손 저림 대표적 질환 '손목터널증후군'

입력 2016-08-10 05:00:02

엄지·검지·중지 찌릿찌릿 저리면 일단 의심

온종일 집안일에 시달리는 주부 전모(53) 씨는 수개월 전부터 손바닥에 찌릿찌릿한 통증을 느꼈다. 저리고 타는 듯한 통증은 엄지와 검지, 중지로 이어졌고, 찬물에 손을 넣으면 유난히 손끝이 시렸다. 심한 통증 때문에 자다가 깨는 일이 잦았고, 찜질팩을 붙여도 점점 심해지기만 했다. 병원을 찾은 전 씨는 '손목터널증후군'이라는 진단을 받았다.

중년 여성들 중에는 손이 자주 저리고 통증을 느낀다는 이들이 적지 않다. "전기가 오는 것 같다"거나 "남의 살을 만지는 듯한 느낌이 든다"는 등 증상도 제각각이다. 손발이 저리면 뇌졸중을 의심하거나 혈액순환이 좋지 않다고 자가진단하는 경우가 많지만, 손저림은 혈액순환장애나 뇌졸중보다는 신경 압박이나 당뇨병 합병증, 갑상선 기능 이상이 원인인 경우가 대부분이다.

◆손목터널증후군 5년 만에 40% 늘어

손저림의 원인은 다양하다. 우선 감전된 느낌이 들거나 감각 이상을 겪는 경우는 신경계에 이상이 생겼을 가능성이 높다. 손과 팔의 운동과 감각을 조절하는 신경은 목에서 시작돼 손가락 끝까지 전깃줄처럼 퍼져나온다. 이 신경이 지나가는 도중에 압박을 받으면 손이 저린 증상이 나타난다.

손저림을 느끼는 가장 대표적인 질환은 '손목터널증후군'이다. 손목터널증후군은 손목 중앙 아래쪽의 정중신경이 손목 관절 부위에 있는 터널 모양의 수근관을 통과하는 과정에서 주위 구조물에 눌리면서 발생한다.

건강보험심사평가원에 따르면 손목터널증후군으로 진료를 받은 인원은 지난 2009년 12만4천 명에서 2013년 17만5천 명으로 5년 만에 41%나 증가했다. 특히 전체 환자 중 여성 환자의 비율이 78%로 남성(22%)보다 4배 가까이 많은 점이 특징이다. 이는 여성이 남성에 비해 손목 관절과 근육, 인대 등이 약하고, 빨래나 청소, 요리 등 손목을 반복적으로 사용하는 가사일을 전담하는 경우가 많기 때문이다. 특히 폐경기가 찾아오는 50대 이상 여성들은 여성호르몬인 에스트로겐이 급격하게 줄면서 뼈와 연골이 약해진다.

이 밖에도 팔뚝 부위의 근육을 많이 사용하거나 팔꿈치 관절이 지나치게 바깥으로 휘는 경우, 팔꿈치 관절 주변에 반복적인 외상을 입는 경우에도 손저림이 나타나기 쉽다. 탈구나 급성 외상, 감염, 기형 근육에 의한 압박도 손저림의 원인으로 꼽힌다. 목 부위의 신경이 눌리는 경추협착증이나 어깨 부위의 신경이 눌릴 때도 손저림이 올 수 있다.

만성 당뇨병 합병증이나 갑상선 기능 이상과 같은 내과계 질환도 손저림의 원인으로 꼽힌다. 드물지만 말초신경 자체가 손상되는 자가면역질환이나 유전질환, 비타민 B12와 같이 특정 영양소의 결핍이 있는 경우, 뇌졸중 등 중추신경계통의 이상도 손저림을 유발한다.

◆신경 눌린 부위 따라 아픈 손가락 달라져

손저림은 다양한 원인에 의해 발생한다. 따라서 손저림의 범위와 발생시기, 악화 및 완화 요인, 음주 및 흡연 여부, 직업, 질병력, 현재 복용 중인 약 등에 대해 자세하게 의료진과 상의해야 불필요한 검사를 줄일 수 있다.

혈액검사는 당뇨병 등과 같은 만성질환 유무를 확인하고 병력에 따라서 감염성 질환이나 비타민 수치를 측정할 수 있다. 말초신경의 상태를 파악하는 데는 신경전도검사가 유용하다. 이 밖에 X-선과 자기공명영상(MRI) 등을 촬영하는 것도 도움이 된다.

손목터널증후군의 경우 엄지와 검지, 중지 등 세 손가락이 많이 저리고 아픈 증상이 나타난다. 양 손목을 구부려 손등을 서로 맞닿도록 하거나 손목의 중앙부를 반대편 엄지손가락으로 1분쯤 누르면 손저림이 더 심해지는 경향이 있다.

네 번째와 다섯 번째 손가락이 저리면서 무뎌지고, 젓가락질이나 병뚜껑 열기가 힘들다면 척골신경압박증후군 등 팔꿈치 부위의 질환을 의심해야 한다. 어깨와 쇄골 부위에 문제가 있는 경우에는 손에 오는 모든 신경들이 압박을 받기 때문에 손 전체에 저림과 마비 증상이 온다. 팔을 위로 들어 올려 오랜 시간 작업을 할 수 없고 팔 전체에 힘이 빠진다.

손저림이 생겼다고 해서 반드시 수술을 해야 하는 것은 아니다. 초기에는 일상생활에서 신경이 압박받는 자세를 피하거나 손목이나 팔꿈치를 펴주는 부목을 사용하면 치료에 도움이 된다.

그러나 손저림이 계속되거나 심한 경우에는 신경을 압박하는 인대를 절개하는 수술을 받기도 한다. 손목터널증후군의 경우 손바닥을 1~2㎝ 정도 절개해 신경을 압박하는 손목수평인대를 절개한다. 2주 정도 지나면 일상생활이 가능하지만 수술 후 한두 달까지는 무거운 물건을 들거나 손에 무리가 가는 일은 가급적 피해야 한다.

손저림을 예방하려면 바른 자세를 유지하고, 손목과 팔꿈치, 어깨, 목 등의 스트레칭을 자주 해야 한다. 무거운 짐을 오랫동안 들거나 반복적인 일은 피하는 것이 좋다.

남현재 W병원 수부미세수술센터 과장은 "손저림을 예방하려면 손을 늘 따뜻하게 해주고 무거운 짐은 여러 번 나누어서 드는 게 좋다"면서 "특히 손목을 많이 사용할수록 손 근육을 이완하는 스트레칭을 자주 하면 예방에 도움이 된다"고 조언했다.

도움말 남현재 W병원 수부미세수술센터 과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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