항의는 해도 폭력은 없었다…성주 군민들의 성숙된 '평화 집회'

입력 2016-07-26 19:53:04

이전의 과격한 농민 시위와 달라

새누리당 정진석 원내대표와 지도부를 태운 차량 앞에서 군민들이 상여를 메고 장례식 퍼포먼스를 펼치고 있다. 성일권 기자 sungig@msnet.co.kr
새누리당 정진석 원내대표와 지도부를 태운 차량 앞에서 군민들이 상여를 메고 장례식 퍼포먼스를 펼치고 있다. 성일권 기자 sungig@msnet.co.kr

"성주 군민들이 평화 시위와 집회의 새 페이지를 쓰고 있다. 지금껏 대부분 농민 시위'집회가 과열'위법한 부분이 많았던 것에 비춰 달라도 너무 다르다." 26일 성주군청을 찾은 언론사 기자들이 한 말이다.

성주 군민들은 지난 21일 2천 명이 넘게 참가한 서울역 광장에서 단 한 건도 과격한 장면 없이 사드 배치 철회 집회를 치러낸 데 이어, 이날 성주군청을 찾은 새누리당 원내지도부와의 간담회에서도 과격'폭력적인 모습은 어디에도 없었다. 12일째 이어가고 있는 군청광장 촛불문화제는 사드로 인한 고통을 서로가 보듬고, 달래주는 격려의 장으로 승화되고 있다.

이날 정진석 원내대표 등 새누리당 원내지도부는 사드 배치 결정으로 성난 성주 민심을 달랜다며 성주를 찾았다.

군민들은 사드 배치 발표 이후 처음 찾아온 새누리당에 강하게 항의했다. 이들이 군청에 도착하기 전부터 '새누리당 장례식' 퍼포먼스를 했고, 버스에서 내린 정 원내대표 등을 둘러싸고 항의를 해 일촉즉발의 순간이 있었지만 충돌은 없었다. "절대 흥분하거나 폭력을 써서는 안 된다"는 외침이 여기저기서 나왔다.

성주 군민들의 성숙된 모습은 간담회장에서도 이어졌다. 새누리당 원내지도부가 약속보다 1시간여 늦었지만 "정말 중요한 것은 그들의 문제 해결 의지를 파악하는 것"이라며 불필요한 구호와 반응을 삼가자고 서로를 다독였다. 그들의 대답이 성에 차지 않을 땐 구호로 불편한 심기를 표출했지만 막말은 삼갔다.

만족할 만한 말이 없었다는 지적도 있었지만, 김항곤 군수가 "집권여당 원내대표를 불러 간담회를 열었으니 약속이 지켜지는지 지켜보자. 오늘은 이렇게 매듭짓는 게 좋겠다"고 하자, 군민들은 새누리당 일행이 버스에 탈 때까지 팻말을 들고 구호를 외쳤을 뿐 물리적 행동은 일절 없었다.

"속은 까맣고, 울분을 참기 힘들지만, (과격한 행동을) 할 수 없잖아요. 군민 모두가 과격한 행동이 사태 해결을 더 어렵게 한다는 것을 알고 있어요. 그래서 우린 집에다 간'쓸개를 다 빼놓고 여기에 옵니다." 집회에 참석한 한 성주 군민은 입술을 꽉 깨물며 이렇게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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