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달해의 엔터인사이트] '뷰티풀 마인드' 조기종영

입력 2016-07-25 16:14:56

시청률에 눈먼 공영방송 완성도 낮은 연출방식

KBS2 TV 월화극 '뷰티풀 마인드'의 조기종영이 결정되면서 드라마 팬들을 위주로 거센 비난 여론이 형성됐다. 이 드라마는 평균적으로 10%를 넘나드는 KBS 미니시리즈 프라임타임에 편성돼 3~4%에 해당하는 저조한 성적을 보이며 고전했다. 동시간대 SBS '닥터스'가 20%대를 넘보며 1위를 유지하고 있는 것과 상반된 모습이다. 사실상 회생불능이라 KBS의 부담도 상당했을 것이다. 다만, 드라마 팬들 사이에서는 '시청자의 입장을 존중하지 않았다' '공영방송 KBS가 시청률과 광고에 눈이 멀어 좋은 드라마를 조기종영시킨다' 등의 지적이 이어졌다. 공영방송의 역할에 대한 지적은 충분히 공감할 만하다. 그러나 '좋은 드라마'라는 말에 필자는 공감할 수 없다. 좀 더 냉철한 시선으로 바라보면 '뷰티풀 마인드'는 문제점이 많은 드라마다.

'뷰티풀 마인드' 조기종영 결정에 비난 여론

KBS는 '뷰티풀 마인드'의 조기종영에 대한 이야기가 나온 지 이틀 만에 "2회를 줄여 14회로 종영한다"고 밝혔다. 애초 16회로 기획했다가 2회를 줄이게 된 이유에 대해서는 "브라질 리우 올림픽 시작 시기와 맞물린 관계로 특집방송을 내보내게 됐다"고 해명했다.

4회 분량을 줄여 12회로 마무리한다는 이야기까지 나왔지만 이 부분에 대해서는 KBS도 "절대 아니다"라고 강경한 태도를 보였다. 결과적으로 16부작 '뷰티풀 마인드'는 2회 분량이 줄어 14부작으로 막을 내리게 됐다.

사실 브라질 리우 올림픽 특집 편성 관계로 '뷰티풀 마인드'의 조기종영을 결정했다는 건 궁색한 변명에 불과하다. 드라마 시청률이 높았다면 욕을 먹으면서까지 방송 회차를 줄이고 특집방송을 편성할 이유가 없다. 또한, 드라마가 16부로 편성이 확정된 상태에서 특집 프로그램을 내보내야 한다는 이유로 조기종영을 거론하는 케이스도 들어본 적이 없다. 결국 KBS가 이런 결정을 하게 된 배경에는 저조한 시청률로 광고 수익까지 깎아 먹고 있는 '뷰티풀 마인드'를 떨쳐내고 싶은 마음이 있었음이 분명하다.

'뷰티풀 마인드'의 조기종영설이 불거진 20일부터 이틀에 걸쳐 드라마 홈페이지 게시판에 올라온 항의성 글은 700여 개가 훌쩍 넘는다. 조기종영 결사반대를 외치며 공영방송 KBS의 의무를 지적하는 글이 대다수다. 각 매체에서도 KBS를 향한 비난성 기사를 작성하며 드라마 팬들의 입장을 반영했다.

'뷰티풀 마인드'는 좋은 드라마인가

그렇다면, 조기종영에 대한 부정적 여론이 들끓을 정도로 '뷰티풀 마인드'는 좋은 드라마일까. 절대로 조기종영을 해선 안 될 정도로 가치 있는 드라마일까.

전국적으로, 또 폭넓은 연령대의 충성도를 확보한 KBS 프라임타임에 방영됐다는 이유로 주목도가 높아진 건 사실이다. '착한 드라마'라는 이유로 호감도를 끌어올리기도 했다.

이렇듯 상황을 따지고 보면 '뷰티풀 마인드'의 조기종영을 둘러싼 거센 비난도 이해가 간다. 하지만 이제 드라마 내부로 들어가 봐야 할 때다. '뷰티풀 마인드'는 상업적으로나 완성도 면에서나 가치 있는 드라마인가.

기본적인 것부터 파악하고 보자. '뷰티풀 마인드'는 반사회적 인격장애를 가진 천재의사가 사회성을 깨치고 인간미를 가지게 되는 과정을 그린 드라마다. 타인의 감정에 공감하지 못하는 인격장애를 가진 인물이 의사가 된 관계로 어떤 상황에도 휘둘리지 않고 냉철하게 판단하고 수술에 임해 결과적으로 성공률을 높인다. 하지만 결국 인격장애로 인해 여러 가지 문제에 휘말리게 된다. 그리고 선천적으로 고운 심성을 가진 여자 경찰을 만나 상대의 마음을 이해하는 방식을 배우게 된다. 스토리는 굉장히 도덕적이고 이상적이다. 물론, 여기에 인물 간 갈등관계, 또 살인사건 등의 양념을 가미해 재미를 주기도 한다. '성균관 스캔들'의 김태희 작가가 각본을 집필했고 장혁과 박소담이 남녀 주연으로 출연하고 있다.

스토리-설정은 합격점, 풀어내는 방식은 진부해

이처럼 '뷰티풀 마인드'는 팬층을 형성할 만큼 다분한 매력을 갖추고 있다. 근래 보기 드문 '착한 드라마'인데다 '반사회적 인격장애를 가진 의사'라는 캐릭터 설정 자체도 인상적이다.

그런데 스토리를 풀어내는 방식과 주변 캐릭터를 활용하는 솜씨는 그다지 만족스럽지 못하다. 주인공 캐릭터를 '반사회적 인격장애를 가졌음에도' 천재적인 두뇌와 의술을 가진 인물로 설정해놓고도 진료 및 수술 과정에 대한 설득력은 떨어진다. 자신의 능력을 믿고 확진을 하다 문제점을 파악하고 변화하는 캐릭터를 설명하기 위한 몇 가지 설정이 있는데, 이 과정이 '천재라고 불리는 의사'라고 이해할 만큼 디테일하게 묘사되지 않아 고개를 갸우뚱하게 만든다. 극 중 장혁이 연기하는 이영오 캐릭터가 천재성을 보여주는 부분이 있지만 이 과정에 대한 설명 역시 전문성보다는 우연에 의존하고 때론 과장된 설정에 기댄다.

그 외에도 이 드라마의 전개 과정은 여러모로 자연스럽지 못하다. 결혼까지 약속했던 여자친구의 폭로로 주인공의 반사회적 인격장애가 드러나게 된다는 설정은 그나마 드라마틱하다고 이해할 만하다. 그런데 이 여자친구 김민재(박세영 분)는 그렇게 큰 사고를 쳐놓고도 이후 큰 활약을 하지 않는다. 설정한 캐릭터를 효과적으로 활용하지 못하고 있다는 말이다. 극 중 주인공 이영오는 반사회적 인격장애가 탄로나 병원에서 쫓겨나게 된다. 그러다 자기 자리로 복귀하게 되는데 이 과정 역시 느슨하기 짝이 없다. 이영오는 "결국 병원이 나를 찾게 될 것"이라고 자만하고, 병원 안에서는 처치 곤란한 환자가 생겨 뜬금없이 "이영오를 데려오는 게 정답"이라는 결론을 내린다. 이 과정에서 디테일이라곤 찾아볼 수 없다.

회생가능성 없는 드라마 조기종영 어쩔 수 없어

여주인공 박소담이 맡은 캐릭터 계진성은 골칫덩어리다. 교통과 순경인데도 제멋대로 살인사건을 파헤치느라 분주하다. 설정 자체가 말이 안 된다. 중반부에 이르러 강력계 형사의 눈에 띄어 부서 발령을 받게 된다. 교통과 순경이 살인사건을 파헤치고 다니다 능력을 인정받아 강력계로 가게 된다는 설정 자체가 어불성설이다. 융통성은 없고 심성은 한없이 곱다. 그저 주인공 이영오가 바뀌게 되는 계기를 마련하기 위해 심어둔 캐릭터일 뿐 개별 존재의 의미는 없다. 당연히 캐릭터가 드라마에 녹아들지 않고 어색해 보일 수밖에 없다. 어색한 캐릭터 설정은 캐릭터를 연기하는 박소담을 연기력 논란에 휩싸이게 만들기도 했다.

그뿐이 아니다. 극 중 이영오를 학대하며 키운 아버지 이건명(허준호 분) 캐릭터도 최초 등장했던 초반부에 비해 영 시들해진 상태다. 극의 긴장감을 높이기 위해서라면 충분히 활용할 수 있을 만한 캐릭터인데 타 캐릭터와 마찬가지로 필요한 시기마다 꺼내 사용하는 느낌이다. 다시 말해 내러티브는 촘촘하지 못하고 캐릭터 활용 능력은 떨어진다. 작가와 연출자가 방향을 잡지 못하고 헤매고 있다는 말이다. 이처럼 드라마 자체에 문제가 있다는 건 명백한 팩트다. KBS의 입장을 옹호하려는 건 아니다. 하지만 완성도에 문제가 있는 드라마가 조기종영한다는데 오로지 방송사만 비난하는 게 맞는지, 잘 모르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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