학생이 중심되어 '살아 있는 배움'…교과서는 단지 수업자료로
구미봉곡초등학교가 경상북도교육청으로부터 미래학교의 모델을 개발하는 창조학교로 지정되어 새로운 교육 패러다임을 만들어 가고 있다.
올해 초부터 3년간의 창조학교가 시작되자 경북지역 14명의 교사가 자발적으로 봉곡초 근무를 지원했다. 정책연구학교와 달리 창조학교는 근무를 해도 승진 등에 가산점수가 주어지지 않는다. 교원들에게 주어지는 혜택이 없음에도 지원이 쇄도한 것은 그만큼 교사들이 학생 중심의 수업개선 교육모델 정립에 목말라 있고, 프로젝트 학습으로 학생들의 역량을 키워나가려는 열망을 보여준다.
◆교육과정 재구성, 교과서는 수업자료로 활용
세계 선진국의 교육은 창의성'인성'문제해결력 등의 핵심역량을 강조하면서 '아는 것에 대한 평가'에서 '할 수 있는 능력에 대한 평가'로 교육 패러다임을 바꾸고 있다.
이러한 교육 흐름 변화에 발맞추어 교사 중심, 암기 중심의 단편적 지식교육을 넘어 학생의 흥미에 근거한 '문제해결 능력'을 기르기 위해 구미봉곡초는 국가수준교육과정을 핵심역량 중심 교육과정으로 재구성했다. 학년별로 학습 주제를 선정하고 교과 간 핵심개념과 원리를 연결하여 학습량을 적정화하고 핵심역량을 신장시킬 수 있는 교육과정을 편성했다.
예를 들면 4학년 사회과목에서 배우는 '선거' 단원을 특정 과목에 국한하지 않고 국어시간에는 연설문 쓰기, 미술시간에는 선거 홍보 포스터 그리기, 창의적 체험활동 시간에는 학생들이 직접 출마해서 유세활동을 하고 선거관리위원회의 도움을 받아 투표까지 이루어진다.
구미봉곡초 교사들은 학생들의 생활 속에서 경험하고 실천할 수 있는 '살아있는 배움'을 실천하고 있다. 교과서를 가르치는 것이 아니라 교육과정을 가르치는 것이고, 교과서는 단지 수업자료로만 활용하는 것이 교사들의 목표다.
◆학년별 프로젝트 학습, 학생활동 중심 수업 전개
구미봉곡초는 ▷창의융합사고 ▷지식정보처리 ▷의사소통 ▷심미적 감성 ▷자기관리 등을 핵심역량으로 선정하고 이를 기르고자 학생활동 중심의 프로젝트 학습을 운영하고 있다.
교육과정 재구성은 '학생이 주인공이 되었는가'를 기본 전제로 삼고 있다. 삶과 연계된 학년별 프로젝트 학습 주제를 선정하고, 그 주제를 달성하기 위한 주제망을 작성한 뒤 국가수준교육과정에서 요구하는 성취기준을 반영하여 교과를 통합하고 학생 활동 중심, 협력 중심으로 학습을 진행한다.
올해 1학기에는 '우리는 뚝딱뚝딱 건축가'(1학년), '행복한 나의 두 번째 여름방학 만들기'(2학년), '잃어버린 우리들의 정(情)을 찾아서'(3학년), '선택! 2016'(4학년), '봉곡시장 열기'(5학년), '자연과 나'(6학년)라는 학년별 프로젝트 학습과제를 선정하고 재미있고 배움이 있는 수업으로 학생 역량을 키우고 있다.
◆담임교사는 오전만 수업, 학교업무 '제로화'
교육과정을 재구성하고 프로젝트 학습을 실시하는 것은 교사에게 많은 시간과 노력, 헌신을 요구한다. 따라서 구미봉곡초는 교사들의 교재연구 시간을 확보해주기 위하여 담임교사의 업무를 '제로(Zero)화'했다.
학교는 실과, 음악, 체육, 영어 등 교과전담교사 7명으로 구성된 업무팀을 만들어 모든 공문을 처리하고 있다. 소수의 교사들로 운영되는 업무팀의 효율화를 위해 위임전결 규정을 개정하여 부장교사 및 교감 전결 규정을 대폭 확대했다. 또 교육청 주관 행사도 선별적으로 참여하는 등 각종 보여주기식 행사를 과감히 정리했다.
구미봉곡초만의 특이한 풍경은 또 있다. 이 학교의 담임교사 수업은 모두 오전에 끝난다. 오후 수업은 오전에 업무를 처리한 교과전담교사들이 5, 6교시 수업을 맡고 있다. 그 시간 담임교사는 학년 연구실에 모여 그날 수업을 반성하고, 다음 수업을 준비하는 학습공동체가 운영된다.
학년별 담임교사는 오후에 프로젝트 학습을 위한 회의를 진행하고, 각종 교육자료를 제작한다. 학생들이 좀 더 즐겁게 수업에 참여하고, 의미 있는 배움을 이끌어내기 위한 각종 아이디어가 매일 생성되고 있다.
◆계절별 주기 집중학습, 창의체험 행복주간 운영
계절별로 1주씩 운영되는 창의체험 행복주간은 구미봉곡초의 또 다른 자랑거리다. 1, 2학년을 제외한 모든 학년에서 일주일 동안 매일 6교시 수업이 진행된다.
이 기간에는 다양한 창의체험 활동을 하는데 프로젝트 학습 연계 현장체험학습, 운동회, 수영교실, 봉곡행복나눔축제(부스체험), 러닝페어와 같이 굵직한 행사뿐만 아니라 자율동아리, 단기 프로젝트 학습 등 소규모 활동도 함께 이루어진다.
준비하는 과정이 조금 힘들지만 창의체험 행복주간에 대한 교사와 학생들의 반응은 긍정적이다. '보여주기식'이 아닌 학생들의 흥미와 교육적 의도가 접목된 행사 운영과 창의적인 수업 활동은 '아이들이 행복한 학교'를 만들어가는데 보탬이 되고 있다.
창조학교 지정과 함께 공모교장으로 부임해 온 황석수 구미봉곡초 교장은 "학교 운영 방침은 교사를 편하게 해주고, 학생들을 즐겁게 하는 것이다"면서 "모든 학교 구성원들이 수평적 관계를 유지하도록 권한을 내려놓으니 교원이 각자의 열정을 잘 발휘하고, 학생들은 나를 사랑하고 남을 존중하는 핵심역량을 갖춘 인재로 자라고 있다"고 했다.
※키 워드 : 프로젝트 학습
교사와 학생의 상호작용을 통해 어떤 주제나 질문을 설정하고, 이를 해결하기 위해 학생 스스로 해결 방안을 기획, 조사, 탐구하여 과제를 해결해 나가는 과정.
프로젝트 학습은 학생 주도의 사고 과정을 북돋우고, 다양한 활동을 통해 살아있는 지식을 얻는 과정을 경험하게 함으로써 핵심역량을 기를 수 있는 최적의 수업 방법으로 알려지고 있다. 학생이 삶과 연관된 문제를 스스로 탐구하여 삶과 배움이 일치되는 교육 효과를 가져온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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