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년 해오던 평화·이산 상봉 제안 없이
北 간부·주민에 "통일 동참" 처음 제시
朴 정부, 北 권력층 고립 전략으로 선회
사드로 강경해진 北 반발만 더 키울 듯
박근혜 대통령이 15일 8'15 경축사에서 북한 간부와 주민을 향해 새로운 한반도 통일시대에 동참해 달라고 촉구하는 메시지를 던졌다. 박 대통령은 그간 대부분 북한 당국을 향해 강경한 압박 정책 목소리를 높여왔다. 하지만 북한 주민에게 직접 메시지를 전달한 것은 극히 이례적이다.
박 대통령은 경축사를 통해 "북한 당국의 간부들과 모든 북한 주민 여러분! 통일은 여러분 모두가 어떠한 차별과 불이익 없이 동등하게 대우받고 각자의 역량을 마음껏 펼치며 행복을 추구할 수 있는 새로운 기회를 제공할 것"이라고 밝혔다. 대통령은 북한 간부들과 주민이 "핵과 전쟁의 공포가 사라지고 인간의 존엄이 존중되는 새로운 한반도 통일시대를 열어가는 데 동참해 주시기 바란다"고 촉구했다.
박 대통령이 북한 최고 지도부를 향한 것과 간부 및 주민을 향한 메시지를 분리해 발언한 것은 처음인 것 같다. 과거 정부 역대 대통령 때도 이런 전례는 찾아보기 어렵다. 대통령의 접근 방식은 이번 경축사를 전환점으로 해 북한의 핵심 권력층과 간부 및 주민을 분리 고립시키는 대북 전략을 본격화하는 전략으로 선회한 느낌이다.
북한 주민에다 간부를 함께 묶어 통일시대 동참을 촉구한 것은 당국의 간부들이 김정은 체제에 충성하기보다는 주민의 편에서 내부 인권 개선을 위해 노력하라는 메시지로 읽힌다. 이것은 9월 초 북한인권법 시행을 계기로 박근혜정부의 대북 정책이 북한 간부와 주민을 매개로 한 김정은 체제 변화 유도에 초점이 맞춰질 것이라는 전망과 궤를 같이한다.
박근혜정부가 주민과 간부들을 향한 직접적이고 광범위한 개입 정책을 펼 경우 북한 당국이 강하게 반발할 가능성이 크다. 그렇잖아도 사드(THAAD'고고도미사일방어체계) 배치 문제로 연일 대남 강경 입장을 쏟아내고 있는 북한이다. 내부의 분열을 꾀하는 것으로 인식하는 가운데, 곧 있을 을지프리덤가디언(UFG) 한미연합훈련에 반발하는 북한발 군사적 무력시위가 한반도의 긴장 수위를 한층 끌어올릴 가능성이 있다.
이번 경축사에서 또 하나 주목되는 점은 박 대통령이 김정은과 대화할 의지가 전혀 없다는 것이다. 경축사 어디를 봐도 김정은의 이름이 등장하거나 뭔가 함께 하겠다는 의지를 담은 내용이 없다. 핵 포기 의지 없이는 대통령 임기 내내 남북 관계는 강대강의 대결 구도로 끌고 가고 정상회담도 하지 않겠다는 간접적인 선언으로 보인다.
박 대통령은 2013년에는 'DMZ세계생태평화공원'을, 2014년에는 이산가족 상봉 제안을, 2015년에는 6만여 이산가족 명단 일괄 전달 제안을 하는 등 8'15 경축사를 통해 주요 대북 메시지와 어젠다를 제시해 왔다. 그러나 이번에는 눈에 띄는 제안이 없었다. 다가오는 추석을 맞아 이번 경축사에 상봉 제안이 포함되길 기대해 온 이산가족들의 실망이 클 것이다.
박 대통령은 김정은 체제를 지속적으로 압박하면, 자신의 임기 내 북한 내부에 상당한 변화가 나타나고 통일에 획기적인 전기가 마련될 것으로 확신하는 듯하다. 김정은 체제 내부에 붕괴 조짐이 나타나고 있고, 주민들 역시 체제 일탈 현상이 가속화하고 있다는 판단을 하고 있는 듯하다. 최근 몇몇 정치적 의미가 있는 탈북자들이 행렬을 이뤄 대량 탈북으로 이어질 것으로 보는 것 같다.
하지만 그 생각이 현실화하기 위해서는 최소한 북한 내부의 경제 상황이 최악의 상태로 가야 한다. 그러나 북한 경제가 나쁘지만 최악의 상황은 아닌 것이 현실이다. 더욱이 사드 배치 결정 이후 북중 경제 교류와 협력이 강화되는 현장이 곳곳에서 눈에 띄고 있다. 북중 국경 지대의 무역이 약해지고 있다는 흔적은 어느 곳에서도 보이지 않는다.
그 생각이 현실화하기 위해서는 국제사회의 물샐틈없는 공조로 대북 압박이 수년간 지속될 때나 가능할 수 있다. 그러나 북한의 4차 핵실험 이후 조밀하던 한미중의 대북 공조 전선은 중국의 이탈이 시작되면서 균열 조짐이 감지되고 있다. 국제사회의 지지와 지원이 필수적인 박 대통령의 대북 압박 정책이 흔들리고 있는 것이다. 8'15 71주년, 대통령의 대북 전략 재점검이 필요한 시점이 아닌가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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