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옛 사람이 말하기를 '여러 사람의 말이 쇠도 녹인다'고 했습니다. 이제 바닷속의 짐승이 어찌 여러 사람의 입을 두려워하지 않겠습니까? 백성들을 모아 노래를 지어 부르면서 막대기로 언덕을 치면 부인을 볼 수 있을 것입니다." 고려 일연 스님이 지은 삼국유사에 나오는 내용이다. 신라의 순정공이란 관리가 강릉태수로 부임하던 길에 동해 용이 '아름다운 부인' 수로(水路)를 납치하자 한 노인이 던진 말이다. 이때 막대기를 두드리며 부른 노래가 '해가'(海歌)다. "거북아 거북아 수로 부인을 내놓아라… 네 만약 거역하고 내어 바치지 않으면 그물을 넣어 사로잡아 구워서 먹으리라."
결국 순정공이 뭇 사람의 입 덕분에 부인을 구했듯이 중구(衆口)의 힘은 세고 무섭다. 또한 중구는 막기도 어렵다고 해서 '난방'(難防)이라 했다. '중구난방'의 뜻이다. 즉 여러 사람의 입의 말은 막기도 어렵다. 또 그 말로 인한 결과도 예측할 수 없다. 여러 입이 좋은 뜻이면 괜찮겠지만 반대이면 죽음조차도 피할 수 없다. 옛 사람이 뭇 사람의 입을 경계한 까닭이다. 조선조 학자 정약용이 우리나라 241개 속담과 170여 개 중국 속담을 모은 '이담속찬'(耳談續纂)에 나오는 말도 그렇다. '여러 사람에게 손가락질받으면 병이 없어도 죽는다'(千人所指 無病而死)라는 말이다.
지금 롯데그룹 창업주 신격호(94) 회장 일가에 대한 검찰의 비자금 등 수사를 둘러싸고 말이 많다. 특히 재산의 세습 과정에서 빚어진 탈세 여부를 둘러싸고 나도는 이야기가 관심거리다. 신 회장이 장녀 신영자(74) 롯데장학재단 이사장, 그리고 자신과 사실혼 관계인 서미경(57) 씨와 딸(33)에게 주식 지분을 넘기면서 6천억원에 이르는 탈세를 한 정황이 검찰에 포착되면서다. 게다가 이런 일이 신 회장의 "드러나지 않게 세금을 안 내고 지분을 넘길 방법을 알아보라"는 지시에 의해 롯데그룹 정책본부의 설계로 이뤄진 것으로 알려져 더욱 그렇다.
신 회장이 자신의 지분을 딸과 서 씨 모녀에게 넘긴 시점이 2005~ 2010년인 것으로 검찰은 보고 있다 하니 신 회장의 나이 80세를 넘은 시점이어서 그 의도를 짐작게 한다. 인생의 황혼기에 재산을 물려주되 세금 내지 않으려다 보니 '드러나지 않게 주는 방법'을 찾은 듯하다. 하지만 이번 일로 신 회장과 롯데그룹이 지향하는 '사랑' '자유' '풍요로운 삶'은 과연 누구를 위한 것인지에 대해 뭇 사람의 입에 오르내리며 앞날이 어떻게 될지 궁금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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