손흥민이 울었다…4강 진출·병역 면제 실패

입력 2016-08-14 17:08:40

신태용號, 온두라스전 0대1 패…16차례 슈팅 경기력 앞섰지만, 비매너 전략에 당해

14일 브라질 벨루오리존치 미네이랑 경기장에서 열린 리우 올림픽 축구 8강전 한국과 온두라스의 경기에서 0대1 패배로 4강 진출이 좌절된 뒤 손흥민이 그라운드에서 눈물을 흘리고 있다. 연합뉴스
14일 브라질 벨루오리존치 미네이랑 경기장에서 열린 리우 올림픽 축구 8강전 한국과 온두라스의 경기에서 0대1 패배로 4강 진출이 좌절된 뒤 손흥민이 그라운드에서 눈물을 흘리고 있다. 연합뉴스

한국 남자 축구 대표선수들이 14일 브라질 벨루오리존치 미네이랑 경기장에서 열린 리우 올림픽 남자 축구 8강전에서 온두라스에 0대1로 패한 뒤 눈물바다를 이뤘다. 주심의 종료 휘슬이 울리자 선수들은 그라운드에 쓰러져 뜨거운 눈물을 흘렸다. 경기가 끝난 뒤 주심에게 달려가 격렬히 항의한 손흥민은 오열하는 모습이었다. 선수들의 울음은 믹스트존(공동취재구역)에서도 멈추지 않았다.

무엇이 이들을 서럽게 울게 했을까. 일방적으로 공격하고도 역습 한 방에 골을 내주고 분패한 데 대한 서러움이었을 것이다. 온두라스의 '침대 축구'와 주심이 합당하게 추가 시간을 주지 않은 데 대한 비난의 의미도 담겨 있을 것 같다. 여기에 '병역 면제' 혜택을 날려 버린 데 대한 안타까움도 있지 않았을까 싶다.

하지만 냉정히 들여다보면 우리나라도 8강전 티켓이 걸린 멕시코와의 조별 예선 마지막 경기에서 온두라스와 비슷한 모습을 보였다. '축구는 전쟁'이라고 하는데, 승리한 상대를 일방적으로 비난할 수는 없다.

경기 뒤 온두라스 대표팀은 그라운드 가운데에서 '승리 의식'을 했는데, 대단한 열정이 드러났다. 온두라스 국기를 펼치고 꿇어앉아 의지를 다지는 모습은 종교의식을 치르는 듯했다. 콜롬비아 출신의 온두라스 핀투 감독은 매너가 좋지 않다는 얘기를 듣지만 온두라스 국가를 달달 외워 따라 부른다고 한다.

이를 고려하면 이날 한국은 실력 차이로 패한 게 아니라 애국심을 포함한 이기고자 하는 열정에서 뒤진 것으로 볼 수 있다. 스포츠에서 무시할 수 없는 경기력의 한 부분인 '운'도 한국 편이 아니었다.

한국은 이날 너무나 안타까운 패배를 당했다. 온두라스를 상대로 16차례 슈팅에 유효 슈팅 7개를 퍼부었지만 상대 골키퍼의 선방에 막혔다. 볼 점유율도 64%로 온두라스의 34%에 월등하게 앞섰다. 경기 막판 온두라스 선수들은 스치기만 해도 픽픽 쓰러지며 시간을 끌었다.

이날 결정적인 기회를 여러 차례 놓친 손흥민(토트넘)은 "아쉬움보다 동료에게 너무 미안해서 눈물이 멈추지 않았다. 라커룸에서도 너무 미안해서 동료의 얼굴을 못 봤다"며 흐느꼈다. 류승우(레버쿠젠)는 "최선을 다했지만, 결과가 좋지 않아 실망스럽다. 앞으로 같은 실수를 되풀이해서는 안 된다"고 했다.

대표팀을 이끈 신태용 감독은 기자회견에서 "처음엔 희망이 없는 골짜기 세대라는 소리를 들은 선수들이 대단한 경기력을 보여 자랑스럽다"며 "2회 연속 올림픽 8강에 진출한 기세를 이어나가면 우리 축구의 미래는 밝을 것"이라고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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