람들은 키리바시가 어떤 나라인지 모르고, 우리는 조국을 스스로 지킬 충분한 힘이 없다"며 "사람들이 우리를 더 알아주길 바란다. 그러기 위해 역도와 춤을 활용하고 있다"라고 말했다. 그는 2년 전 대회 조직위원회에 "우리처럼 서서히 가라앉고 있는 섬나라에 관심을 줬으면 좋겠다"는 공개서한을 보내기도 했었다. 그의 춤은 서서히 가라앉고 있는 태평양 한가운데 작은 섬나라 주민이 전 세계인들에게 환경 파괴를 중단하고 지구온난화 문제 해결에 관심을 가져달라고 촉구하는 간절함이 담긴 경고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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