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채정민 기자의 올라! 리우] "초호화 유람선 타면 뭐해…" 美 농구 금메달 놓칠라

입력 2016-08-17 05:00:13

예선 5승 했지만 경기 내용 엉망, NBA 출신 선수들 부진 못 벗어나

12일 리우의 카리오카 아레나 1에서 열린 리우 올림픽 남자 농구 A조 예선 미국과 세르비아의 경기에서 미국의 카리어 어빙(왼쪽)이 골밑을 파고들고 있다. 연합뉴스
12일 리우의 카리오카 아레나 1에서 열린 리우 올림픽 남자 농구 A조 예선 미국과 세르비아의 경기에서 미국의 카리어 어빙(왼쪽)이 골밑을 파고들고 있다. 연합뉴스

리우 올림픽에서 인기 있는 종목 중 하나는 남자 농구다. 바하 올림픽파크의 카리오카 아레나 1은 관중의 발길이 끊이지 않고 있다. 전 세계적으로 많은 팬을 거느린 NBA(미국프로농구) 스타들의 플레이를 지켜볼 수 있어 큰 관심이 쏠리고 있다. 이곳엔 빠른 박자의 음악, 흥겹게 춤을 추고 함성을 지르는 팬으로 넘친다. 일명 멕시칸 웨이브(Mexican Wave)라고 부르는 파도타기 응원 장면도 자주 연출된다.

◆미국 남자 농구 대표팀, 드림팀 맞니?

여느 때처럼 이번 올림픽에 출전한 미국 농구팀 구성원들의 면면은 화려하다. 몸값만 약 2천600억원에 이른다. 현재 NBA에서 최고 스타로 꼽히는 스테판 커리(골든스테이트 워리어스)와 '킹' 르브론 제임스(클리블랜드 캐벌리어스)가 빠졌지만 여전히 최강이라 불리기에 손색이 없는 전력을 자랑한다.

제임스와 신인 때부터 라이벌 구도를 형성했던 카멜로 앤서니(뉴욕 닉스), 득점왕 출신이며 미래가 더 기대되는 케빈 듀란트, 커리와 함께 '스플래시 듀오'라는 별명으로 불리는 클레이 톰슨(이상 골든스테이트 워리어스) 등이 합류했다. 디안드레 조던(LA 클리퍼스), 드마커스 커즌스(새크라멘토 킹스) 등 젊은 '빅맨'들이 지키는 골밑도 막강하다.

미국팀은 지카 바이러스와 불안한 치안 문제 등으로 초호화 유람선을 끌고 와 숙소로 사용, 화제를 모으기도 했다. 하지만 막상 뚜껑을 열고 보니 예상과 다른 흐름이 전개됐다. 베테랑이 된 앤서니는 분전했지만 다른 선수들의 활약은 기대에 못 미쳤다. 무엇보다 클레이 톰슨은 특기인 3점포가 좀처럼 터지지 않는 등 부진을 이어갔다. 조별리그 마지막 경기인 프랑스전에서야 3점슛 7개를 터뜨리는 등 그다운 모습을 되찾았다.

미국팀으로선 체면을 단단히 구겼다. 조별 리그를 마무리한 결과는 5전 전승. 이 숫자만 보면 아무 문제가 없어 보인다. 실상은 그렇지 않다. 초반에는 순항하나 싶었으나 호주(98대88), 세르비아(94대91), 프랑스(100대97)와의 마지막 3경기에선 진땀을 빼야 했다. 자칫 승부가 뒤집힐 수도 있는 위기도 여러 번 맞았다.

◆'우릴 우습게 보지마', 미국의 경쟁자들

미국팀의 부진(?)을 두고 다양한 분석이 오간다. 미국이 지나치게 방심했다거나 여유를 부린 탓이라고 하지만, 현장에서 지켜봤을 때 그 같은 논리는 그다지 설득력이 있어 보이지 않는다. 한마디로 다른 나라들의 실력이 만만치 않았다. 이대로라면 미국이 본선에서 좌초하는 이변이 일어날 가능성도 있다.

애초 2008년 베이징'2012년 런던 올림픽 때 미국과 결승에서 맞선 스페인이나 아르헨티나 정도가 그나마 미국을 좀 괴롭힐 것이라는 예상이 있었다. 하지만 이들은 미국과 조가 달라 아직 맞붙지도 않았다. 그럼에도 미국은 진땀을 뺐다. 미국이 속한 A조의 호주, 세르비아, 프랑스는 물론 B조의 스페인과 아르헨티나 외에 리투아니아, 크로아티아도 수준급 기량을 뽐내고 있다.

특히 동유럽 국가들의 경기력은 인상적이다. 전통적으로 강점이었던 체격과 힘, 조직력은 여전했고 정확한 슛과 안정된 드리블 등 기본기도 뛰어나다. 미국처럼 흑인 특유의 유연성과 탄력을 보여주진 못하지만 운동 능력도 상당한 수준에 이르러 있었다.

여기다 NBA를 경험한 선수들이 여럿이어서 미국 농구 스타일을 잘 안다는 것도 선전하고 있는 이유로 보인다. 최근 국제농구연맹(FIBA)에 따르면 올림픽에 출전 등록한 선수 144명 가운데 미국을 포함해 현역 NBA 선수가 40명을 넘었다. NBA 물을 먹어본 선수도 20여 명에 이르렀다.

미국과 경기 후 벵상 코레 프랑스 감독은 "패스를 돌려 공격자를 위해 공간을 창출하고 수비 리바운드를 잘한 것이 선전한 원인"이라며 "미국을 만나는 팀은 보통 수비에 치중했지만 우린 공격적으로 나갔다. 점수를 따지 못하면 경기에 진다"고 했다.

아시아 대표인 중국은 부진을 면치 못했다. A조에서 5전 전패로 일찌감치 짐을 쌌다. NBA 무대를 경험한 이젠렌(213㎝)을 필두로 왕저린(214㎝), 저우치(217㎝), 리무하오(218㎝) 등으로 장신화를 이뤘지만 기량 자체가 아직 다른 나라에 비해 떨어졌다. 특히 가드진의 수준은 다른 나라와 격차가 커 보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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