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카드는 흔적 남는다, 현금을 확보하라"

입력 2016-07-30 05:00:01

"시범케이스 걸리면 패가망신"

9월 28일부터 김영란법 시행이 사실상 확정되면서 정치 일 번지이자 '접대 천국'인 여의도에서도 변화될 환경에 적응하려는 노력이 진행 중이다.

국회의원 사무실에서는 김영란법 시행에 대비, 가용한 '현금'을 최대한 확보하기 위해 분주하게 움직이고 있다. 한 의원실 관계자는 "접대를 위한 만남을 최소화하는 것이 가장 바람직하지만 어쩔 수 없이 만나야 한다면 후환을 대비해 기록(신용카드 결제)을 남기지 않는 것이 차선"이라며 "여의도 내 음식점의 식대가 너무 비싼데다 남의 시선도 의식해야 하기 때문에 앞으로는 여의도를 벗어나 지인을 만나는 횟수가 늘어날 것"이라고 말했다.

이에 따라 매일 불야성을 이뤘던 여의도 유흥가의 저녁 모습도 달라질 전망이다. 지금은 선'후배 정치인, 정치인과 언론인, 정부(공공기관) 관계자와 보좌진, 지역구 유지와 정치인 등의 식사 모임으로 북적대고 있지만 10월부터는 한산해질 것으로 보인다. 여의도에서 선술집을 제외하고는 저녁 식사에 반주를 곁들이면 무조건 김영란법의 허용범위(1인당 3만원)를 넘는다.

정부 투자기관 관계자는 "공공기관에 꼭 필요한 법안 처리의 필요성을 보좌진에게 설명하기 위한 식사 자리도 이제부터는 쉽지 않을 것 같다"며 "저녁보다는 가급적 점심시간을 이용하는 사례가 늘어날 것"이라고 말했다.

각 의원실은 김영란법 첫 위반 사례로 적발돼 이른바 '시범케이스'로 여론의 뭇매를 맞는 상황을 피하기 위해 몸을 한껏 움츠리고 있다. 대구지역 한 의원실 관계자는 "김영란법 시행에 대한 우려 가운데 가장 큰 부분이 경찰과 검찰의 입김이 과도해진다는 점"이라며 "일부 의원실은 벌써 외부 약속을 최소화하는 한편 여의도 관할 경찰서와의 관계도모(?)를 준비하고 있다"고 말했다.

일부 보좌진들은 김영란법의 법망을 피해갈 수 있는 대응책까지 논의하고 있다. 각자 계산한 식사 대금을 나중에 현금으로 돌려주거나 식사 모임 참석자 수를 허위로 부풀리는 방안 등이 거론되고 있다.

이와 함께 정치권에선 현역 국회의원의 잠재적인 경쟁자가 될 예비 정치인(출마자)들이 여의도에 자신의 정보원을 대거 배치할 것이라는 소문도 돌고 있다.

반면 김영란법 시행의 장점을 십분 활용하려는 움직임도 감지되고 있다. 특별히 신경을 써야 할 지역구 주민의 국회방문 시 대접 수준을 고민해왔던 의원실로서는 김영란법 시행을 이유로 자연스럽게 양해를 구할 수 있기 때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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