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8일, 기다리던 대구출판산업지원센터(대구출판산업단지 내)가 준공됐다. 사무실이 근처라 공사기간 동안 내 것인 양 기쁜 마음으로 건물이 올라가는 것을 지켜봤다. 대구에서 출판업을 하는 사람으로서 출판 관련 전문기관이 생겼으니 고맙고 설렌다. 대구에서 책을 만들며 독자들과 함께해온 사람으로서, 마치 오랜 시간 독학으로 공부하다가 학교가 생겨 입학을 기다리는 기분이었다.
대구시는 2013년 1월 준공한 대구출판산업단지를 효율적으로 지원하기 위해 단지 내에 출판산업지원센터를 만들고, 이를 운용할 위탁기관을 올해 3월 공모했다. 공모 과정을 거쳐 한국출판문화산업진흥원을 대구출판산업지원센터 위탁운영기관으로 선정하고, 10월 개관할 예정이다.
알다시피 한국출판문화산업진흥원은 우리나라 출판산업과 관련한 거의 모든 정책과 사업을 주관하는 정부 출자기관이다. 권위와 실력을 갖춘 기관에서 대구출판산업지원센터를 운영함으로써 이제 막 걸음마를 시작한 대구출판단지가 안정적으로 자리를 잡고, 밝은 미래로 나아가리라고 기대한다.
그런데 아쉬움이 있었다. 직원 채용을 위한 면접시험을 대구가 아닌 한국출판문화산업진흥원이 위치한 전북 전주에서 실시한다는 것이었다. 대구출판산업단지에 근무할 직원을 채용하는 시험이니 면접을 대구에서 진행했으면 좋았을 것이다. 단순히 면접시험 장소의 문제는 아니었다. 이곳이 당신들이 근무할 곳이고, 대구 출판업을 위해 혼신을 다해야 할 곳이라는 것을 보여주고 각오를 심어줬더라면 더 좋았을 것이라는 생각이다.
물론 아직 개관도 하지 않은 대구출판산업지원센터에서 면접시험을 치르기에는 어려움이 있었을 것이다. 그러나 장소의 문제라면 바로 앞에 웃는얼굴아트센트나 대구시청에서 진행해도 좋았을 것이다.
대구출판산업단지는 한국출판산업진흥원이 지금까지 해온 사업과는 규모나 성격에서 많은 차이가 있을 것이다. 또 전국과 해외를 대상으로 출판문화 전반에 관한 프로그램을 진행하던 그대로 대구에 적용한다면 어려움이 있을 것이다.
지역 출판업의 현실을 파악하고, 지역에 맞은 프로그램을 짜서 운영해야만 진흥원이 가지는 좋은 취지를 실질적으로 지역에 나눌 수 있다는 말이다. 위탁기간 2년은 길다면 길고 짧다면 짧다. 충분히 준비하지 않으면 지역에서 무슨 일을 해야 할지 고민하다가 다 지나갈 수도 있다. 모든 사업이 그렇지 않은가. 통계로 일하다가는 지원하는 사람이나 지원받는 사람 모두 기운만 빠질 수 있다.
대구시는 오래전부터 출판산업단지를 야심차게 준비했다. 국내에서 서울을 제외하고 가장 많은 출판인쇄 업체를 바탕으로 출판'인쇄산업을 만화, 음악, 게임 등 다양한 콘텐츠와 연계해 더 큰 부가가치를 창출하고, 나아가 출판 문화콘텐츠 창작과 생산 기능을 강화해 명실상부한 출판인쇄문화 거점도시로 육성하겠다는 큰 포부를 갖고 시작했다.
그렇게 큰 목표를 갖고 시작했지만 출판산업이란 것이 워낙 복잡하고 성과를 내기 어렵기에 한국출판문화산업진흥원에 위탁운영을 맡기면서까지 성공 기반을 닦고 운영 노하우를 축적하고 싶어했을 것이다.
이제 길은 하나다. 한국출판문화산업진흥원이 대구출판산업지원센터를 선진적으로 운영하고, 이를 바탕으로 대구출판단지가 전국 최고의 출판단지로 거듭날 수 있도록 노력해야 한다. 또한 위탁 기간 동안 대구시와 대구시내 출판인쇄 업계는 최대한 선진 노하우를 배워 대구출판산업이 자생할 수 있는 기반을 다져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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