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광장] 부러우면 지는 거다

입력 2016-08-06 05:20:04

전북 익산 출생. 서강대 언론대학원 재학(미디어교육 전공). 2007년 MBN 입사
전북 익산 출생. 서강대 언론대학원 재학(미디어교육 전공). 2007년 MBN 입사

#1. 한 어린이 앞에 건장한 체구의 어른이 90도로 허리를 숙이고 있다. 아이는 아버지뻘 되어 보이는 어른의 헤어스타일이 궁금하다며 머리를 쓰다듬는다. 어린아이에게 기꺼이 고개를 숙인 그는 청소부로 보이는 남성과 장난스레 인사를 하고 자신의 비서에게는 손수 우산을 씌워준다. 우리 이웃처럼 평범하고 소탈해 보이는 그는 세계에서 가장 힘센 나라의 1인자, 버락 오바마 미국 대통령이다. 백악관의 직원들과 자연스럽게 어울리고 소통을 중시하는 대통령의 모습은 전 세계의 언론이 집중되는 기자회견장에서도 그대로 드러난다. 지난해 한 기자회견에서 그는 "내 언론팀은 항상 말리지만 더 질문하세요. 나는 여러분과 이야기하기를 원합니다"라고 말했다. 친근한 스킨십으로 국민과 소통하는 '오바마 같은 대통령'이 우리에겐 왜 없을까. 예부터 나라님의 언어는 천금 같아야 하고 행동은 신중하고 무거워야 한다는 한국적 사고방식 때문일까. 쌍방향 질의응답이 아닌 일방통행식 담화 발표, 자유로운 토론이 아닌 수직적 대면보고도 기피하는 대통령. 불통과 권위적인 이미지로 비치는 우리 대통령에 비해 상대적으로 인간적인 오바마 대통령의 모습을 보며 호감을 넘어 부러움을 느낀다. '부러우면 지는 거다'라고 했는데, 솔직히 부럽다.

#2. 성적표가 너무 처참하다. OECD 42개국 중 39위로 밑바닥에 가깝다. '자국의 사법제도를 신뢰하십니까'라는 물음에 '신뢰한다'고 답한 우리 국민은 27%에 불과했다. 한국보다 밑에는 아직 반군과 마약 조직이 활동하는 나라인 콜롬비아(26%)와 칠레, 우크라이나 등 3개국뿐이다. 그나마 이것도 2015년에 조사한 결과다. 68년 검찰 역사상 최초로 현직 검사장이 구속기소된 지금, 다시 여론조사를 실시한다면 꼴찌는 따 놓은 당상일 것이다. 이미 2010년 자동차 받고 명품백 받은 '스폰서 검사'들이 줄줄이 나왔고, 2012년 '김광준 검사 뇌물수수' 사건으로 검찰의 신뢰도는 추락했다. 당시 한상대 검찰총장은 "검찰을 환골탈태 시키겠다"며 개혁안을 내놨지만 이번에 드러난 형국을 보니 가관이다. 개혁은커녕 평검사에서 부장검사, 올해는 검사장급으로 썩은 간덩이만 더 커져 있었다. 이제 더 이상 떨어질 곳도 없다. 이번에라도 반드시 고위공직자비리수사처 도입, 전관예우 근절 등을 통해 부패의 뿌리를 뽑아야 한다. 국민의 83%가 사법제도를 신뢰한다고 답해 1위를 기록한 덴마크나 노르웨이만큼은 바라지도 않는다. 11위를 기록한 일본이 너무 부럽다. 일본에게 지는 건 딱 질색인데, 압도적인 패배다.

#3. "언론 자유의 심대하고 충격적인 쇠퇴." '국경 없는 기자회'(RSF)가 3년 동안 '언론자유지수' 변화를 발표하며 내놓은 한마디다. RSF는 "국가에 위협이 된다는 명분만으로 방송과 신문 보도를 제한하는 것은 물론 국민의 인터넷 접근권까지 정부에서 불허하는 일이 비일비재하게 발생한다"고 비판했다. 하필 이때 RSF의 지적이 현실로 나타나 정곡을 찔린 듯 아프다. 지난 30일, 세월호 참사 당시 청와대 홍보수석이었던 이정현 의원과 KBS 김시곤 보도국장의 통화내용이 공개됐다. 읍소와 으름장 전략을 반복하며 보도를 통제하려 했음이 녹취록을 통해 만천하에 드러났다. 이 의원은 "온 나라가 어려운데 지금 해경하고 정부를 두들겨 패는 것이 맞습니까"라며 멘트를 바꿔달라, 다른 기사로 대체해 달라고 주문했다. 과거 '땡전뉴스' '언론사통폐합'으로 대표되던 언론의 흑역사를 지나 이제 대한민국은 자유 언론의 기로에 들어섰다고 생각했다. 하지만 속내를 들여다보니 우리는 끊임없이 추락하고 있었다. 참여정부 시절 31위였던 '언론자유지수' 순위는 2016년 70위를 기록해 역대 최악이다. 언론 자유를 중시하던 유럽마저도 언론 자유의 침해가 크게 늘어 부러울 곳이 없다는 것을 이나마 다행으로 여겨야 할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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