리우프레대회 참가 자격 없어도 '도둑훈련'한 장혜진

입력 2016-08-12 08:02:26

올림픽 챔피언! 내가 장혜진. 연합뉴스
올림픽 챔피언! 내가 장혜진. 연합뉴스

정신없이 휘몰아치는 삼보드로무의 '도깨비 바람'을 뚫고 '악바리 정신'으로 2관왕 꿈을 이룬 대구 출신의 신궁 장혜진(29·LH). 그녀는 이번 올림픽을 통해 4년 전 겪어야 했던 설움을 눈부신 환희로 승화시켰다. 만년 4등 선수라는 꼬리표도 영원히 날려버릴 수 있었다.

사실 그녀는 지난해 리우에서 열린 프레올림픽 참가자격이 없었다. 4등으로 출전 선수들과 동행한 장혜진은 시합에 나서지 못하고 홀로연습장에서 '도둑훈련'을 하면서 독기를 품고 올림픽의 꿈을 키워야 했다.

장혜진은 "그때 몰래 훈련하면서 다짐했어요. 꼭 돌아와서 저렇게 사선에서 활을 쏴야겠다고. 결승전 사선에 섰을 때는 정말 꿈만 같았어요"라고 했다.

이번 금메달을 통해 런던 올림픽 선발전 4등 선수라는 꼬리표도 확실히 떼어냈다. 2012년 런던 올림픽 당시 올림픽 대표 후보 선수 4명에 포함됐으나 막판에 탈락하면서 홀로 쓴 눈물을 삼켜야 했기 때문이다.

이번 리우 대회 선발전에서도 마지막까지 강채영(경희대)과 피 말리는 접전을 벌이다가 올림픽 출전이 확정되자 눈물을 흘리기도 했던 그녀였다.

그래서일까. 장혜진은 금메달 확정 순간에 이어 시상식에서도 눈물을 보였다. 그녀는 "시상식에 서니 선발전에서 힘들었던 과정이 생각났다. 애국가를 들으니까 울컥 눈물이 났다."고 했다.

장혜진은 전형적인 '대기만성'형 선수다. 초등학교 4학년 때 양궁을 시작했지만, 27살이던 2014년에야 월드컵 대회에서 첫 개인전 금메달을 딸 정도로 뒤늦게 이름을 알리기 시작했다.

장혜진은 "중학교 때까지 전국대회에 못 나갈 정도로 실력이 없었다. 고등학교 때는 많이 방황했다"면서 "대학교 4학년 때 태극마크를 처음 달았다"고 회상했다.

개인전 금메달을 예상했느냐는 기자들의 질문에 장혜진은 "예상 못 했다. 결승전이라는 생각보다는 한 발, 한 발만 생각하고 임했다. 마지막 발을 남겨두고 올림픽 결승이라는 생각이들었다. 렌즈 한 번 깨보려 했는데 잘 못 쐈다."고 답했다.

이날 개인전의 결정적인 변수가 된 바람을 이겨낸 비결도 털어놨다. 장혜진은 "다른 선수들이 바람이 많이 불어서 실수할 때 자세를 눈여겨봤다. 사선에 들어가면 내가 해야 할 것만 자신 있게 쏘자고 생각했고, 그렇게 했다"고 말했다.

◇ 신상기록

신장=158㎝, 몸무게=51㎏, 학력=대구체고-계명대

◇주요대회 기록

2014년 월드컵 3차 대회 개인전 금메달

2014년 인천 아시안게임 개인전 은메달·단체전 금메달

2016년 현대 월드컵 2차 대회 단체전 금메달

2016년 현대 월드컵 3차 대회 단체전 금메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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