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 성주 주민과 대화하려는 진정성이 부족한 정부

입력 2016-07-25 20:46:34

정부가 성주를 사드 배치지로 결정해놓고는 주민과 대화하려는 노력은 아예 포기한 듯한 모습이다. 정부는 주민들과 만나고 설득하는 것보다는 언론을 통한 여론몰이에만 신경쓰고 있는 것 같다. 총리나 장관'차관이 성주에 잠깐 얼굴을 내비치거나, 대화하려는 시늉만 하고는 '정부는 최선을 다하고 있다'는 식으로 여론을 호도하고 있는 것이다.

황인무 국방부 차관이 성주에 내려온 지 이틀 만에 서울로 철수한 것이 단적인 예다. 황 차관은 당초 2박 3일간 성주에 머물기로 했으나 투쟁위원회 관계자에게 면담 제의를 했다가 답변이 없자, 일정을 앞당겨 상경했다. 이를 두고 서울지역 언론은 '황 차관이 접촉 노력을 했으나 거절당했다'는 식으로 보도를 쏟아냈다.

이런 보도를 접한 성주 주민 입장에서는 기가 찰 일이다. 황 차관의 성주 방문은 홍보성 언론플레이에 지나지 않은데도 주민들이 마치 대화 자체를 거부하는 집단처럼 비칠 수밖에 없는 것이다. 당시 황 차관은 공식 루트가 아니라 투쟁위 간부에게 전화를 걸어 '만나고 싶다'고 제의했고, 투쟁위 간부는 '회의를 거쳐 알려주겠다'고 답변했다. 그런데 황 차관이 회의 결과를 기다리지 않고 서울로 가버렸다는 것이 투쟁위 관계자의 전언이다.

황 차관 입장에서는 더는 성주에 머무는 것이 필요 없다고 판단했겠지만, 전체적인 맥락을 볼 때 정부의 자세가 너무나 소극적이고 형식적이라는 인상을 지울 수 없다. 한 번 거절당했다고 곧바로 돌아가 버리는 것은 진정성 부족으로밖에 보이지 않는다. 황 차관이 22일 성주에 올 때에는 언론에 성주 주민과 대화할 듯이 온갖 생색을 내고는 '단 한 번의 거절'로 포기했다니 어처구니가 없다.

정부가 대화 시늉만 하는 것은 성주 주민을 더 열받게 하는 일이다. 사드 배치가 그렇게 정당하고 불가피한 결정이라면 당당하고 적극적인 자세로 주민과 만나려는 노력을 해야 할 것이다. 지금까지 여러 차례 강조했지만, 주민의 이해와 설득 없이는 사드 배치는 불가능한 일이나 다름없다. 정부가 지금보다 더한 노력과 정성을 보여도 장담할 수 없는 일인데, 그런 기미조차 없으니 안타깝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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