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야고부] 승부 조작

입력 2016-07-24 21:13:40

스포츠에서 승부 조작의 역사는 길고도 오래됐다. 모든 나라, 모든 종목에서 승부 조작 사례가 있었고, 그로 인해 해당 종목이 망하거나 오랫동안 침체기를 겪었다. 예로부터 스포츠와 도박은 떼려야 뗄 수 없는 관계여서 조작이 만연했다.

최초의 승부 조작 사건은 1919년 미국프로야구 시카고 화이트삭스 선수 8명이 가담한 '화이트삭스 스캔들'이다. 최강의 라인업인 화이트삭스는 그해 월드시리즈에서 예상을 뒤엎고 신시내티 레즈에 3승 5패(9전 5선승제)로 우승컵을 내줬는데, '필라델피아 노스 아메리카 신문'이 승부 조작임을 밝혀냈다. 선수 8명은 도박사와 공모한 것으로 드러나 법정에 섰지만, 판사는 '증거 불충분'이라며 무죄 판결을 내렸다. 대법원 판사 출신의 메이저리그 총재 케네소 랜디스는 법원 판결과 동정 여론을 일절 수용하지 않고 8명을 영구 추방하는 초강수를 던졌다.

이때부터 메이저리그는 선수들이 도박과 관련해 작은 연관만 있어도 영구 제명하는 관행을 확립했다. 뉴욕 양키스의 전설 미키 맨틀과 샌프란시스코 자이언츠의 상징 윌리 메이스는 카지노를 홍보했다는 이유로 영구 제명됐다. 이들은 도박을 한 것이 아니라 광고에 출연한 것인데도 가차없이 쫓겨났다. 4천256안타 기록의 피트 로즈(75)도 1989년 신시내티 레즈 감독 시절 스포츠 도박에 연루돼 조사를 받은 이유로 영구 추방됐다. 메이저리그의 모토는 '선수 이전에 인간이 돼야 한다'는 것이다. 불세출의 스타라도 비신사적인 행위에 가담하면 절대 용서받을 수 없는 분위기다.

반면에 잇단 승부 조작으로 완전히 바닥을 헤매는 대만프로야구가 있다. 대만프로야구는 1990년 리그를 시작해 한때 11개 팀에 양대 리그까지 운영했으나 지금은 4개 팀만 남아 있다. 1996년 이후 6차례 승부 조작 스캔들이 터져 수십 명이 법정에 섰지만 팬이나 선수, 그 누구도 근절됐다고 믿지 않는다. 대만 야구계가 도박과 폭력 조직, 승부 조작의 유착 관계를 끊지 못했기에 국기(國技)라고 불리던 야구가 겨우 명맥만 유지하고 있는 상황이다.

한국프로야구도 승부 조작 파문으로 시끄럽다. 2012년에 이어 또다시 2명의 젊은 선수가 브로커에게 돈을 받고 승부 조작을 했다고 한다. 한국도 대만을 닮아가는 것이 아니냐는 우려가 나올 정도다. 야구선수들에게 '돈보다는 인성, 성적보다는 인격'이라는 교육을 새로 시켜야 하는 것이 아닌지 모르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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