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취임 10년 김관용 경북도지사] "지방 우습게 보는 수도권…개헌 나오면 지방분권 명문화

입력 2016-07-06 22:30:06

김관용 경상북도지사는 대한민국 지방자치 역사의 산증인이다. 전국 유일의 6선 지방자치단체장으로 지난 22년간 '외도 없이' 줄곧 지방자치 현장에 있었다. 1995년 민선 1기 구미시장으로 출발해 내리 3선을 지냈다. 2006년엔 민선 4기 경북도지사 선거에 도전해 낙승했고, 2010년 5기, 2014년 6기까지 내리 3선에 성공했다. 그동안 전국시장'군수'구청장협의회장, 지역균형발전협의체회장, 전국시'도지사협의회장 등을 역임하며 지방자치의 '대부' 역할을 해 왔다.

김 도지사를 말할 땐 '도청 이전'도 빼놓을 수 없다. 2008년 도청 이전 발표 이후 올해 2월 안동'예천 신도청 시대를 열기까지 모든 과정을 진두지휘했다. 지난달 30일 도지사 취임 10주년 기자회견을 연 그는 지난 10년간 가장 힘들었던 도정으로 도청 이전을 꼽았다. 김 도지사에게 우리나라 지방분권의 현주소와 최우선 과제, 그 속에서 새롭게 열어갈 경북의 미래와 비전 등에 대해 들었다.

-영남권 신공항이 또다시 무산됐다. 이번 무산을 두고 수도권과 정부의 지방 무시라는 얘기가 나온다. 전국 유일의 6선 단체장으로서 지방분권의 현주소를 짚어본다면?

▶영남권 시'도민들의 신공항 염원은 수도권 집중의 부작용에서 출발한다. 신공항은 '지방을 살려달라'는 영남권 시'도민의 절규다. '우리도 잘 살아보자'는 국가균형발전의 산물이다. 문제는 정부와 수도권이 지방을 너무 우습게 본다는 것이다. 신공항 백지화 같은 사태가 언제든 다시 발생할 수 있다는 의미다. 가난과 배고픔을 겪었던 우리 세대는 그래도 견딘다고 하지만 미래 세대는 무슨 잘못이 있는가. 지방에 산다는 게 죄가 될 수는 없다.

-지방분권, 지방자치 실현을 위한 최우선 과제는 무엇인가?

▶이웃 일본에선 지금 '지방 소멸'이 화두로 떠오르고 있다. 지난 2014년 지방도시가 사라지는 끔찍한 미래를 분석한 '마쓰다 보고서'로 일본 전역이 충격에 빠졌다. 지방 소멸은 남의 얘기가 아니다. 이대로 지방이 무너지면 결국 나라가 무너진다는 위기의식을 가져야 한다. 우리 정부와 수도권이 지방의 삶에 대해 보다 깊이 성찰하고, 고민해야 한다는 이야기다. 지방 입장에서는 개헌과 지방분권을 연계해야 한다. 개헌 시기에 대해 말할 처지가 아니지만 개헌 일정이 잡히면 지방이 주도적으로 참여해 지방분권을 명문화해야 한다. 프랑스는 헌법 1조에 '프랑스는 지방분권으로 이루어진다'고 명시했다.

-안동'예천 경북신도청 시대가 개막한 지 100일이 지났다. 많은 우려에도 불구하고 도청 이전을 결정한 이유는?

▶도청 이전도 따지고 보면 지방자치와 국토균형발전의 연장선에 있다. 도청 이전은 참으로 어려운 결정이었다. 솔직히 99%가 반대했다. 그러나 누군가는 반드시 풀어야 할 문제였다. 경북은 1991년 대구시가 직할시로 승격한 이후 30여 년간 관할구역 불일치를 해결하지 못했다. 결국 도청을 도민들의 품으로 돌려주는 일은 진정한 지방자치의 실현을 위한 시대의 과제였다. 도청 이전은 경북 균형 발전을 위해서도 반드시 풀어야 하는 문제였다. 기존의 대구'구미'포항 축에 도청신도시 축을 새롭게 형성함으로써 낙후된 북부 지역의 성장 동력을 만들 수 있기 때문이다.

-도청은 이전했지만 턱없이 부족한 정주 여건으로 경북도청신도시 활성화가 화두로 떠오르고 있다. 신도시 활성화 대책은?

▶신도시 조기 정착은 초기 인구 유입에 달렸다. 유관기관의 동반 이전에 전력을 다하고 있다. 유치 목표는 모두 130곳으로 현재 107곳이 이전을 희망하고 있다. 조기 이전을 위한 과제는 우수한 교육, 문화, 의료 인프라 구축이다. 유치원, 초등학교, 중학교 1곳이 지난 3월 문을 연 데 이어 2018년 3월 개교를 목표로 자율형 공립고 및 대학 유치를 계획하고 있다. 공공도서관 및 수변공원 조성을 함께 추진하고 있으며, 2천300병상 규모의 대형 복합의료타운 건설을 앞두고 있다. 또 신도시 진입도로 건설과 중앙선 복선전철화, 포항~안동 국도 확장, 남안동IC~신도시 도로 개량 등을 통해 신도시 접근성을 대폭 개선하겠다.

-도청 이전으로 경북의 광역 협력 틀에도 큰 변화가 일어나고 있다. 광역 협력의 새 틀은 어떻게 짜고 있나?

▶도청과 세종시를 잇는 동서발전축, 한반도 허리경제권을 구축하고 있다. 행정수도가 서울에서 세종시로 내려오고 경북도청은 대구에서 안동'예천 도청신도시로 올라와 북위 36도에서 함께 만난다. 남부권과 수도권을 잇고, 환동해와 환서해를 연결하는 한반도 허리 경제권을 통해 대한민국 국토 균형 발전의 새 모델을 제시하겠다.

-도청이 경북 북부권에 둥지를 틀면서 대구경북 상생 협력을 걱정하는 목소리도 많다. 대구경북 상생 발전의 새로운 비전은?

▶도청이 북부권으로 이전하면서 시'도민의 걱정이 커지고 있다는 걸 잘 알고 있다. 몸이 멀어지면 마음도 멀어진다는 우려가 아닌가 한다. 그러나 대구경북은 뿌리 깊은 나무다. 거리가 갈라놓을 수 없다. 상생을 위한 의지와 노력이 더 중요하다. 도청 이전은 오히려 대구경북 발전의 새로운 전기를 마련할 것이다. 도청 이전으로 대구경북은 성장동력을 하나 더 갖게 됐다. 대구'포항'구미의 삼륜구동에서 안동'예천 도청신도시가 가세해 사륜구동 체제로 전환하는 것이다. 대구경북이 추진하는 공동 현안들에 대해서도 변함없는 공조 체제를 유지하겠다. 경제산업, 문화관광, 광역 SOC 등 모든 분야에 걸쳐 차질이 없도록 하겠다. 다시 한 번 강조하지만 대구경북은 영원한 동반자로 큰 틀에서 멀리 보고 함께 갈 것이다.

-포항 철강, 구미 전자산업이 동반 부진을 면치 못하면서 경북 제조업에 빨간불이 켜지고 있다. 이에 대한 돌파구는?

▶미래 경북을 먹여 살릴 신산업 발굴이 절실하다. 그동안 지역경제를 지탱해 온 전자와 철강산업이 경쟁력 악화로 어려움을 겪고 있는 게 사실이다. 이에 경북은 새로운 경제 엔진으로 7대 스마트 융북합 산업을 추진하고 있다. 우선 '탄소섬유' 등 산업적 파급 효과가 큰 신산업을 집중 육성한다. 또 ICT 융복합, 에너지, 로봇융합, 백신'바이오 등 권역별 주력산업을 선정해 경북의 먹거리를 더욱 풍성하게 만들어나갈 계획이다.

-경북도가 추진하는 새마을 세계화 사업에 대해 새마을운동의 미화, 홍보 수단이라는 비판이 있다. 정부가 할 일에 경북도 나섰다는 시각도 있다. 그럼에도 경북도가 새마을 세계화 사업을 확대하고 있는 이유는?

▶새마을운동 세계화는 담론이나 이념이 아니다. 1970년대 한국은 새마을지도자를 비롯한 무수한 영웅이 탄생한 소영웅의 시대였다. 한국인의 DNA가 우수하고 국민적 의지가 강하며 협동심이 왕성해 이룩한 성과였다. 새마을 세계화는 한국의 새마을운동을 개도국 빈곤 퇴치운동 모델로 정형화하자는 것이다. 원조를 받던 나라에서 주는 나라로 변모해 국격의 가치를 높이는 것이다. 이것이 새마을 세계화의 '진정성'이다. 정치적 성격을 철저하게 배제해 달라.

-경북은 국내 최대의 원전을 보유하고 있지만 이에 대한 정부 차원의 지원은 도민의 기대에 부응하지 못하고 있다. 동해안 원자력 클러스터에 대한 비전은?

▶경북 동해안에는 국내 원전의 50%(24기 중 12기)가 몰려 있다. 원전을 옮길 순 없는 마당에 산업화가 매우 중요하다. 이 같은 산업화의 핵심이 바로 원자력 클러스터다. 클러스터는 원전 추가 건설이 아니라 안전과 연구, 산업을 융합하자는 것이다. 경북도는 원자력 클러스터에 13조5천억원을 투입하는 거대 프로젝트를 계획하고 있다. 제2원자력연구원 등 연구개발 인프라와 산업생산, 인력양성 시스템을 집적할 계획이다.

-앞으로 2년 후면 도지사 3선 임기를 마무리한다. 남은 기간 계획과 목표는?

▶도지사 직분에 전념하겠다. 중앙과 지방을 잇는 가교 역할을 하면서 지방 목소리를 대변하는 데 계속 노력할 것이다. 또 어떤 일을 하든 '기본'에 충실하겠다. 솔직하게 털어놓고 도민들께 답을 구하겠다. 일을 잘하는 건 그다음 문제다. 도민들에게 믿음을 심어 주는 게 먼저다. 나라가 어렵고 백성이 힘들 때 경북이 앞장섰듯이 언제나 현장을 지키며 봉사하고 희생하는 삶을 살고 싶다.

-차기 대권 후보로 지방자치단체장들도 거론되고 있다. 지방자치단체장의 대권 도전에 대해 어떻게 생각하나. 도지사 3선 임기를 마무리하고 중앙 정치에 도전할 생각은 없나?

▶자치단체장의 출마는 바람직하다고 본다. 자치단체장은 어떤 의미에서 이미 검증된 사람이다. 관선 때와 달리 민선 자치 시대에선 정책 기능이 매우 중요하다. 단순한 중앙정부의 정책 집행이 아니라 직접 정책을 생산하기도 한다. 시'도정 경험이 국가 운영에 유리하게 작용할 수 있다. 중앙 정치 진출은 아직 생각을 못해 봤다. 지금은 도정에 전념해야 할 때다. 더구나 신공항 백지화로 대구경북이 큰 어려움에 처해 있는 때가 아닌가. 어떤 역할을 할 수 있을지 앞으로 말씀드릴 기회가 있을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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