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K2 이전으로 민심 달랬듯이, 국익 위해 사드 배치 재고해야"
출마 선언을 하지는 않았지만 "왜 정치를 하는가"라는 원초적인 질문부터 다시 고민해 보겠다는 김부겸 더불어민주당 의원. 김 의원은 여당 지지자들 사이에서 가장 경쟁력이 있는 야권 대선 후보로 거론된다. 오히려 그가 속한 야권에서보다 여권이 그를 더 의식하는 것이다. 그만큼 김 의원은 여당 지지층을 흡수할 수 있을 정도로 스펙트럼이 넓은 정치인이다. 새누리당에 대해서도 격돌과 극복의 대상이 아니라 화합하고 협력해야 할 상대라고 강조한다. 그래서 내세우는 슬로건도 통합과 협치를 상징하는 '공존'이다. 갈등과 대결만이 판을 쳐 온 우리 정치판에서 꾸준하게 공존을 주장해 온 김 의원은 야권의 강경파들로부터 자주 공격을 받는다. 하지만 그는 자신의 길을 가겠다며 의연하다. 공존이 아니고서는 이 시대 우리가 맞닥뜨린 문제들을 하나도 풀 수 없다는 소신에서다.
김 의원과의 인터뷰는 지난 10일 매일신문사에서 이뤄졌다.(대구공항과 K2 통합이전에 대한 발표가 11일 나온 탓에 신공항과 K2 이전 문제에 대해서는 전화 인터뷰를 추가로 가졌다.) 그는 사드의 주한미군 배치에 대해서도 진정으로 우리 국익을 생각한 결정이었는가라며 우려를 표시했다.
-당권 도전에 나서지 않는다는 발표가 나오자 언론들은 곧바로 대선 도전에 나설 것이라는 분석을 했다. 정말 그런가?
▶대구에서 당선된 지 며칠 되었다고, 안 그래도 선거 끝나자마자 영남권 신공항 무산으로 대구 민심이 섭섭해하는데 너무 앞서나가는 모양이어서 정말 죄송하다. 그러나 내가 할 수 있는 일이 무엇인가에 대해 고민해 보겠다는 말씀을 드린다. '왜 내가 정치를 하는가'라는 근본적인 문제까지 점검하는 기회를 가질 것이다.
-영남 출신의 야당 대선 주자라는 점에서 기대가 크다. 새누리당 지지자들이나 정치평론가들 가운데서도 김 의원의 본선 경쟁력을 이야기하는 사람이 많은데.
▶진영 간 대결과 격돌, 갈등에만 익숙한 우리 정치 풍토에서 공존과 화해라는 나의 이미지가 잘 통하지 않을 수도 있다. 그러나 나는 이 정치 소신을 포기할 수 없다. 이런 점을 앞으로 기회가 있을 때마다 보여드리고 설득해 나갈 것이다.(김 의원은 영남 출신 야당 대선 후보의 경쟁력에 대한 점을 내세우지는 않았다. 그러나 통합과 공존에 대한 자신의 정치 철학이 이 시대에 꼭 필요한 덕목이며 그 점에서 비교 우위에 있다는 점은 인터뷰 내내 강조했다.)
-더민주 지지자들은 김 의원을 향해 더 강한 개혁성과 진보성을 요구하는 것 같다. 당내의 이런 분위기를 뚫고 대선 후보 경선을 통과해야 하는데.
▶야당 핵심 지지층은 당연히 선명성을 선호한다. 야당이 원래 선명성을 강조하는 '반대정당' 아닌가? 그러나 나는 동시에 야당은 집권을 준비하는 정당 즉 '대안정부'가 되어야 한다는 생각을 갖고 있다. 지금 와서 내가 선명성을 내세우는 싸움꾼이 될 수는 없다. 진짜 싸움은 오히려 우리가 집권했을 때 가져야 할 힘을 갖추는 거다. 그래야 진짜 이기는 거다. 싸움은 목소리만 크다고 되는 게 아니다. 그 점을 나는 진지하게 호소할 것이다. 지금 우리가 마주하고 있는 문제들은 공존하지 않고 대결하고 격돌하고, 편을 갈라 싸워서 극복할 수 있는 것들이 아니다.
-대선에 출마한다면 '왜 김부겸인가'를 어떻게 설명해 나갈 것인가?
▶지금 우리 사회의 가장 큰 고통은 부의 불평등이다. 신자유주의적 경제 체제가 더 이상 강고하게 뿌리박기 전에 손을 봐야 한다. 이런 불평등하에서 어떻게 사회가 갈등과 모순에 가득 차지 않을 수 있겠는가? 그래서 '국가가, 공적 영역에서 국민의 삶을 인간적 수준으로 회복시키기 위해 어디까지 무엇을 할 수 있는가?'라는 질문에 답을 내놓아야 한다는 거다. 그것이 내년 대선에서의 시대적 과제라고 본다.
-경제 문제에 대한 생각들은 알려진 게 별로 없다.
▶경제 문제가 가장 중요하다. 지속 성장과 분배의 불평등 해소를 위한 나의 경제 철학과 정책 대안을 담은 책 '공존의 경제'를 현재 준비 중이다. 공존이 정치에만 해당되는 건 아니다. 오히려 경제적 측면에서 더 필요한 덕목이다.(지난해 그는 총선을 앞두고 '공존의 공화국을 위하여'라는 책을 냈다. 20대 국회에서 그는 기획재정위원회에 들어갔다. 배우는 게 많다고 했다. 정치적 공존에 이은 경제적 공존 철학을 담은 공존 시리즈 2탄인 셈이다.)
-내부의 갈등과 모순 때문에 나라가 허물어질 지경이라는 소리가 곳곳에서 불거지고 있다. 우리 사회가 직면하고 있는 이 문제에 대한 해결의 실마리를 어디서부터 풀어야 하나?
▶상황을 이렇게 만들어 놓고, 개개인의 삶이니 개개인이 책임져라, 각자 알아서 해결하라고 하면 문제가 풀리지 않는다. 아무리 혼자 죽기 살기로 노력해도 안 되지 않는가. 해결책은 결국 공공성과 연대성의 회복이다. 사회가 함께 해결책을 찾아야 한다. 그래서 정치가 중요하다. 정치가 원래 국민 대다수의 먹고사는 문제와 싸워야 하는데, 우리는 그런 것과 무관한 걸로 싸운다. 그러니 해결의 실마리는 '싸우는 정치'에서 '일하는 정치'로 바꾸는 데서부터 출발해야 한다.
-대선 주자 지지도를 묻는 여론조사에서도 선두는 모두 야권 주자들이다. 정권 탈환 가능성이 높다고 보는가?
▶아직 대선까지 1년 반이 남았다. 석 달 앞을 장담 못 하는 게 한국 정치다. 반기문 유엔 사무총장이 불과 며칠 여기저기 다니고 갔는데 순식간에 지지율 1위가 나왔다. 우리나라에는 결집할 수 있는 보수층이 여전히 두텁게 존재하고 있다는 얘기다. 야당의 낙승을 전망하는 것은 우리나라 보수의 튼튼한 뿌리를 몰라서 하는 소리다. 그래서 야당은 하루빨리 수권정당, 대안정부로서의 국정 운영 능력을 갖추었음을 국민들로부터 인정받아야 한다.
-국회의원 83%가 어떤 식으로든 87년 체제의 개편 필요성에 공감했다. 개헌에 대한 입장은 무엇인가?
▶개헌은 해야 한다. 그런데 국민적 동력이 아직 약하다. 권력구조 즉 대통령 4년 중임제냐, 이원집정제냐 등만 갖고 논의하기 때문이다. 87년 직선제 개헌 때부터 지난 30년 동안 우리 사회의 불평등은 국가적 위기 수준에 이르렀다. 어렵기만 한 민생을 보듬을 수 있도록 사회경제적 민주주의를 개헌에 담아야 한다. 국민 기본권의 확대, 그것도 선언적 차원이 아니라 국민의 권리이자 국가의 의무로서 민생과 복지에 대한 규정을 담아야 한다. 그게 개헌 논의의 핵심이 돼야 한다.
-분권형 대통령제를 선호하는 걸로 알려져 있는데.
▶궁극적으로는 내각제가 바람직하다고 본다. 하지만 국회와 국회의원들에 대한 불신과 불만이 도를 넘고 있는 상황에서는 어렵다. 그래서 대안으로 분권형 대통령제를 이야기하는 것이다. 지도자를 내 손으로 직접 뽑겠다는 국민적인 요구를 충족하면서도 대통령에게 과도하게 집중된 권한을 분산하자는 이유 때문이다.
-분권형 대통령제의 장점은 무엇인가?
▶대통령 1인에게 모든 걸 맡길 만큼 카리스마적 리더십도 없거니와, 있다 해도 그게 기대만큼 잘 작동되지 않는 시대가 되었다. 그래서 내각제적 요소를 강화함으로써 잘못 뽑은 대통령이 나라를 망칠 실패의 가능성을 낮추는 것이 현명하다고 보는 것이다.
-광역단체장들을 중심으로 지방분권의 정신을 헌법에 담고 실천해야 한다는 요구도 많다.
▶100% 공감한다. 지방분권 개헌은 나의 총선 공약이기도 하다. 여기서 중요한 것은 지방분권 개헌을 서울과 지방의 대결로 보아서도 안 되며 그렇게 몰고 가서도 안 된다는 점이다. 지방분권 개헌은 수도권을 포함한 대한민국 국민 모두의 삶을 같은 비중에 놓고 고민하자는 얘기다. 또한 과도한 수도권 집중이 국가경쟁력을 오히려 떨어뜨리기 시작했다는 점도 같이 봐야 한다.
-서울 중심 세력들의 기득권 수호 저항이 만만치 않을 것인데?
▶기득권을 지키려는 세력들의 저항이라는 말인데, 어리석은 생각이다. 자신들만 잘 먹고 잘 살면 그만이라는 일부 독점권과 기득권을 가진 경제세력과 거기에 기생하는 관료와 정치인들이 문제다. 국가의 미래와 공익보다 자신들의 사익이 최우선인 사람들일 뿐이다.
-1년 반이 남은 박근혜정부를 평가해 달라.
▶이명박정부 당시의 박근혜 의원은 개방적 스탠스에 있었다. 그런데 대통령이 되고 난 후의 박 대통령은 너무 협소하다는 느낌을 지울 수 없다. 무엇보다 세상을 이분법적으로 본다는 데 문제가 있다. 자신을 열렬하게 지지하는 국민(정치세력)과 사사건건 반대만 하는 국민(정치세력), 이렇게 나누어 본다. 그리고 전자를 애국, 후자를 반국가라고 규정하는 것 같다.
-남은 기간의 과제나 박근혜정부에 바라는 점이 있다면?
▶통합적 사고를 가져달라는 것이다. 나라가 분열과 갈등에 휩싸여 있을수록 대통령은 그걸 통합하고 균형을 맞추려고 노력할 최종적 책임자여야 한다. 그런 점에서 이번에 새누리당 의원들을 청와대로 초청, 오찬을 하고 한 사람 한 사람 전부 배웅 인사를 나누며 '무려' 80분을 썼다는데, 정말 잘했다고 본다. 야당과도 그렇게 하고, 국민들과도 그렇게 하면 된다. 제발 편을 가르지 마라.
-신공항 이야기를 하지 않을 수 없다. 11일 박근혜 대통령의 대구공항과 K2 동시 이전 발표로 새로운 국면을 맞았는데.
▶대구 시민의 허탈하다 못해 흉흉한 민심을 늦게나마 인식한 결과이자 정부의 정책 실패에 대해 사후적 보완책을 내놓은 것으로 본다. 그나마 대구를 위해 다행스러운 자세 전환이다. 무슨 일이 있어도 이번 이전 사업은 반드시 실현되어야 한다. 영남권 신공항 입지 선정 과정에서 보여준 정부의 무책임하고 기만적인 행태가 절대 반복되어서는 안 된다. 앞으로 이 일이 유야무야되지 않는다는 확실한 증거로 정부가 구성할 태스크포스와 대구시가 긴밀히 협의할 제도적 장치를 시급히 마련하여야 한다. 또 후보지 결정을 포함해 더 이상 후퇴하지 않을 추진 절차를 확정하는 것이 필요하다.
-북한의 비핵화에 대북 정책의 역량을 집중하다 보니 남북 간에는 연결 고리가 하나도 남아 있지 않다. 지금 남북의 상황에 대해 진단해 달라.
▶지금 남북 상황은 북핵으로 인한 대결과 제재, 단절의 상황이다. 이대로 가면 북한은 중국 손에 넘어간다. 북핵에 대한 제재는 북한이 핵개발을 진행하는 한 불가피하다. 하지만 제재 국면을 영구적으로 지속할 수는 없다. 장기적 과제이다. 투 트랙으로 나가야 한다. 대화를 재개하고, 실천을 통해 신뢰를 구축하고, 상응하는 교류와 협력을 확대해 가며, 궁극적으로 비핵화와 평화에 도달하는 것이 유일한 경로이다. 그럴 때만이 남북한이 한반도 문제에서 주도권을 쥘 수가 있다. 지금은 그렇게 가지 않고 있다.
-한미 양국이 주한미군의 사드 배치를 공식화했다. 어떻게 보나?
▶사드 배치로 상황은 더욱 악화되어 가고 있다. 지난주 금요일에 갑작스레 사드 배치 발표가 나왔다. 불과 그 며칠 전 국회에서 국방장관이 정해진 게 없다고 했는데 갑작스러운 발표다. 나는 그날 당장 사드 배치 반대 입장 논평을 냈다. 도대체 이 정부는 어쩌자는 건지 모르겠다. 남북 관계나 외교 문제를 30년 전 사고방식으로 푸는 것 같다. 북한의 뒤에 중국과 러시아가 있고, 한국은 미국과 일본 편에 서는 신냉전시대가 도래했다고 한다. 북한의 비핵화를 오히려 더 어렵게 만드는 것은 아닌가. 대북 제재 대열에서 중국과 러시아의 협조를 구하기 더 힘들어졌다. 무엇보다 우리의 국익을 극대화하는 길을 생각해야 하는데 안타깝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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