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야고부] '10위' 삼성

입력 2016-07-11 20:32:59

1901년 창단한 뉴욕 양키스는 월드시리즈 우승컵을 모두 27번 들어올린 메이저리그를 대표하는 명문 구단이다. 양키스는 독특한 선수 규율과 엄격한 관리로 숱한 화제를 모으기도 했다. 같은 아메리칸리그 동부지구에 속한 최대 라이벌 보스턴 레드삭스와는 팀 이미지나 컬러가 전혀 딴판이다. 1973년 구단을 인수해 37년간 경영한 조지 스타인브레너 구단주의 경영 방침과 스타일 때문이다.

지난 2010년 80세로 사망한 스타인브레너는 선수 용모까지 일일이 챙겼다. 덥수룩한 수염과 장발은 무조건 불가다. 내로라하는 스타 플레이어도 줄무늬 유니폼을 입으면 반드시 이를 지켜야 했다. 자니 데이먼 등이 레드삭스에서 양키스로 이적한 후 말끔한 용모로 출전한 장면을 국내 팬들도 생생하게 기억한다.

양키스의 공격적인 투자와 물량 공세는 유명하다. 우승에 도움이 된다면 거액을 주고라도 선수를 사들였다. 소위 '돈질'로 월드시리즈 반지를 사모았다는 비난까지 들었다.

일본 야구팬의 60%가 스스로 요미우리 팬이라고 말할 정도로 절대적인 사랑을 받아온 요미우리 자이언츠도 구단 이미지나 경영 스타일이 양키스와 비슷하다. 선수 개성이나 자유분방한 팀 분위기를 용인하지 않는 엄격한 팀 관리에다 풍부한 자금력으로 야구판을 좌지우지해 '요미우리 타도'를 외치는 안티 팬도 많다.

2000년대 한국 프로야구 최고 명문팀을 꼽자면 단연 삼성 라이온즈다. 2002년과 2005~2006년 한국시리즈 우승에 이어 2011년부터 2014년까지 4년 연속 한국시리즈 우승, 지난해에는 5년 연속 정규 리그를 휩쓸었다. 이런 난공불락의 이미지 때문에 타 구단 팬들은 '돈성'이라며 비야냥대고 "많이 묵었다 아이가"라는 말로 질투했다.

그런 삼성이 10일 한화와의 경기에 져 구단 사상 처음 정규 리그 꼴찌로 추락했다. 이런 급전직하에 주전 선수의 줄부상과 구단 매각설 등 여러 원인 분석이 나왔다. 지난해 도박 파문의 후유증도 빠지지 않는다. 올해 새 구장 개장 등 분위기를 일신하는 중에 들려온 꼴찌 소식에 팬과 대구시민은 허탈한 심정이다.

그러나 현실은 현실이다. 1950년대 양키스의 전설적인 포수 요기 베라는 'It ain't over till it's over'(끝나기 전에는 끝난 게 아니다)라고 했다. 그나마 위안이 되는 말이다. 후반기 삼성의 급반등과 탈꼴찌를 기대하는 수밖에 달리 뾰족한 방도가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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