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일춘추] 현실동화-신데렐라

입력 2016-08-10 05:00:02

오서은
오서은

초인종이 울리자 모두 그녀에게 소리쳤다. "왜 꾸물대고 있는 거야? 어서 내려와서 준비해야지!" 그녀는 두려움에 떨고 있었다. 요정은 번민에 가득 찬 그녀의 눈을 바라보며 말했다. "진실한 사랑일지라도 때로는 무섭고 두려운 순간이 찾아오지."

꿈 같은 시간이었다. 몸에 잘 맞는 화려한 드레스는 그녀를 돋보이게 했다. 그가 다행스럽게도 그녀에 대해 크게 궁금해하지 않았기 때문에 그녀는 시종일관 그의 스텝에 발을 맞춰 춤을 출 수 있었다. 유리구두가 커 조금 아프긴 했지만 개의치 않았다. 반짝이는 눈동자는 마치 열정에 타오르는 불꽃 같았고 그녀는 금세 빠져들었다. 그러나 자정을 알리는 종이 울리자 그녀는 돌아가야 했다. 그가 원하는 건 꿈속의 공주님이었지만 자신은 그저 먼지투성이일 뿐이었다. 도망치던 그녀의 구두 한쪽이 벗겨졌다. 발뒤꿈치에서 피가 나고 있었다. 그는 남겨진 구두를 손에 든 채 그녀를 부르려 했으나 이름조차 알지 못했다.

며칠 후 그녀는 그가 자신이 도망친 그 무도회에서 다른 여자와 사랑에 빠졌다는 소식을 듣게 되었다. 그 여자는 바로 자신의 배다른 동생이었다. 그리고 오늘이 그가 동생을 데리러 오는 날이었다. 손과 발이 사시나무 떨리듯 떨렸지만 그녀는 천천히 문 앞으로 나아갔다. 마침내 그가 집 안으로 들어서자 온 가족은 두 사람의 사랑을 진심으로 축복했다. 그는 그녀의 동생을 보자마자 사랑에 빠진 달콤한 표정으로 말했다. "내가 누구인지 알게 한 당신에게 내 사랑을 바칩니다." 그러고는 주머니 속에서 무언가를 꺼내더니 무릎을 꿇었다. "나와 결혼해 주시겠습니까?" 그가 꺼낸 건 그녀가 잃어버린 유리 구두였다. 동생은 그 신발에 발을 넣었다. 신발은 아주 꼭 맞았다.

그녀는 자신이 보고 있는 광경을 믿을 수가 없었다. 온 세상이 아름다운 두 연인을 축복하는 떠들썩한 축제 한가운데에 혼자 섬처럼 서 있었다. 그 순간 그와 눈이 마주쳤다. 당황한 기색이 역력했다. 잠시나마 달콤한 이야기를 속삭이던 두 사람이었지만 남보다 더 어색한 침묵이 흘렀다. 그녀의 눈에서 굵은 눈물이 쏟아져 내렸다. 요정이 위로하기 위해 다가오자 그녀는 뿌리치며 소리쳤다. "왜! 어째서?" 요정이 말했다. "이 세상 모든 여자는 자신이 공주라 믿지. 하지만 현실엔 너만을 위한 동화는 없어. 그는 네가 아니라 저 아가씨를 선택했을 뿐이야."

그녀가 눈물 어린 목소리로 소리쳤다. "이게 날 위한 동화가 아니라면 날 여기서 빼내주세요!" 요정은 그녀를 안쓰럽게 바라보다가 지팡이를 흔들었다. 하늘이 순식간에 어두워지고 거센 바람이 들이닥쳤다. 모두가 두려움에 비명을 지르고 있을 때 그녀의 몸이 붕 뜨며 안개 속에 휩싸였다. 누군가 겁에 질린 목소리로 소리쳤다. "신데렐라!"

순간, 그녀는 그대로 사라졌다. 먼지가 되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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