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바이벌 슛오프 2연속 통과' 구본찬, "죽는 줄 알았어요"

입력 2016-08-13 08:14:58

한국 남자양궁 대표팀의 구본찬이 12일 오후(현지시간) 브라질 리우데자네이루 삼보드로무 경기장에서 열린 2016 리우올림픽 양궁 남자 개인전 결승에서 금메달을 확정 짓고 환호하고 있다. 연합뉴스
한국 남자양궁 대표팀의 구본찬이 12일 오후(현지시간) 브라질 리우데자네이루 삼보드로무 경기장에서 열린 2016 리우올림픽 양궁 남자 개인전 결승에서 금메달을 확정 짓고 환호하고 있다. 연합뉴스

경주의 아들 구본찬(23·현대제철)은 별명이 '까불이'일 만큼 한국 양궁 대표팀의 분위기 메이커다. 하지만 리우올림픽 남자 양궁 개인전에서 유래없는 진검승부를 벌이며 강인한 승부사의 면모를 유감없이 보였다. 이미지를 쇄신해 "인상을 '팍' 쓰고 경기에 나서겠다"던 대회전 각오 처럼 평소보다 더욱 신중에 신중을 기한 구본찬은 덕분에 한국 양궁 역사상 올림픽 첫 남자 2관왕이자 전 종목 석권을 이룬 선수로 양궁사에 이름을 남기게 됐다.

특히 이번 개인전은 결승보다 8강과 4강 고비를 넘는 일이 더 힘들었을 정도다. 두 경기 모두 한 발의 활로 승부가 갈리는 슛오프를 치러야 했기 때문이다. 보는 이마저 가슴이 졸아붙는 아슬아슬한 승부에 구본찬이 느끼는 부담감은 몇십배 더했을터다.

하지만 결국 구본찬은 그 모든 긴장의 순간을 이겨내고 금메달로 보답받았다. 구본찬은 단체전 금메달에 이어 2관왕에 오르며 한국 양궁의 역대 올림픽 최초의 전 종목 석권이라는 대업을 마무리했다.

시상식이 끝난 뒤 큰 짐을 하나 내려놓은 구본찬은 예의 천진난만한 모습으로 되돌아가 특유의 장난기 넘치는 말투로 "너무 행복하고 오늘도 아름다운 밤입니다"며 말 문을 열었다.

그는 8강, 4강을 떠올리며 진저리쳤다. 구본찬은 "8강, 4강 하면서 죽는 줄 알았다"면서 "내 원래 자세로 쏘지도 못했고, 욕심 탓에 실수도 많았다"고 속내를 털어놨다. 하지만 "슛오프에서 후회 없이 해보자. 아쉬움 남기지 말고, 자신 있게 해보자고 맘먹었는데 그게 통했다"고 밝혔다.

구본찬은 원래 슛오프에서 강하지 않다고 스스로 말했다. 그는 "이번 대표팀 남자 선수 3명 중에서 내가 제일 못한다. 슛오프 승률이 40%정도다. 다른 선수들은 70~80%에 이른다"면서 "나 스스로 자신감을 불어넣었다. 후회 없이 쏴보자. 내가 잘하는 자세가 있으니까 그걸 믿고 쏴보자고 했는데, 운도 좋았다"고 웃으며 말했다.

2관왕과 올림픽 양궁 전 종목 석권이라는 큰 일을 해낸 것이 실감이 나느냐는 질문에는 "아직은 모르겠다. 그냥 오늘을 즐기고 싶다. 역사를 쓴 건 아니고 잘 준비했고, 운도 잘 따라줬고, 잘 풀린 것 같다. 여기에 만족하지 않고 전진하겠다"고 겸손한 모습을 보였다.

이미 모든 경기를 마친 여자 궁사들의 응원도 큰 힘이 됐다. 구본찬은 "여자 선수들이 기를 불어넣어 주겠다면서손을 잡아주더라고요.이렇게 손 많이 잡은 것은 처음이에요. 제가 언제 그렇게 유명한 여자 선수들 손을 잡아보겠어요. 오늘은 손 안 씻으려고요. 아름다운 밤이에요"라며 너스레를 떨었다.

그는 "조금 더 발전하는 올림픽이었다. 남자 개인전 우승으로 전 종목 석권 목표를 이뤄 너무 기쁘다. 앞으로 더 열심히 해서 발전하는 팀이 되겠다"면서 마지막으로 고향에 계신 부모님께 "지금 경기보고 많이 우시고 계실 텐데,항상 응원해주고 지원해주셔서 감사합니다.효자가 되겠습니다"라고 인사를 전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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