숲 속 가족콘서트…함박웃음꽃 피었네
어린 시절 나는 외할머니댁에서 거의 일 년에 반 년을 살았던 것 같다. 당시 어려운 형편에 맞벌이를 해야 하는 엄마의 입장에서 애를 볼 시간이 없기도 했고, 당시는 지금처럼 보육시설도 많지 않아 엄마는 할머니가 있는 부산으로 나를 종종 보내곤 했었다. 할머니와 둘이 하루를 보내는 것은 꽤 지루한 일이었다. 낙동강 하류에 위치한 삼각주 근처 '하단'이라는 곳에 할머니 집이 있었는데, 아침부터 오후까지는 동네 아이들과 삼각주에 나가서 조개를 줍고 놀다가 오후가 돼서 다들 집에 돌아가면 나는 그때부터 풀이 죽곤 했다. 어린 아이는 눈치가 없어 그저 매일 놀아 달라 보채기만 했는데, 그런 손녀를 달래느라 할머니가 택한 묘수는 '화투'였다.
사진에서 가장 눈에 띄는 '아코디언'으로 향한 손자, 손녀들의 환환 표정을 우리 가족에 대입한다면 나는 아마 할머니의 '화투'에 뜨거운 환호의 눈길을 보내지 않았을까 싶다. 그렇게 시작한 타짜 인생이 내 나이 5살 때의 일이고. 이후 나는 민화투, 고스톱, 육백을 두루 섭렵(?)하며 할머니의 푼돈을 빼앗는 만행을 숱하게 저질렀다. 이제 와 고백이지만 당시는 이기기 위해서 나는 좋은 패를 바닥에 까는 고급 기술을 익히기도 했고, 계산이 어두운 할머니를 속이며 점수를 낮게 매겨 돈을 덜 잃는 저질 기술도 펼쳐 보였다. 물론, 나중에 다 들켜서 혼이 난 건 두말하면 잔소리.
그렇게 화투를 익힌 지 벌써 35년(?), 그 버릇을 잊지 못하고 우리 가족은 아직도 화투를 친다. 10살 딸과 42살 아빠, 40살 엄마는 주말마다 딱 3판씩, 점당 10원을 치며 가족의 화합(?)을 위해 노력하고 있다. 누구는 굳이 왜 하필 화투냐고 묻는다. 그럴 때마다 나는 확률과 적절한 운, 그리고 얄짤없는 계산이 오고 가는 화투판은 수학의 세계요, 또 하나의 세상이라며 어쭙잖은 나만의 화투 철학을 피력한다. 그러나 가끔 엄마가 그리웠던 5살 아이가 할머니와 화투를 치며 그리움을 달래던 그 시절이 생각나서였다고는 말할 수가 없다. 그러면 화투가 너무 슬퍼지기 때문이다.
◇ 2011년 小史
▷북한 김정일 국방위원장 사망=평양 중앙방송은 북한 김정일 국방위원장이 12월 17일 사망했다고 12월 19일 정오 방송했다. 사망원인은 심근경색으로 인한 심장 발작으로 알려졌다.
▷한미 FTA 비준안 국회 통과=11월 22일 한미 FTA 비준안이 국회를 통과했다. 이에 앞서 미국 의회는 지난 10월 한미 FTA 비준안을 통과시켰다. 민주당과 일부에서는 ISD(투자자국가소송제도) 등을 이유로 한미 FTA 비준 반대운동을 지속적으로 펼쳤다.
▷무역액 1조달러 돌파=11월30일 수출 5천억달러를 달성, 이탈리아를 제치고 세계 7위의 수출대국으로 올라섰다. 우리나라보다 먼저 수출 5천억달러를 달성한 나라는 미국'독일'중국'일본'프랑스'네덜란드'이탈리아 등 7개국에 불과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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