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키히토(明仁) 일왕의 생전퇴위 의향이 아베신조(安倍晋三) 일본 총리의 염원인 헌법 개정에 미칠 영향을 두고 엇갈린 시각이 엿보인다.
살아 있는 동안 물러나는 것이 일본 국민과 가족을 위해서 바람직하다는 견해가 담긴 아키히토 일왕의 영상 메시지가 8일 공표돼 일본 열도의 관심이 향후 절차와 파장에 집중됐다.
각계가 일왕의 퇴위 의향에 관한 의견을 쏟아냈고 올해 임시 국회에서도 관련 논의가 중요한 화두가 될 것으로 보인다.
국민의 관심이 큰 문제인 만큼 정치권은 왕위 계승을 규정한 '황실전범'(皇室典範) 논의 등에 많은 에너지를 쏟을 수밖에 없고 이는 아베 총리의 개헌 시나리오에 부정적인 변수라는 분석이 우선 나온다.
마이니치(每日)신문은 중'참의원에서 개헌 찬성 세력이 개헌안 발의 요건인 3분의 2 의석을 넘긴 것을 계기로 아베 총리가 개헌을 향후 주요 정치 과제로 삼으려 했으나 아키히토 일왕의 퇴위 의향 표명으로 인해 개헌 논의가 뜻대로 진행되지 않을 가능성이 있다고 9일 전망했다.
일각에서는 전쟁에 대한 반성과 헌법 준수 등을 중요하게 생각해 온 아키히토 일왕이 아베 총리의 개헌 구상을 저지하기 위해 퇴위 의향을 밝힌 것이 아니냐는 관측까지 나오는 상황이다.
반면 개헌 찬성 세력이 일왕의 퇴위 문제를 개헌의 지렛대로 이용하려는 조짐도 보인다.
아베 정권에 우호적인 논조를 유지하고 개헌을 강하게 주장해 온 산케이(産經)신문은 왕위 계승이나 생전퇴위에 관해 "헌법에 명기하기 위한 개정을 포함해 항구적인 환경 정비를 요구하는 목소리가 높아져도 이상하지 않다"고 보도했다.
이 신문은 아키히토 일왕이 생전퇴위를 할 수 있도록 헌법을 개정하는 것에 대한 의견을 물으니 찬성이 84.7%에 달했다는 후지뉴스네트워크(FNN)와의 공동 여론조사 결과까지 실었다.
의도했든 하지 않았든 아키히토 일왕의 대국민 메시지는 일본 정계를 논쟁의 소용돌이로 몰아넣을 것으로 관측된다.
아키히토 일왕은 퇴위라는 표현을 피하고 개인 생각을 전제로 우회적으로 물러나고 싶다는 의사를 표현했으며 일본 정부 대변인인 스가 요시히데(菅義偉) 관방장관도 일왕 메시지가 "국정에 영향을 미칠만한 발언이 아니다"고 평가했다.
일본 헌법 3조는 일왕이 "헌법이 정한 국사(國事)에 관한 행위만 하며 국정(國政)에 관한 권능을 지니지 않는다"며 일왕의 정치 관여를 금지하고 있다.
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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