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민관협치 시대…정부 정책에 시민이 주도적으로 참여해야"
김성렬(58) 행정자치부 차관은 공직이 천직이다. 경찰, 교사, 면장을 지낸 아버지의 뒤를 이어 30여 년 공직에 몸담고 있지만, "다시 태어나도 공무원이 될 것"이라고 한다. 국민의 생명과 안전, 재산을 지키고 키우는 일에 대한 무한한 자부심을 갖고 있다.
중앙인사위원회 창설 멤버로 공무원 인사시스템을 확립한 것을 가장 큰 보람으로 여기고 있다. 행자부 지방행정실장 이후 지금까지는 정부 3.0에 '올인'하고 있다. '대한민국 주권은 국민에게 있다'는 헌법 정신을 가장 잘 실현하는 것이 정부 3.0이라는 소신이다. 이젠 정책과 사업 등을 정부가 일방적으로 추진하는 것이 아니라 국민이 주도적으로 참여하고 평가하는 시대로 바뀌었고, 그것을 반영한 것이 정부 3.0이라고 강조한다.
김 차관으로부터 공직자로서의 바람직한 자세와 경험담, 정부 정책 방향 등을 들어봤다.
-공직은 어디를 거쳤나.
▶1983년 행정고시를 통해 총무처로 발령받았다. 1998년도에 총무처와 내무부가 합쳐져 행정자치부가 됐다. 김대중 대통령 시절인 1999년 5월 중앙인사위원회가 신설됐는데, 현재의 인사혁신처인 셈이다. 이때 창설 멤버로 들어갔다. 급여정책과, 기획총괄과, 인사심사과 등 3개 부서 과장을 두루 거치고 국장까지 역임했다.
-당시 어떤 일을 했나.
▶장관을 비롯해 전체 인원이 65명이었지만, 상당히 많은 일을 했다. 우리나라 공무원 인사시스템을 이때 확립했다. 고위공무원단 제도, 성과연봉제, 책임운영기관제도, 정무직 인사시스템 등을 모두 만들었다. 정부 산하기관에 대한 제대로 된 인사기준도 당시 처음 만들었다. 인재 데이터베이스를 만들고, 역량평가제도를 확립했다. 보람있는 일이었다.
2003년 노무현정부 출범과 함께 청와대 인사수석실 선임행정관으로 재직하면서 인사의 중요성을 감안해 중앙인사위원회 65명 조직을 500명가량으로 키웠다.
-현재 가장 역점을 두는 업무는.
▶지방행정실장 이후 정부 3.0 업무에 중점을 두고 있다.
정부 3.0은 헌법 1조 2항 '대한민국의 주권은 국민에게 있다'는 것을 실현하는 것이다. 쉽게 말하면 정부의 정책과 사업, 서비스와 여기에 대한 평가에 시민이 주도적으로 참여하도록 하는 방식이다.
-왜 정부 3.0이 중요하나.
▶관점의 변화가 필요한 시대다. 예전에는 정부가 일방적으로 정책을 집행했다면, 지금은 민관협치의 시대다. 정부와 민간이 공유가치를 만들어내야 한다. 기업도 과거엔 사회적 책임을 다하면 됐지만, 이젠 공유가치를 창출해야 한다. 민관협치를 해야 하는 '거버넌스시대'가 왔다. 정부와 민간의 경계가 없어지고 있다.
-정부 3.0의 대표적 사례를 든다면.
▶시민이 주도권을 쥐고 직접 정책 집행에 참여하는 방식인 '국민디자인단'이 대표적인 예다. 2014년 지방행정실장으로 있을 때 정부 3.0의 하나로 처음 만들었다. 시민들이 서비스를 향유만 하는 것이 아니라 직접 생산하고, 정부는 그것이 필요하면 도입하거나 사들이면 된다. 지금은 소수 전문가의 시대가 아니며, 지식이 아닌 지혜가 중요한 시대다. 공공서비스에서 'Do It Yourself'의 개념을 도입했다.
한국전력공사에서 취약지역 보안등 설치사업을 하는데, 서울 마포구 염리동에 '국민디자인단' 방식을 적용했다. 산업디자인연구원과 함께 이 동네 이장, 반장, 학생, 주민 등의 아이디어를 얻어서 보안등 설치 위치, 길바닥 색깔, 마을 벽화 등등을 결정했다. 국민디자인단 방식을 적용해 사업을 시행한 결과 주민 만족도가 크게 높았고, 범죄예방 효과도 나타났다.
북한 접경인 경기도 파주 대성동마을도 좋은 사례다. 동네 이장, 부인회장, 노인회장, 청년회장 등이 주축이 되고, 정부와 한미연합사, 파주시 등이 공공 부문을 맡아 '통일맞이 첫 마을 대성동 프로젝트'를 추진했다. 주민 등 '특공대' 11명이 주축이 돼 공회당 리모델링, 주택개량, LPG 공동저장소 설치 등 프로젝트가 성공적으로 마무리됐다. 정부 3.0의 대표적 모델이 되고 있다. 현재 전국 시군별로 380개의 국민디자인단이 조직돼 있다.
-국민디자인단의 발족 배경은.
▶우리나라가 횡단보도에서의 정지선 위반이나 사고가 선진국보다 잦다. 이유를 가만히 따져보니 운전습관이 아니라 디자인의 차이였다. 유럽 등 선진국은 횡단보도에 신호등이 하나만 있고, 우리나라는 횡단보도 앞과 뒤편에 있다. 유럽에는 횡단보도 앞에만 신호등이 있기 때문에 신호를 보기 위해서는 정지선에 차가 설 수밖에 없다. 우리는 횡단보도 뒤편에도 신호등이 있기 때문에 앞 신호를 무시하고 정지선을 물고 들어가는 경우가 잦다. 이 경우를 착안해서 국민디자인단 사업을 처음 시작했다.
-다년간의 외국 경험이 국내 행정에 보탬이 됐나.
▶미국 유학 2년, 영국 총리실 소속기관 파견 2년, 프랑스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파견 2년 6개월 등 6년 6개월 동안의 경험이 국내 행정에 소중한 밑바탕이 됐다.
사무관 때 미국 유학을 통해 공공정책분야 공부를 했고, 서기관 때는 한국 공무원 최초로 영국 총리실 소속 기관에 파견 갔다. 이 기관은 우리나라의 중앙공무원교육원과 한국행정연구원을 합쳐놓은 것과 같은 기능을 했다. 1996년부터 2년 동안 영국 공무원 교육, 외국 정부 컨설팅, 제도개혁 등에 대한 다양한 경험을 얻었다.
국장이 된 뒤에는 프랑스 파리의 OECD 한국대표부로 파견을 갔다. 여러 위원회 중 공공행정국에 근무하면서 OECD 제도, 주요 의제 설정, 선진 행정제도 등에 대해 연구하고, 책도 많이 읽었다.
-대구경북의 발전방안은 무엇이라고 보나.
▶지역별 강점을 살리고 서로 협업해야 한다. 포스텍과 한동대, 포스코 등 산학관 협업 인프라가 잘 구성된 포항, 인문학적 토양이 있는 경주, 대구, 울산 등 지방자치단체 간 협업이 중요하다. 포항도 철강에만 안주하지 말고 미래지향적 산업에 대한 연구가 필요하다. 미래 첨단산업에 대한 연구 투자와 인재육성이 핵심이다. 시군별 강점을 살리는 지자체 간 협업, 지역 내 산'학관 협력 등이 지역발전의 주요 요건이다.
지역에서 일자리와 부가가치 창출을 주도했던 조선, 철강, 화학산업 등이 경기침체와 맞물려 어려움을 겪고 있다. 지역경제 활성화를 위해서는 현 주력산업에 대한 지속적인 육성과 함께 미래전략산업에도 균형 있는 투자가 필요하다. 대구경북이 사물인터넷(IoT) 기반 웰니스, 자율주행자동차, 스마트기기, 티타늄 등을 유망사업으로 선정한 만큼 행자부를 비롯한 관계부처도 정책적 지원을 하겠다.
-공직에서 어떤 보람을 갖는가.
▶나는 다시 태어나도 공무원을 할 것이다. 이만큼 보람된 직업이 없다고 생각한다. 자기 자신이 아니라 국민의 생명과 재산, 안전을 지키고 키우는 일이기 때문이다. 국민이 원하는 것을 들어줄 수 있고, 쓰러져 있는 사람을 일으켜 세울 수 있는 일이 공직이다.
공직을 마친 뒤에도 기회가 주어진다면 그동안의 경험을 바탕으로 공적인 일을 하고 싶다.
-개인적인 생활철학은.
▶자랑, 즐거움, 보람의 자세를 갖자는 차원에서 '자'즐'보'를 생활신조로 삼고 있다.
사람은 자기 자신에 대한 자랑과 자부심이 있어야 한다고 본다. 교만하지는 않되 항상 스스로에 대한 자부심과 자신감이 있어야 모든 일을 잘해나갈 수 있다. 나를 포함해 내 일, 내 조직, 내 상사, 내 나라에 대한 긍지도 있어야 한다.
두 번째로는 일을 즐겁게 해야 한다. 일은 그냥 하는 것이 아니라 남과 다르게 하고 끝장을 봐야 즐겁다. 항상 새롭게 보고, 새로운 것을 해야 즐거움을 가질 수 있다.
끝으로 모든 일에는 보람이 있어야 한다. 상을 받고 승진해서 보람을 가지는 게 아니라 자기 스스로 보람을 느낄 수 있어야 한다. 자기 일에 대해 스스로 감동하고 박수칠 수 있을 정도의 보람이 있어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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