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건강] 뇌전증(腦電症)

입력 2016-08-17 05:00:13

나폴레옹도 알렉산더도 예고 없던 발작엔 '항복'

뇌전증 환자의 60~70%는 적절한 약물치료를 통해 발작 증상을 예방할 수 있다. 진료 중인 서종근 경북대병원 신경과 교수. 경북대병원 제공
뇌전증 환자의 60~70%는 적절한 약물치료를 통해 발작 증상을 예방할 수 있다. 진료 중인 서종근 경북대병원 신경과 교수. 경북대병원 제공

◆간질'경기…2009년 '뇌전증' 병명 통일

'나폴레옹, 알렉산더, 소크라테스, 고흐, 도스토옙스키….'

이들은 모두 '간질'이라 불렸던 뇌전증 환자들이었다. 뇌전증의 역사는 기원전 6천 년경 이집트까지 거슬러 올라간다. 오랜 세월동안 뇌전증 환자들은 '귀신이 들렸다'거나 '전염이 된다'는 식의 왜곡된 편견과 낙인으로 고통받았다. '간질' '경기' '지랄병' 등으로 불렸던 이 병은 지난 2009년에야 '뇌의 전기적 이상에 의한 증상'이라는 뜻의 뇌전증(腦電症)으로 공식 통일됐다.

뇌전증은 뇌 신경세포가 지나치게 흥분하면서 발생하는 일시적인 발작이 반복되는 질환이다. 국내에서만 30만~40만 명이 앓고 있는 것으로 추정되는 만성 뇌질환으로 생후 1년 이내와 60세 이상의 고령층에서 주로 발병하는 게 특징이다.

◆중추신경계 침범하는 모든 질환서 발생

뇌전증은 뇌에 국소적인 병변이 있거나 원인을 알 수 있는 '증후성 뇌전증'과 원인이 명확하지 않은 '특발성 뇌전증'으로 구분된다. 뇌전증은 중추신경계를 침범하는 모든 질환에서 발생할 수 있다. 뇌졸중이나 뇌종양, 중추신경계 감염, 퇴행성 뇌질환, 두부 외상, 선천성 기형, 뇌의 발달 이상, 분만 전후의 손상, 유전 등이 대표적이다.

뇌전증은 뇌의 어느 부위에서 발생하는가에 따라 증상도 다양하게 나타난다. 보통 의식을 잃고 양측 팔다리가 뻣뻣해지며 뒤틀리거나 몸을 떠는 대발작을 연상하지만 멍하게 있거나 반응이 늦어지고 반복적으로 입맛을 다시는 등의 행동을 하거나, 한쪽 팔다리만 떨리는 부분발작도 흔하게 볼 수 있다.

뇌전증은 평소에는 아무런 이상이 없다가 갑자기 일시적으로 증상이 나타나기 때문에 언제 증상이 나타날지 예측하기 어렵다. 뇌전증을 진단하려면 병력을 정확하고 자세하게 듣는 것이 중요하다. 환자 외에도 보호자나 증상을 목격한 사람이 병력 청취를 함께하면 환자 자신이 기억하지 못하는 발작 관련 증상을 파악하는 데 도움이 된다.

◆뇌 절제술'신경자극술로 치료 효과 높여

뇌전증의 치료는 환자 개인의 삶의 질을 높이는 데 초점을 맞춘다. 발작을 예방해 2차적으로 발생할 수 있는 위험한 상황을 예방하고, 일상생활에 지장이 없도록 하는 것이다. 뇌전증 치료는 약물 복용이 가장 기본적인 치료 방법이다.

뇌전증 환자의 60~70%는 적절한 약물치료를 통해 발작 증상을 예방할 수 있다. 약물치료는 일반적으로 한 종류의 약물을 투여하며 낮은 용량에서 시작해 치료 반응에 따라 적절한 용량을 결정한다.

용량을 조절해도 발작이 일어나면 다른 약물로 변경하거나 작용 기전이 다른 약물을 추가하기도 한다.

그러나 뇌전증 환자 중 30%는 여러 약물을 복합적으로 복용해도 발작이 잘 조절되지 않는 난치성 또는 치료불응성 뇌전증에 해당된다.

이런 경우 원인이 되는 병소를 제거하는 뇌 절제술을 하거나, 절제술이 불가능한 경우에는 미주신경자극술로 치료 효과를 높인다.

서종근 경북대병원 신경과 교수는 "뇌전증은 다양한 연령대에서 여러 원인으로 발생하는 질환이며 불치병이 아니다"라며 "최근 들어 부작용이 적은 다양한 약물이 개발되고 있고, 수술을 통해 발작을 예방할 수 있으므로 정확한 진단과 치료가 중요하다"고 조언했다.

도움말 서종근 경북대병원 신경과 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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