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전 100일, 도청신도시의 과제] 병원·마트 없는 신도청…상가 월세는 200만원 넘어

입력 2016-07-07 19:50:45

안동
안동'예천에 들어선 경북도청 신도시에 주민들이 살기 시작한 지 100여 일이 지났다. 하지만 주민들에게 이곳은 생활편의, 교통, 치안, 교육 등 많은 것이 불편하고 불만족스럽다. 이들은 행정기관이 발 빠르게 신도시 활성화를 위한 대책을 내놓기를 희망했다. 경북도청 신도시 항공촬영. 매일신문 DB 도청 신도시 아파트 건설 현장. 권오석 기자

경북도청 이전 100여 일이 지난 도청 신도시. 이곳 아파트에는 1천276가구가 입주를 완료했다. 상가도 20여 곳이 문을 열었다. 하루가 다르게 변하고 있다.

하지만 완벽한 정주기반 구축과 미래 도시성장을 위해선 해결 과제가 산적해 있다. 주민들은 공사 소음과 부족한 정주 여건 등 불편을 호소하고 있다. 상인들도 비싼 상가 임차료 때문에 장사하기 힘들다고 하소연한다. 신도청시대 개막 100여 일을 맞아 신도시 주민들의 불편사항과 희망사항 등을 들어봤다.

◆편의시설 부족하고 공사 소음 많다

주말의 도청 신도시는 유령도시나 다름없다. 여가생활 공간이 적은 데다 대형마트, 병원, 목욕탕 등 기본적 정주 여건이 마련되지 않아 주말에는 안동'예천 등 인근 도시로 빠져나가는 주민들이 대다수다. 주말이면 장사가 안 돼 셔터를 내린 상가도 눈에 띈다.

이상일(43) 씨는 "주말이면 대구에서 출퇴근하는 공무원들이 다 빠져서 그런지 썰렁하다. 주말에 문을 닫는 상가도 있다. 여가생활을 즐길 만한 스포츠센터 등이 없어 아쉽다"고 했다. 여동운(34) 씨는 "병원이 없어 아프면 안동이나 예천으로 가야 하는 것이 너무 불편하다"며 "편의점 3, 4곳이 있으나 식료품을 살 마땅한 곳이 없어 안동'예천의 대형마트를 찾아 한 달치 장을 본다"고 했다.

공사 현장을 드나드는 대형 펌프카와 레미콘 차량이 각종 공사 자재를 한 번이라도 더 실어 나르려고 과속, 신호 위반을 일삼는 것도 불편 사항이다. 공사 현장 주변은 각종 건설 장비와 자재가 쌓여 있어 어디가 공사장이고 어디가 인도인지 구분할 수 없을 정도다.

김동국(36) 씨는 "인근 고등학교 신축공사가 밤 11시를 넘어서도 진행되고 있으며 새벽 5시에도 아파트 공사 소음으로 인해 잠을 이룰 수 없다. 특히 아파트 단지 앞을 덤프트럭들이 과속으로 달려 아이 키우는 처지에서는 걱정이 크다"고 했다.

◆불안한 치안과 자녀교육

치안 공백을 호소하는 주민들도 있다. 경북도와 경북개발공사가 6월 말까지 구축하기로 했던 CCTV와 도시통합운영센터 등 유비쿼터스 구축사업은 1년 이상 늦어졌다. 임시 파출소와 119안전센터가 운영되고 있지만 신도시 전체의 치안과 안전을 책임지기엔 역부족이다.

김현자(47'여) 씨는 "첨단 도시를 지향하는 신도시에 방범용 CCTV가 몇 대밖에 없는 데다 파출소도 임시로 운영되고 있어 혹시 집에 강도나 도둑이 들까 무섭다"고 했다.

대구 등에서 신도시로 이사 온 입주자들은 자녀 교육 문제로 고민이 크다. 인근 토박이 학생들과 대구 등 도시에서 전학 온 학생들 간의 수업 능력 격차가 심한 데도 학교에서는 토박이 학생들 수준에 맞춰 수업을 진행하기 때문이다. 대도시 출신 학생들과 부모들은 수준별 수업을 진행해 줄 것을 요구하고 있지만, 학교 측은 아직 초등학생들이라 상관없다는 입장이다.

방과 후 학원에 보내려 해도 25㎞ 떨어진 안동까지 가야 하는 것도 걱정거리다. 허순희(49'여) 씨는 "사교육을 받고 싶어도 학원이 없고, 임차료가 너무 비싸서 학원도 들어올 수 없는 상황"이라고 했다. 김현미(34'여) 씨는 "남편 직장 때문에 대구에서 도청 신도시로 이사를 왔는데 다시 대구로 돌아갈까 고민 중"이라고 했다.

◆"임대료 너무 비싸요"

신도시 상인들은 부동산 투자 과열에 따른 분양가 상승으로 인해 상가 임차료가 높아져 장사를 하기 힘들다고 했다. 신도시에서 가장 비싼 부동산은 아파트 상가로, 분양가가 3.3㎡당 4천만원, 33㎡(10평)에 4억원이 넘고, 임차료도 보증금 5천만원에 월 280만원을 호가한다.

이 때문에 빈 점포들이 많다. 아파트 밀집지역과 도청 신청사 인근에 문을 연 곳을 제외한 대부분 상가가 주인을 찾지 못하고 있다. 상인 배유정(40'여) 씨는 "장사는 그럭저럭 되지만 일할 사람이 없어서 온 종일 교대 없이 일하고 오후 6시는 되어야 첫 끼를 먹는다. 신도시에 상가를 얻은 것이 후회스럽다"고 했다. 상인 김영희(57'여) 씨는 "장사는 잘되지만 16.5㎡(5평)짜리 가게 월세가 200만원이 넘어갈 만큼 임차료가 비싼 편"이라고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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