요즘 대구경북 사람들은 정신이 없다. 지난달에는 정부의 느닷없는 영남권 신공항 백지화와 김해공항 확장 발표로 한동안 지역민은 공황 상태에 빠졌다. 이달 들어서는 서울의 언론을 통해 갑작스레 터져 나온 사드(THAAD)의 칠곡 배치 소문이 속을 뒤집어 놓았다. 지금도 칠곡 왜관과 대구 도심을 차지한 미군부대 주둔으로 여러 피해를 감수하고 있는 대구경북에 사드 배치 소문은 충격이 클 수밖에 없었다.
특히 신공항 백지화는 지역민들에게 착잡하고 참담함을 안겨준 악재였다. 비록 박근혜 대통령이 어제 청와대 수석비서관 회의를 통해 신공항 백지화 이후 K2와 대구공항을 통합이전하는 대책을 꺼냈고, 대통령에 대한 절대적인 지지를 아끼지 않았던 대구경북 사람들이지만 특히 대구시민들의 정부에 대한 반감, 아니 배신감은 어느 때보다도 팽배했다. 너무나 당연한 일이다. 신공항 백지화 이후 대구경북이 정부 발표를 검증하고 스스로 발벗고 후속 대책 마련에 나선 것도 그래서였다.
그런데 정부의 신공항 백지화 발표 과정을 겪으면서 지역민들은 이상한 점을 발견하고 교훈도 얻게 됐다. 대구경북 정치권 즉 국회의원들의 움직임을 통해서다. 이상한 점이란, 이번 신공항 문제에서 민심은 폭발할 지경인데 정작 그런 민심을 대변하고 함께해야 할 국회의원들은 꼭 그렇지만은 않았다는 사실이다. 이런 현상은 대구경북 새누리당 특히 친박(親朴) 진영 의원들에게서 두드러졌다. 민심과 서로 다름을 뜻하는 괴리(乖離) 그 자체였다. 부산지역 의원들이 여야를 망라해 단합한 행동과 비교해볼 때 더욱 그렇다.
이는 무슨 뜻인가? 뽑아준 지역 이익과 소속 당내 정파(政派)나 같은 정파 동료와의 이해가 충돌할 때 지역 이익의 포기 또는 소극적인 대변도 서슴지 않을 수 있다는 해석이다. 이는 친박 핵심 출신 서병수 부산시장의 돌출 행동에 대한 청와대, 새누리당은 물론 대구경북 친박 의원들의 암묵적 동조에서도 읽을 수 있다. 정진석 원내대표가 가덕도를 외치는 부산시장 방문단과 공정한 심사를 촉구하는 대구의원 일행에 보여준 이중적인 면담은 한 사례일 뿐이다. 사실상 부산 쪽에 손을 들어준 정부 발표 뒤 새누리당 대구경북 의원과 친박 인사들의 즉각적인 정부안 수용 반응은 또 다른 방증이다. 대구경북에 대한 황교안 국무총리의 정부안 수용 주문 역시 같은 맥락이다.
이는 무엇을 시사하나? 신공항 이후 전개될 당내 권력 차지 다툼과 내년 대선 정국을 앞두고 소속 정파의 결속을 통한 유리한 고지 선점과 같은 다목적 속셈이다. 자신들의 남은 임기 동안 생존의 이해 문제가 지역민의 바람보다도 앞서 풀어야 할 과제인 셈이다. 친박 대구경북 의원들에게는 혹시나 이탈할지도 모르는 부산의 친박 세력에 대한 걱정이 더욱 앞섰을지도 모른다. 신공항 발표 과정에서 지역 민심과 달리 그들이 보여준 행동이 미지근했던 까닭이기도 하다. 그들에게 대구경북은 언제나 한결같이 변하지 않는 든든한 지지 세력이자 집안 토끼였던 탓이다. 이는 대구경북이 스스로 불러들인 불행이다. 결국 이는 4'13 총선을 앞두고 친박 세력집단의 대구경북 공천 칼부림으로 이어지는 요인도 됐다.
그럼 우리가 얻는 교훈은? 먼저 당내 정파인 친박의 절실한 해체다. 물론 이는 새누리당에만 해당되는 일은 아니다. 야당도 마찬가지다. 정파의 장점도 있지만 지금처럼 뒷골목 끼리끼리 몰려다니며 서로의 이익 챙기기에 바쁜 패거리 문화와 다를 바 없는 정파는 무해할 따름이다. 온갖 전관예우로 나라를 좀먹는 법조계, 금융계, 관계 등 다양한 분야에 독버섯처럼 퍼진 '피아문화'와 무엇이 다른가. 다른 교훈도 얻었다. 대구경북의 일당 독점지배 종식의 절박함이다. 인천, 부산과 비교하면 더욱 그렇다. 지난 20년간 총선에서 인천은 균형적인 여야 의석 분포였다. 부산 역시 10년 이상 일당 독점 대신 다른 당에도 곁을 내주었다. 신공항 백지화를 통해 얻은 값진 교훈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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