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혈세 낭비없는 성공올림픽 목표…10개 경기장 활용 방안 세워"
'상대편 입장에서 생각하라.'
이희범(67) 평창동계올림픽조직위원장은 '역지사지'(易地思之)의 삶을 살아왔다. 항상 상대편 입장에서 생각하고 행동하는 생활습관을 가져왔다. 배려하는 삶이다. 또 성공의 필요조건은 남들보다 '뛰어남'이지만, 충분조건은 '성실'이라고 강변한다.
이 위원장은 "직장생활도 5분 일찍 출근하고, 5분 늦게 퇴근하는 마인드, 즉 더 열심히 하는 자세를 갖는다면 성공할 수 있다"고 말했다.
어릴 적 홀어머니 밑에서 초근목피로 연명했지만, 항상 장학금을 놓치지 않았고 대학 때는 가정교사 등 직접 벌어서 학비를 댔다. 학창시절은 물론 대학원 시험과 행정고시에서도 모두 수석을 차지하는 탁월함을 보였다. 행정고시 이후 상공부와 산업부 등 공직의 대부분을 산업 관련 부처에서만 잔뼈가 굵었다. 산업부 공직자에 대해서는 '기업에 대한 사랑'을 가장 중요한 자세라고 강조한다.
그의 뛰어난 리더십과 부지런함으로 인해 33년 공직생활 이후에도 한국무역협회와 경영자총협회, 대학, 기업 등 그에 대한 '러브콜'은 끊임없이 이어졌다. 지난 5월에는 고희를 바라보는 나이에도 2018년 평창동계올림픽조직위원장이라는 막중한 자리에 발탁됐다. 이 위원장으로부터 동계올림픽 준비 상황과 공직생활 경험담 등을 들어봤다.
-유년시절은 어떠했나.
▶안동댐 건설과 도산서원 보존을 위해 수몰된 안동시 월곡면 마동에서 1남 1녀의 둘째로 태어났다. 경찰관인 아버지가 6'25전쟁 중 전사하면서 할아버지와 홀어머니 밑에서 자랐다. 다 어려운 시절이었지만, 우리집은 유달리 가난했다. 풀뿌리와 나무껍질을 먹던 시절이었다. 중고교 시절에는 장학금을 받았기 때문에 학교에 다닐 수 있었고, 대학 때는 가정교사 등으로 내가 직접 벌어서 학교에 다녔다. 대학원 입학 때도 1등으로 장학금을 받았다. 어릴 때나 지금이나 부지런한 생활습관은 버리지 않았다.
-산업부 관료 출신으로 생소한 스포츠행사 조직위원장을 맡게 됐다. 준비하는 데 부담은 없나.
▶스포츠 초보자가 맞다. 88서울올림픽을 준비했던 사람들도 대다수 퇴직했다. 평창조직위원회 직원 780명 중 올림픽 준비 경험이 있는 사람은 한 명도 없다. 하지만 성공한 올림픽을 위해 구성원 모두가 열심히, 최선을 다해 준비한다면 불가능한 일도 아니다. 모두가 한마음이 돼 열심히 하고 있다.
-평창동계올림픽의 최종 목표는 무엇인가.
▶한마디로 성공올림픽이다. 준비하는 분야에 따라 원활한 교통 편의, 숙박, 자원봉사 등이 모두 성공해야 한다. 선수와 스포츠계는 메달을 많이 따 4강 안에 드는 것도 중요하다. 강원도와 평창 군민 입장에서는 사람들이 많이 와야 하고, 경제적 효과가 높아야 한다. 또 행사가 끝난 뒤에는 경기장 등 부대시설을 잘 활용해야 혈세를 낭비하지 않을 수 있다. 각 분야별로 종합적으로 잘 돼야 성공한 올림픽이라고 할 수 있다.
-이번 올림픽에서 특히 중점을 두는 분야는.
▶평화, 경제, 문화, 환경올림픽이 될 수 있도록 최선을 다하겠다. 경제적 효과를 거두고, 한류를 통해 국위를 선양하겠다. 또 폐기물 재활용, 이산화탄소 발생량 최소화 등을 통해 환경올림픽을 만들고, 정보통신기술을 접목한 ICT올림픽도 관심을 쏟겠다.
이번 올림픽에서는 ▷평화'경제'문화'환경올림픽 ▷전 세계가 참여해 역사에 길이 남는 성공한 올림픽 ▷한국 스포츠의 국제화와 위상 제고 ▷지속가능한 유산을 남기는 올림픽 등 4가지를 약속하겠다.
-다른 동계올림픽과 어떻게 차별화하려고 하나.
▶세계 경제 중심이 아시아, 특히 동북아로 옮겨지고 있다. 올림픽도 2018년 평창을 필두로, 2020년 도쿄올림픽, 2022년 베이징올림픽 등 2년 단위로 한'일'중에서 열린다.
이런 점에서 평창올림픽은 서양 및 중국'일본과의 차별성을 가지면서도 서로 어우러질 수 있는 양 측면을 동시에 추구할 방침이다.
한국 고유의 전통과 문화를 살리면서도 서양 문화와도 접목할 수 있는 방향으로 가겠다. 개막식과 폐막식에서 이 같은 특성이 잘 드러날 것이다. 또 이번 올림픽은 역대 동계올림픽 중 가장 많은 국가와 선수들이 참여할 수 있도록 하겠다.
-북한의 참여 전망은.
▶올림픽은 인류의 제전이자, 축제이다. 평창이라는 장소만 빌렸을 뿐이지, 강원도나 대한민국만의 올림픽이 아니라 전 세계의 올림픽이다. 이런 점에서 북한이든 중국이든 인류라면 다 참여해야 할 권한과 의무가 있다. 조직위원장에 취임한 지 얼마 되지 않았지만, 앞으로 평화올림픽이라는 원칙 아래 북한의 참여를 유도하겠다.
-경기장 사후 활용 계획은.
▶캐나다 몬트리올올림픽경기장을 가봤는데, 자물쇠가 잠겨 있는 등 제대로 활용을 하지 못하고 있었다. 일본은 나가노올림픽 때 경기장 등 건물을 너무 많이 지은 뒤 활용을 못 해 지방정부가 부채에 허덕이고 있는 실정이다. 평창은 그런 일이 없도록 최선을 다하겠다.
현재 12개 경기장 중 10개는 관리 주체가 정해져 사후 활용 방안도 세워놓았다. 나머지 2개도 곧 관리 주체가 정해질 것이다. 다른 비경기장 부문도 여러 활용 방안을 만들고 있다.
또 평창이 올림픽 이후에도 전국적인 관광명소가 될 수 있도록 하겠다. 작년부터 전경련 하계세미나를 평창에서 열고 있고 올해 중소기업중앙회 하계 세미나, 내년 새마을중앙회 회의 등도 평창에서 열린다. 세계환경의 날 행사 유치도 하고 있는 등 다각적인 노력을 기울이고 있다.
-33년 공직 생활에서 보람을 느낀 정책은.
▶상공부에서 공무원을 시작할 때 수출진흥과에 있었다. 무역진흥확대회의를 담당했다. 당시 경제 부처에서 정기적으로 대통령이 참여하는 월례회의는 무역진흥확대회의와 월례경제동향보고 등 2개였는데, 이 업무를 담당했다. 박정희, 최규하, 전두환 대통령을 거치면서 특히 무역진흥확대회의를 준비하면서 많은 보람을 느꼈다.
대학 총장을 하다 산업자원부 장관에 부임했을 당시 방사성폐기물처분장 때문에 전국이 혼란스러웠다. 경찰차가 불에 타고, 군수가 린치를 당하는 등 치안 부재 상태의 이른바 '부안사태'가 벌어졌다. 장관 2년 3개월 하면서 결국 주민투표를 통해 방폐장 부지를 경주로 확정하는 성과를 냈다. 국가적 갈등 과제를 해결한 셈이다.
-산업부의 발전 방향은 무엇이라고 보나.
▶기업을 살피면서 산업정책을 펴는 것이 산업부다. 현재 각종 규제와 기업가 정신 부재 등으로 기업하기 어려운 여건인데, 산업부가 이 어려움을 해소해줘야 한다. 기업이 느끼는 정책 체감도는 아직도 약하다. 기업의 애로를 상담하고 해소해주면서 기업을 사랑하는 인식이 필요하다. 산업정책의 핵심은 기업과 함께 걱정해주고, 좋은 일이 생기면 기뻐해 주는 것이다.
-기억에 남는 상은 어떤 것이 있나.
▶공무원으로서 받은 훈장 등도 있지만, 민간에서 받은 상들이 특히 기억에 남는다. 공무원 재직 중 유럽통합론과 관련한 책을 펴낸 뒤 아시아유럽학회로부터 '한-EU협력상'을 받았다. 한국무역협회장을 할 때는 중국과의 긴밀한 협력을 이끌어냈다는 명목으로 중국 정부로부터 '한중우호협력상'을 받았다.
또 방폐장 문제를 해결했다고 한국협상학회로부터 '협상대상'을 받았는데, 의미 있는 상이라고 생각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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