남녀평등 외친 파키스탄 女 모델 '명예살인'에 희생

입력 2016-07-17 18:49:06

"파키스탄이 크리켓 대회에서 우승하면 스트립쇼를 하겠다."

돌출 행동과 남녀평등 주장으로 보수적인 무슬림 국가인 파키스탄에서 논란을 불러일으키며 소셜미디어 스타로 자리를 잡은 20대 여성 모델이 '명예살인'의 희생자가 됐다.

17일 파키스탄 경찰에 따르면 파키스탄의 여성 소셜미디어 스타인 찬딜 발로치(26)가 지난 15일 펀잡주 물탄에 있는 자택에서 숨진 채 발견됐다.

나빌라 가잔파르 경찰 대변인은 "발로치의 남자 형제가 잠자는 그녀를 목 졸라 살해했다는 진술을 그녀의 부모로부터 확보했다"고 전했다. 이에 따라 경찰은 유력한 용의자로 추정되는 발로치의 오빠 와심 아짐의 행방을 찾고 있다.

발로치는 최근 튀는 행동과 발언이 담긴 소셜미디어 게시물로 보수적인 파키스탄 사회에서 논란 속에 유명인이 됐다. 특히 그녀는 최근 라마단 기간에 한 호텔 방에서 유명 종교 지도자와 나란히 셀카를 찍어 올려 논란을 불러일으켰다. 또 최근에는 파키스탄 크리켓 대표팀이 우승하면 스트립쇼를 하겠다는 '공약'을소셜미디어에 게재하기도 했다.

살해당하던 날에도 그녀는 "그만두라는 협박을 아무리 받더라도 나는 싸울 것이며 다시 일어설 것"이라는 글을 올렸다.

발로치가 명예살인에 희생됐다는 소식이 전해지자 유명인들이 애도와 함께 범인을 강력하게 비난했다. 오스카상을 받은 다큐멘터리 영화 감독인 샤민 오바이드-치노이는 "여성을 죽이는 남자를 감옥에 보내는 선례를 만들지 않으면 이 나라에선 어떤 여성도 안전하지 않을 것"이라고 말했다.

보수적인 무슬림 사회인 파키스탄에서는 최근까지도 집안의 명예를 더럽혔다는 이유를 들어 가족 구성원이 여성을 살해하는 관습인 명예살인이 빈번하게 벌어지고 있다. 파키스탄 인권위원회에 따르면 지난해 명예살인으로 희생된 여성은 1천96명에 달한다.

 (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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