美 공화 거물들 "차라리 클린턴 선택"

입력 2016-08-03 19:36:45

미 공화당 대선후보인 도널드 트럼프가 잇따른 막말로 당 안팎의 비난을 받고 있는 가운데 공화당 인사들이 "차라리 힐러리 클린턴 민주당 후보를 찍겠다"며 줄줄이 트럼프에 등을 돌리고 있다.

트럼프에 등 돌린 인사 중에는 공화당의 '돈줄'인 거물급 후원자도 포함돼 있어 가뜩이나 선거자금 모금액이 클린턴에 크게 뒤지는 트럼프 캠프가 사면초가에 빠졌다.

공화당의 대표 '큰손' 후원자인 메그 휘트먼 휴렛팩커드(HP) 최고경영자(CEO)는 2일(현지시간) 성명을 통해 "트럼프의 선동정치는 미국 국민성의 뼈대를 훼손하고 있다"며 "미국은 힐러리 클린턴 전 국무장관이 제시했던 안정적이고, 미래지향적인 리더십이 필요하다"고 클린턴 지지를 공식적으로 표명했다.

휘트먼은 지난 2009년 공화당 후보로 캘리포니아 주지사 선거에도 출마한 공화당 골수 지지자다.

그는 이날 뉴욕타임스(NYT)와의 인터뷰에서도 상당한 수준의 자원을 동원해 클린턴 캠프와 슈퍼팩(정치활동위원회)을 후원하겠다며 적극적인 기부 의사를 밝혔다.

이에 대해 로스앤젤레스타임스(LAT)는 반(反) 트럼프 운동에 이미 10만달러(1억1천만원) 이상 기부했던 휘트먼이 클린턴에 대한 적극적인 후원을 결정한 것은 트럼프 캠프의 선거자금 모금에 큰 타격을 가할 것이라고 분석했다.

트럼프 캠프는 지난달 클린턴 캠프의 모금액인 9천만달러(1천6억원)의 3분의 1가량을 겨우 모은 것으로 전해졌다.

트럼프 대신 클린턴에 투표 의사를 밝힌 공화당 인사들은 최근 2, 3일 사이에 줄줄이 나왔다.

공화당의 3선 하원의원인 리처드 한나는 이날 '시러큐스닷컴' 기명 칼럼에서 "트럼프 발언을 비판하는 것만으로 부족하다. 그는 공화당에 봉사하기에도, 미국을 이끌기에도 부적합하다"며 클린턴에 투표하겠다고 밝혔다.

또 트럼프의 최측근이기도 한 크리스 크리스티 뉴저지 주지사의 전 참모인 마리아 코멜라도 "15년간 공화당 원칙에 따라 일해온 사람으로서 더는 침묵할 수 없다"며 클린턴 투표 의사를 전했다.

공화당 경선 주자였던 젭 부시 전 플로리다 주지사의 핵심 참모였던 샐리 브래드쇼도 지난 1일 "트럼프는 여성혐오자이며 편견에 사로잡힌 자아도취자"라며 공화당을 탈당하겠다고 선언했다.

AP통신은 지난 2012년 공화당 대선 주자 밋 롬니와 이번 경선 경쟁자였던 젭 부시 전 플로리다 주지사 등을 비롯해 트럼프에 투표하지 않겠다고 선언한 공화당 주요 인사들이 수십 명에 달한다고 전했다.

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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