좋은 작품을 가르는 기준은 무엇일까? 중국 위진남북조 시대 사혁이 쓴 '고화품록', 당나라 장언원의 '역대명화기'와 같은 회화서가 있었고, 이탈리아의 조르조 바사리의 '미술가 열전', 독일의 요한 요하임 빈켈만이 쓴 '고대미술사' 등에서도 미술사를 정립하며 좋은 작품의 기준에 대해 논했다.
좋은 작품의 기준을 알아보기 앞서, 우리는 '미술'이라는 이름으로 고대부터 현대까지의 미술을 아우르며 동일한 평가 및 감상 기준을 적용해 왔음을 인식해야 한다. 미술은 20세기 미술가 마르셀 뒤샹이 남성 화장실용 변기를 작품으로 제시한 후부터 '현대'(contemporary'동시대)라는 접두어를 더하며 역사상 형식 및 내용에 가장 큰 변곡점을 맞이했다. 더 이상 '현대'미술은 얼마나 정교하게 '재현'했는가 하는 고전적 형식에 얽매이지 않고, 작품에 내재된 '이야기'에 방점을 두는, 완전히 다른 지향점을 추구해왔다.
2014년 경기도미술관에서 열린 '누구나 사연은 있다'전이 기억에 남는다. 현대미술이 추구하는 요소들이 전시 제목에 적절히 담겨 있었고 아주 사소해 보이는 작가의 '사연'이 작품화될 수 있고 이것이 전시로 구성될 수 있다는 새로운 시선을 제안하고 있었다. 정혜정 작가의 '점의 기행'이라는 작품은 필자 개인과도 공감대가 형성되는 매력적인 작품이었다. 작가가 서울집과 이천작업실 간 88㎞를 걸어간 4일간의 기록을 의복에 자수로 표현한 작품으로 필자에게 한강대교를 건너 하염없이 걸었던 어느 날을 섬광처럼 떠올리게 했다.
스위스 심리학자 장 피아제는 인간이 새로운 정보를 인식하는 방식으로 '동화'와 '조절'을 들었다. 동화는 선입견 등 이미 자신이 갖고 있는 틀에 근거해 새로운 정보를 신속히 받아들이는 방식이다. 또 다른 방식인 '조절'은 기존 내 안에 있는 틀에는 부합되지 않는 완전히 새로운 정보를 인지했을 때 작동하는 것이다. 이를 수용하기 위해 자신의 틀을 깰 수밖에 없고 이로 인해 사고의 폭을 '확장'하는 '의미'를 생산하게 된다.
현대미술이 어렵다고 느껴지는 것은, 나에게 '동화'되는 정보가 아닌 나의 생각을 '확장'해야만 수용할 수 있는 '조절' 기제가 동반되는 낯선 정보들을 담고 있기 때문이다. 여기서 현대미술의 '가치'와 작품의 '품평' 기준이 드러난다. 현대미술은 '익숙하지 않은 소재'와 '새로운 재료'를 '새로운 설치방식'을 통해 펼쳐내고, 이를 통해 우리의 인식과 사고의 지평을 넓히고자 '의미' 생산을 향해 진화해왔다. 바로 이 점이 현대미술에서 '좋은 작품'이라 부를 수 있는 중요한 기준이라 할 수 있을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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