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야고부] 이상정상(異常正常)

입력 2016-08-13 05:00:01

"요즘 대구 날씨가 왜 이래? 스콜인가?"

한반도가 아열대 날씨로 바뀌고 있다는 이야기와 함께 올여름 대구 날씨도 변덕스러웠다. 하늘은 수시로 비를 뿌렸고 천둥 번개도 멋대로 쳤다. 열대지방에서 나타나는 세찬 소나기와 강한 바람, 천둥 번개를 동반한 그런 날씨가 대구에서도 마치 일상 같았던 탓이다.

이전에는 겪지 못한 경험이다. 말하자면 이상(異常) 기후다. 이변(異變)이랄 수도 있다. 그러나 이상과 이변의 기후가 되풀이되면서 이제는 자연스러운 정상(正常) 기후로 받아들일 수밖에 없는 시절이다.

이상의 정상이 아닐 수 없다. 이상의 정상은 날씨와 기후만의 현상은 아니다. 사람과 동물도 그렇다. 사람이 사람다운 행동과 말을 하던 정상은 사라졌다. 반대의 행동과 말을 하는 이상의 시절이다. 정치인과 판검사와 관료, 재벌 사람들이 그들이다.

동물도 같다. 고양이가 쥐를 잡고, 개가 짖던 그런 정상 시대는 지났다. 잡을 쥐도 없거니와 짖을 공간조차 없어서다. 발을 딛고 사는 곳곳이 마찬가지다. 마땅함이 정상이고, 그렇지 않음이 이상인 시절은 분명 아니다. 바야흐로 이상과 이변이 정상이다.

그렇다고 이상과 이변의 정상을 부정적으로만 볼 일은 아니다. 지구 반대편 브라질에서 열린 올림픽에서 날마다 벌어지는 이상의 정상이 좋은 사례다. 연일 그렇다. 세계 1위의 선수들이 줄줄이 떨어지고 예상 못한 순위 낮은 선수들이 선전하고 있다.

그런 이상과 이변의 소식은 지구촌을 들썩이고, 흥분과 진한 감동까지 전하고 있다. 세계 테니스 1위 왕좌의 노바크 조코비치가 남자 단식, 복식 모두 초반 탈락했다. 세계랭킹 1위 우리 선수 여럿도 같은 운명을 맛봤다.

그런데 최근 우리 정치판도 이상과 이변이다. 영남을 지지터로 하는 새누리당의 새 대표로 호남 기반의 이정현 3선 국회의원이 지난 9일 뽑혔다. 물론 이상과 이변의 정상까지는 아니지만 전례 없던 이상과 이변은 자명하다.

영남 뿌리의 새누리당 전신까지 포함해서 이런 일은 처음이다. 더불어민주당 추미애 의원이 "그분은 생물학적 호남"이라 깎아내렸다지만 그의 등장이 이상과 이변이 정상으로 가는 첫걸음이 되길 바라는 마음이다. 당다운 역할도 못한 종전 새누리당의 이상은 결코 정상이 아니었기 때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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