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덕 사나이들, 소싯적에 볼 좀 찼죠!
영덕군이 지난달 18일 단일종목 최초로 지역특화발전특구인 '유소년축구특구'로 선정됐다. 엄청난 축구 열기'기라성 같은 축구스타들의 고향이라는 점을 굳이 상기시키지 않더라도 축구 도시 영덕이라는 말이 이젠 자연스럽다.
축구를 군기(群技)로 삼고 있는 영덕이 유소년 축구 특구로 지정된 것은 어쩌면 당연한 일이다. 영덕 유소년축구특구 지정을 계기로 영덕이 한 차원 다른 축구 도시로 거듭나기 위한 비상의 꿈을 꾸고 있다.
상-축구 사랑, 스타의 산실
하-지역특화형 성장 엔진
영덕군이 유소년축구특구에 대해 관심을 가지게 된 것은 영덕 사람들의 남다른 축구에 대한 열정 때문이다. 인구는 4만 명도 안 되지만 8개 축구장을 갖췄고 국제유소년축구대회도 거뜬히 치를 만큼 저력과 역사를 가지고 있다.
◆군수님'읍장님도 골게터
매일신문 1997년 4월 8일 자 스포츠면에는 'LG전자'영덕군청 우승'이라는 톱기사가 큼지막하게 실렸다. 매일신문사 주최 달구벌기 직장인축구대회에서 직장 1부'2부에서 우승한 팀을 소개한 기사다.
영덕군청은 이 대회 결승에서 당시 30대였던 김광열(57'현 영덕읍장) 선수가 후반 6분과 20분 내리 두 골을 넣어 2대 0으로 상대를 완파했다. 지금은 퇴직한 황승일(59) 전 강구면장이 감독상을 받았다.
같은 해 9월 말에도 영덕군청 축구 동호회가 예천에서 열린 경북도지사기 축구대회에서 영양'청송'울진'칠곡을 무실점으로 꺾고 우승하자 매일신문은 10월 6일 자에도 '월드컵대표팀 못지않죠'라는 제목의 기사로 군청 축구 동호회를 소개했다.
20년 가까이 지났지만 최근에도 영덕군청 축구 동호회는 공무원축구대회에서 최강자의 명성을 이어가고 있다.
영덕군청 축구 동호회는 올해 우승을 놓쳤지만 지난 2013'2014'2015년 3년 연속 경북도지사기 공무원축구대회에서 우승을 차지했다. 특히 지난 2015년 대회에선 16강전에서 이희진 영덕군수가 경북도청팀을 상대로 직접 골을 넣어 승리를 견인하기도 했다.
1960년대 말부터 1970년대 초까지 영덕군의 인구가 한창 많았을 때는 10만 명을 훌쩍 넘는 수준이었지만 현재는 4만 명이 되지 않는다. 이런 상황에서 대부분 순수 아마추어로 구성된 영덕군청 축구 동호회가 이처럼 강한 이유는 무엇일까. 답은 간단하다. 축구 사랑 때문이다.
◆80년 전에도 축구 맹주
영덕 남자들은 초등학교 때부터 중고등학교때까지 학교 운동장'백사장'강변 모래터 등에서 너나 없이 축구공과 함께 달리고 뒹굴었다. 영덕에서는 대표선수 축에 못 낀다 하더라도 커서 군대 가면 군대 대표, 회사에 입사하면 회사 대표는 따 놓은 당상이라는 이야기가 중장년층 사이에선 무용담처럼 공공연하다.
이러한 영덕 사람들의 축구 사랑과 실력을 거슬러 올라가 보면 일제강점기에도 기록이 있다. 1925년 4월에는 영덕군 남정면 장사리에서 장사소년단 주최 영덕소년단 축구대회가 열렸는데 5개 팀이 참가해 이 중 부흥용진단이 우승을 차지했다는 신문보도가 있다.
1935년 8월에도 포항에서 열린 남조선축구대회에 대구'김해 등 12개 팀이 참가해 경기를 보는 사람들로 인산인해를 이뤘고 이들이 묵을 여관도 동이 날 정도였다. 승리의 월계관은 영덕팀이 차지했다는 소식이 신문에 실리기도 했다.
1969년에는 전국대회에서 강구국민학교가 우승을 거머쥐며 영덕 축구의 실력을 전국적으로 다시 한 번 과시했고, 당시 영덕군이 한바탕 잔치 분위기로 떠들썩했다는 것이 주민들의 기억이다.
이주영(62) 전 영덕군축구협회장은 "어렸을 때 어른들을 따라 축구 구경 갔던 기억이 생생하다. 어른들로 인산인해를 이뤘는데 키가 작아 잘 보이지 않아 가랑이 사이로 빠져나가 본 기억이 난다"며 "나도 초'중'고교까지 선수생활을 했는데 정말 실력 있는 친구들이 많았다. 40여 년 전 제대로 된 엘리트 축구부는 아니었지만 중학교 친구들은 대구공고 7명, 대륜고 1명이 축구특기생으로 진학했다"고 회고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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