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중한 영천…"K2 유치하려다 경마공원 놓칠라"

입력 2016-07-14 20:03:34

전투기 소음·진동 피해 우려…추진위 꾸리며 반대 입장 표명

20년 전 공항입지로 주목 받았던 영천 금호읍 황정들녘. 요즘에는 인근 경산 하양과 영천시내에 고층아파트들이 많이 들어서 공항입지로 부적합하다는 평가를 받고 있다. 민병곤 기자
20년 전 공항입지로 주목 받았던 영천 금호읍 황정들녘. 요즘에는 인근 경산 하양과 영천시내에 고층아파트들이 많이 들어서 공항입지로 부적합하다는 평가를 받고 있다. 민병곤 기자

K2 공군기지와 대구공항의 통합이전 후보지로 전문가들은 "영천이 가장 적격"이라는 반응을 보이고 있다. 접근성은 물론 장애물 등 공항으로서의 기술적 측면에서 최적지라는 것이다.

하지만 영천은 적극적으로 나서지 않고 있다. 도시화의 진전으로 전투기 소음에 대한 피해의식 및 반대 여론이 강한 것이다.

영천시는 이 같은 상황을 모두 고려한 뒤 다음 주쯤 최종 입장을 밝힐 예정이다.

대구공항 통합이전 적지로 영천이 꼽히는 가장 큰 이유는 대구에서 30∼40분 내에 도달할 수 있는 접근성이다. 영천은 경부고속도로, 대구포항 고속도로, 건설 중인 상주영천 고속도로, 대구선(동대구∼영천) 철도 복선전철화 등 도로'철도망이 잘 갖춰져 있다. 대구도시철도 1호선을 경산 하양까지 연장하면 영천까지의 접근성이 더 좋아진다.

김재석 경일대 건설공학부 교수는 "경북도 내에서 공항 입지로 영천만한 곳이 없다. 20년 전에도 영천 금호읍 황정들녘이 공항입지로 주목받았었다"고 했다.

영천은 동남권 중심에 위치, 공항 이용객이 많은 대구'구미'포항'경주'울산 등 배후 도시들을 두고 있다.

황영하 한국생산기술연구원 항공전자시스템기술센터장은 "군 공항은 중요 무기를 안전하게 보관할 수 있는 구릉지나 낮은 산이 필요하다. 군 작전 면에서 예천과 멀어 이'착륙 때 중첩 부분이 적은 영천이 큰 장점을 지니고 있다"고 했다.

그러나 영천시는 신중 모드다. 일단 대구공항을 유치하면 영천의 역점 사업인 경마공원을 함께 운영하기 어려울 것으로 보고 있다. 전투기 소음으로 말이 놀라 경마를 제대로 하기 힘들기 때문이다. 한국마사회에서 공항을 핑계로 아직 실시설계도 시작하지 않은 경마공원에서 발을 뺄 수도 있다고 우려하고 있다.

시는 공항 유치로 인한 소음이나 진동 피해를 겪기보다는 매년 세수를 얻을 수 있는 경마공원이 낫다고 보고 있다.

실제로 최근 대구공항 통합이전과 관련된 유치 반대추진위원회가 영천에서 구성됐다. 권호락 영천시의회 의장은 "공항 유치 반대 의견이 많은 편이다. 18일 간담회를 열어 영천시의원 12명 전체의 의견을 모은 뒤 입장을 표명하겠다"고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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