개인전까지 석권 2관왕…"4년 전 '대표탈락 선수' 꼬리표 떼 기뻐"
180㎝의 거구와 158㎝의 작은 궁사가 함께 사선에 섰다. 마치 어른과 꼬마의 대결처럼 비쳤다. 하지만 활솜씨만큼은 키 작은 궁사가 훨씬 뛰어났다. 긴장한 기색도 별로 없었다. 바람이 오락가락, 신경을 거슬리게 했지만 경기 초반부터 끝날 때까지 기복 없는 플레이를 펼쳤다. 그렇게 장혜진(29'LH)은 리우 올림픽 여자 양궁 개인전 결승에서 최후의 승자가 됐다.
시상대 정상에 선 궁사는 세계 랭킹 1위 최미선(20'광주여대)도, 런던 올림픽 2관왕인 에이스 기보배(28'광주시청)도 아니었다. 여자 양궁 대표팀의 맏언니이자 다크호스인 장혜진이 12일 브라질 리우 삼보드로모 양궁장에서 여자 양궁 개인전 금메달을 목에 걸었다. 4강전에서 장혜진에 밀린 기보배는 동메달을 추가했다.
대구체고, 계명대 출신인 장혜진은 늦깎이 스타다. 2012년 런던 올림픽 대표 선발전에서 4위에 그치며 올림픽 티켓을 눈앞에서 놓쳤다. 4년간 절치부심한 장혜진은 처음 출전한 올림픽에서 단체전 금메달에 이어 개인전 금메달을 수확, 2관왕 자리에 올랐다.
앞서 장혜진은 16강전에서 북한의 강은주(21)와 리우 올림픽 첫 남북 대결을 펼쳤다. 부담감이 있었지만 장혜진은 기량으로 강은주를 압도했다. 강은주가 7점을 쏘는 등 흔들린 것과 달리 안정된 플레이를 펼치며 6대2로 승리했다.
4강에선 기보배와 맞붙었다. 경기장 안으로 입장할 때 기보배가 굳은 표정이었던 것과 달리 장혜진의 얼굴엔 가벼운 미소가 번져 있었다. 경기 후 장혜진은 "웃고 있었는지는 잘 모르겠다. 결과에 상관없이 이 순간을 즐기자고 생각한 덕분에 그런 표정이 나온 것 같다"고 했다.
이름값만 생각하면 장혜진은 기보배의 적수가 되지 못했다. 하지만 장혜진은 전혀 주눅이 들지 않았다. 두 번째 날린 화살이 3점에 그치는 등 강풍 탓에 경기 초반 흔들리기도 했으나 이내 안정을 찾았고, 기어이 결승행 티켓을 거머쥐었다.
금메달을 향한 최대 고비를 이미 넘어 마음이 편해진 덕분일까 결승전에 나서는 장혜진의 표정은 밝았고, 결과도 좋았다. 리사 운루흐(독일)를 맞은 그는 큰 위기 없이 6대2(27-26 26-28 27-26 29-27)로 승리했다.
장혜진은 "금메달을 딸 수 있을 것이라곤 예상하지 못했다. 한 발, 한 발 최선을 다한다는 생각만 했다"며 "런던 올림픽 선발전 4등 선수라는 꼬리표를 떼 후련하고 기분이 좋다"고 했다.
문형철 양궁 대표팀 총감독은 "(장)혜진이는 오늘 연습할 때부터 마음이 편해 보였다. 사실 단체전이 혜진이의 목표였는데 이미 금메달을 땄으니 심적인 부담이 적었을 것"이라며 "(최)미선이와 (기)보배에 비해 주목을 덜 받다 보니 더 편안하게 '즐기는' 경기를 했고, 그래서 더 좋은 결과를 낳은 것 같다"고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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