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비자·상인 외면에… 녹아버린 아이스크림 정찰제

입력 2016-08-12 05:00:02

800∼1,800원 정가 붙이고는 300∼500원에 할인판매하기도

이달부터 시행 중인 '아이스크림 가격 정찰제'가 상인과 소비자들로부터 외면받고 있다. 소비자들은 비싸진 아이스크림을 꺼리고, 상인들도 마진을 줄여서라도 할인 판매를 지속하면서 정찰제가 벌써 '유명무실' 해졌다.

롯데빙과'빙그레'롯데푸드'해태빙과 등 국내 대표 빙과 4사는 지난 1일부터 생산되는 '바(Bar)형 아이스크림' 제품에 권장소비자가격 표시를 시작했다. 2010년 유통업체가 판매가를 스스로 정하는 '오픈 프라이스제'를 도입한 이후 상시 할인이 보편화됐으나, 과도한 할인 경쟁 탓에 시장 질서가 무너졌다는 지적이 잇따르자 이 같은 조치를 취한 것이다.

그러나 11일 대구시내 슈퍼마켓을 돌아본 결과 여전히 권장소비자가격 표시 제품을 판매하지 않거나, 800~1천800원으로 정가가 표시된 제품도 300~500원에 할인 판매하는 곳이 여럿 있었다. '아이스크림 2개 구입 시 1개 무료 증정' 등 변종 할인 판매를 하는 곳도 적잖았다.

업주들은 "아이스크림 하나를 500원 전후에 사던 소비자들이 비싼 가격에 거부감을 나타내고 있다"며 "앞서 구입한 재고를 다 팔고 나서 소비자 반응에 따라 가격 정찰제에 따를 계획"이라고 말했다.

최근 북구에 생긴 아이스크림 전문 할인마트는 아이스크림을 대량 구매하는 방법으로 정상가 대비 45~65% 싸게 판매하는 등 정찰제를 피해가고 있다. 종류에 따라 최저 300원짜리 아이스크림을 판매하는 이곳을 찾는 손님이 하루 평균 1천 명에 달한다.

아이스크림 가격 정찰제에 대한 소비자들의 불만도 높다. 대학생 최모(25) 씨는 "앞으로는 아이스크림을 10여 개씩 사서 가족과 나눠 먹던 작은 사치도 누리지 못하게 됐다"며 "옆 동네 슈퍼마켓에선 여전히 아이스크림 4개를 1천원에 판매하는 것을 봤는데 차별받는 기분마저 들었다"고 했다.

정찰제 시행 이후 아이스크림 납품 단가가 함께 오르자 기존 슈퍼마켓'빙과업체 간 대량 구입을 조건으로 '목돈'을 주고받던 기형적 거래가 사라지는 긍정적인 측면도 있다. 지역의 빙과업체 관계자는 "권장소비자가격 표시가 정착되면 과도한 할인행사가 줄고 시장이 안정될 것"이라며 "지금껏 계속 제기된 소비자 혼란 문제를 바로잡는 기회가 될 것"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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