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고] 부자증세보다 공평과세가 우선이다

입력 2016-08-15 05:00:01

정부 여당은 지난달 '증세 없는 복지' 원칙을 고수한 세법 개정안을 발표하였다. 야권에서도 자체 세제 개정안을 내놓았다. 야권의 세법 개정안은 과세표준 500억원 초과 법인의 법인세율을 25%로 인상하고 소득세 분야에서도 과세표준 5억원을 초과하는 개인에 대하여 41%의 세율 구간을 신설하자는 내용이다. 소위 '부자 증세' 안이다.

세계는 지금 법인세율 인하 경쟁 중에 있다. 우리나라도 김영삼정부 이후 지속적으로 법인세율을 인하하여 현재는 최고 22%의 세율을 유지하고 있다. 야당은 과세표준 500억원 초과 법인의 세율을 3%포인트 인상하자고 한다. 세율이 낮기 때문에 올려야 한다고 주장하지만, 우리나라의 법인세율은 OECD 평균과 거의 같은 수준이다. 총조세 대비 법인세 비중이 14.88%로 OECD 평균 8.53%보다 높으며, OECD 국가 중 3위로 높은 수준이다. GDP 대비 법인세 비중도 3.69%로 OECD 평균 2.88%보다 높은 5위이다. 경쟁국들을 봐도 싱가포르는 17%, 홍콩 16.5% 수준이고, 중국은 25%이지만 해외투자의 경우 성에 따라 15% 정도로 우리보다 낮은 세율 구조를 갖고 있다. 세율을 인상하면 일시적으로는 세수가 늘어나겠지만 장기적으로는 외국기업의 국내 투자 기피, 국내 자본의 해외 유출 및 투자 감소를 불러오게 된다.

조세의 기본명제인 공평과세란 부자에게 더 높은 세율로 과세하는 것만을 의미하지 않으며, 소득이 있는 곳에 세금이 있다는 국민개세주의 원칙을 말한다. 금액의 과다를 불문하고 각자가 형평성에 맞게 세금을 부담하는 것이다. 그런 의미에서 세율 인상보다는 정치적 논리에 휘둘려 남발된 누더기 조세감면제도를 대폭 정비하는 것이 선행되어야 한다. 최근 국세통계 자료에 의하면 2015년도 법인세 감면 법인 수는 19만여 개였다. 감면 세액은 9조6천억원으로 총 산출세액의 19.5%를 차지하고 있다. 과세표준이 500억원을 초과하는 법인이 367개이며, 감면 세액은 6조5천억원으로 전체의 67.2%를 차지했다. 대기업이 중소기업보다 많은 감면 혜택을 받고 있다는 것이다. 대기업보다 중소기업에 유리하도록 각종 조세감면제도를 손질해야 하는 이유이다.

소득세의 경우도 고소득자의 최고 세율 구간을 인상하는 것보다 지하경제를 양성화하여 세원 포착률을 높이는 것이 더 급하다. 근로소득자의 48.1%가 세금을 한 푼도 내지 않는 실정이므로 면세 비율을 축소하여 과세 기반을 확충하여야 한다. 근로자도 내가 낸 세금을 복지를 통하여 되돌려받는다는 믿음으로 보편적 증세에 동참하는 자세가 필요하다.

법인의 경우 대기업 1%가 법인세액의 80%를 부담하며, 개인의 경우도 상위 5%의 고소득층이 소득세의 75%를 부담하고 있다. 이는 대법인과 고소득층이 많은 세금을 부담하고 있다는 것을 의미하고 있다. 세금은 응능부담 원칙(납세자의 부담 능력에 맞게 공평한 과세를 해야 한다는 조세원칙)에 따라 고소득자가 세금을 많이 내는 것은 당연하다. 그러나 고소득자에 대한 부정적인 인식만 갖고 무조건 '부자 증세' 만 고집하는 것도 형평성 문제로 조세 저항에 직면할 수 있음을 알아야 한다

세금을 걷어들이는 것 못지않게 재정지출을 효율적으로 하는 것도 중요하다. 이는 정부의 당연한 의무이므로 포퓰리즘 정책을 억제하여 재정의 건전성을 높여야 한다. 내가 낸 세금이 똑바로 쓰이고 있는지 국민적 감시로 세금의 낭비적 요인을 사전에 예방하는 것도 필요하다. 정치권은 증세 논쟁보다는 기업활성화 정책을 먼저 추진했으면 한다. 기업 하기 편한 나라를 만들어 경제성장을 이루어 낼 때 세수는 자동적으로 늘어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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