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달해의 엔터 인사이트] 여풍 드센 안방극장 드라마

입력 2016-07-11 18:43:28

"웃는게 웃는게 아냐" 女배우 시청률 경쟁

여배우들의 설 자리가 부족한 영화계와 달리 드라마 시장에선 여전히 '여풍'이 거세다. 로맨스 등 아기자기한 재미 요소를 빼놓을 수 없는 안방극장용 드라마의 특징 때문이기도 하다. 최근에도 지상파와 비지상파를 막론하고 여배우의 활약이 도드라지는 작품이 등장해 눈길을 끈다. '닥터스'의 박신혜가 지상파 월화극 경쟁에서 압승을 거두고 있으며, 수목극 시장에서는 수지와 김아중이 팽팽하게 맞서고 있다. 비지상파끼리 동시간대 맞대결을 펼치고 있는 금토드라마 시간대에는 전도연이 11년 만에 안방극장으로 돌아와 이목을 집중시킨다. 토요일과 일요일, 주말극 싸움에서도 여배우들의 힘이 강하게 느껴진다. 월'화'수'목'금'토'일, 안방극장을 주름잡고 있는 드라마 속 여배우들에 주목했다.

지상파 월화극 시간대에 편성된 드라마는 성유리가 열연하고 있는 MBC '몬스터'와 박소담이 여주인공으로 나선 KBS 2TV '뷰티풀 마인드', 그리고 박신혜가 출연 중인 SBS '닥터스'다.

현재 동 시간대 시청률 1위는 지난달 20일 첫 방송을 시작한 '닥터스'다. 첫회부터 12%대 후반 시청률을 기록하며 월화극 정상에 오르더니 4회 만에 20%에 육박하는 수준으로 시청률을 끌어올렸다. 2위는 후반부로 접어든 50부작 '몬스터'다. 10% 초반대를 유지하면서 선전하고 있다. '뷰티풀 마인드'는 꽤 볼만한 소재와 매력적인 출연진으로 무장했음에도 5% 미만의 저조한 기록으로 꼴찌를 면치 못하고 있다.

압도적인 기록에서 짐작해볼 수 있듯 지금 월화극 시장에서 가장 돋보이는 여배우는 '닥터스'의 박신혜다. 학창시절 문제아였다가 의사가 된 유혜정 캐릭터를 연기하고 있다. 이 드라마 출연과 함께 감량을 시도해 한층 더 날씬하고 성숙한 이미지를 보여주고 있다. 지적인 이미지에 싸움 실력까지 갖춘 괄괄한 성격의 캐릭터를 매력적으로 표현해 화제가 되고 있다. 앞서 '상속자들' '피노키오' 등의 드라마를 통해 아시아권에서 주목받는 한류스타의 이미지를 확고히 굳힌 터라 해외 팬들까지 박신혜의 신작에 큰 관심을 보이고 있다.

'몬스터'의 성유리 역시 오랜 경력만큼이나 안정적인 연기를 보여주고 있다. 그러나 외모나 연기력, 또 주목도 면에서도 정점에 오른 박신혜를 넘어서기가 쉽지 않은 상황이다. '뷰티풀 마인드'의 박소담은 영화 '검은 사제들'로 인지도를 얻은 뒤 미니시리즈 주연 자리를 따냈다는 사실만으로 큰 기대감을 불러일으켰다. 하지만 드라마의 저조한 시청률뿐 아니라 박소담이 맡은 캐릭터에 대해서도 '설득력이 부족하다'는 혹평이 이어지면서 난감한 상황에 처했다.

수목극 경쟁에서는 KBS 2TV '함부로 애틋하게'의 수지와 SBS '원티드'에서 열연하고 있는 김아중이 팽팽하게 대립하고 있다. MBC '운빨로맨스'의 황정음은 상대적으로 화제성 면에서 멀어지고 있다. 드라마가 6~7%대의 아쉬운 성적을 기록하고 있는 것은 물론이고 황정음의 캐릭터 역시 '그녀는 예뻤다' '킬미, 힐미' 등 전작에서 보여준 것에 비해 매력이 떨어져 '작품을 잘못 고른 것 같다'는 말을 듣고 있다.

현재 수지와 김아중은 '2대 1' 수준의 점수를 기록하며 경쟁 중이다. 일단, 드라마 시청률로 따지면 수지의 승리다. 6일 첫 공개된 '함부로 애틋하게'는 '한여름에 정통 멜로는 쉽지 않을 것'이란 편견을 깨고 12% 중반대를 기록하며 1위에 올랐다. 2회 역시 마찬가지다. 김아중의 '원티드'는 5%대에서 시작해 8% 근방까지 상승했지만 '함부로 애틋하게'의 파죽지세를 막지 못했다. 수지와 김아중, 1대 0이다. 드라마의 시청률이 높은 만큼 출연 중인 여배우에 대한 주목도 역시 수지 측이 우세하다. '구가의 서' 이후 3년여 만의 드라마인데다 한층 더 청순하고 여성스러워진 외모로 화제가 되고 있다. 2대 0이다.

단, '함부로 애틋하게' 2회 분량 방송 후 수지의 연기력에 대한 호불호가 엇갈리면서 상대적으로 김아중이 부각되는 반전이 일어나기도 했다. '함부로 애틋하게'가 '세상 어디에도 없는 착한 남자' '고맙습니다' 등을 집필한 이경희 작가의 정통 멜로인 만큼 연기를 할 때도 섬세한 표현력이 필요한데, 일각에서 수지의 연기력이 이에 못 미친다는 반응이 나왔다. 물론, 아직 드라마가 초반부이며, 그렇다고 수지의 연기가 심각한 수준을 드러낸 것도 아니라서 향후 상황이 바뀔 가능성도 크다. 어쨌든 '원티드'의 김아중이 연기력에 대한 호평을 끌어내며 '장르극에 최적화된 배우'라는 말을 듣고 있는 것과 비교되는 상황이란 건 어쩔 수 없는 사실이다. 김아중이 1점을 획득하면서 2대 1이 됐다.

금토드라마 시간대는 지난해부터 JTBC와 tvN의 난타전이 치열하다. 탄탄한 라인업으로 중무장한 tvN이 우위를 차지하고 있으며 JTBC가 그 뒤를 부지런히 쫓고 있는 형국이다. 이번에 tvN이 내세운 주 무기는 '굿와이프'의 주연으로 나선 전도연이다. 이 시간대에 출사표를 던진 어떤 여배우도 따라오지 못할 정도의 존재감이다.

8일부터 시작된 드라마 '굿와이프'는 동명 미국 드라마를 리메이크한 법정 수사극으로 존재감 넘치는 톱스타 전도연을 내세웠다. 전도연이 무려 11년 만에 출연하는 드라마란 사실만으로 충분히 화제성을 높이고 있다. 드라마는 잘나가던 검사 남편이 정치 스캔들로 구속된 후 가족의 생계를 책임지기 위해 로펌으로 복귀한 여류 변호사의 이야기를 그린다. 데뷔 후 26년여 만에 처음으로 변호사 역을 소화하게 된 전도연의 연기에 기대와 관심이 집중된 상태다.

경쟁자는 종영을 코앞에 두고 있는 JTBC '마녀보감'의 김새론인데, 경력 및 나이 차를 고려하면 동 시간대 라이벌이라고 칭하는 자체가 무리다. '마녀보감' 이후 22일부터는 JTBC가 한예리와 걸그룹 카라 출신 한승연, 티아라 출신 류화영 등 여배우 5명을 내세운 드라마 '청춘시대'를 내놓는다. 일단, 전투력을 놓고 봤을 때는 전도연의 파워가 5인 여배우의 협공에도 흔들리지 않을 정도로 강해 보인다. 그래도 시합은 붙어봐야 결과를 알 수 있다.

토요일과 일요일, 주말극 시장에서는 MBC 사극 '옥중화'의 진세연과 SBS '미녀 공심이'의 민아가 동 시간대 '여왕' 자리를 놓고 경쟁 중이다. 일단 분위기는 민아 쪽으로 기울어진 상태다. 주말극으로선 드물게 연속극 형태가 아닌 20부작 미니시리즈의 콘셉트를 택한 '미녀 공심이'가 젊은 층까지 흡수할 수 있는 통통 튀는 감성을 보여주며 인기를 얻고 있기 때문이다. 방송이 나가는 동안 타이틀롤을 맡은 민아의 연기에 대한 호평이 이어지고 있으며, 향후 가능성에 대한 긍정적인 전망도 쏟아지고 있다.

반면, '옥중화'는 지지부진한 전개로 '이병훈표 사극이 한계에 달했다'는 혹평에 시달리고 있다. 시청자 연령대 폭이 넓은 사극의 어드밴티지를 얻어 18%대까지 성적을 끌어올리며 시간대를 장악한 건 사실이다. 하지만 15%에도 못 미치는 '미녀 공심이'보다 화제성이 떨어져 '체감 시청률 면에서 뒤처진다'는 말이 나오고 있다. 진세연 역시 드라마에 대한 아쉬운 반응과 함께 기대에는 못 미치는 반응을 얻고 있다. 단, 갈 길이 먼 만큼 속단은 금물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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