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이 세계 1위의 경제 대국이 된 원동력 중 하나는 보호주의이다. 그 이론적 발판을 놓은 인물은 건국의 아버지 중 한 사람인 알렉산더 해밀턴으로, '유치산업(infant industry) 육성론'을 제기했다. 이는 경제 후진국인 미국이 영국 등 유럽의 경제 강국을 따라잡으려면 관세와 보조금을 통해 국내 산업을 보호, 발전시켜야 한다는 것이다.
이러한 견해는 20세기 중반까지 미국 정치 지도자들의 생각을 일관되게 지배했다. 이를 잘 보여주는 일화가 남북전쟁을 북부의 승리로 이끈 전쟁 영웅이자 18대 대통령인 율리시스 그랜트의 '200년 보호무역론'이다. 그는 대통령으로 선출된 후 영국이 자유무역을 하라고 압력을 가하자 이런 말을 남겼다. "한 200년 정도 보호무역을 해서 거기서 얻을 수 있는 장점을 다 취한 다음 미국도 자유무역을 할 것이다."('그들이 말하지 않은 23가지' 장하준)
이렇게 완고한 보호주의에 힘입어 미국 경제는 욱일승천의 기세로 성장했지만, 미국은 보호주의를 놓을 생각이 전혀 없었다. 해밀턴 이후 세계 최고의 제조업 국가로 올라선 1945년까지 미국의 제조업 관세율은 33~35%로, 세계 최고였다. 스위스의 경제사가인 폴 베어록은 자신의 책 '경제사학의 속설과 역설'에서 미국을 "현대 보호주의의 모국이자 보루"라고 했는데, 미국 경제사를 보면 결코 과장이 아니다.
하지만 1945년 이후 미국은 보호무역에서 자유무역으로 방향을 튼다. 2차 세계대전은 다른 나라를 희생시켜 자국의 이익을 도모하는 극단적 보호주의가 원인이라는 반성에서 상품의 이동을 이전보다 자유롭게 한 GATT(관세무역 일반협정) 체제를 거쳐 1980년대에는 자유무역으로 전환했다. 그 이유는 간단했다. 이젠 보호무역보다 자유무역이 자국에 더 유리해졌기 때문이다.
미국 공화당 대선후보인 도널드 트럼프에 이어 민주당 대선후보인 힐러리 클린턴까지 보호주의로 기울고 있다. 민주당은 지난 1일 공개한 정책 초안에서 "수년 전에 체결된 무역 협상을 재검토해 개정할 것"이라고 했다. 결국 누가 대통령이 되든 미국은 보호주의로 회귀할 가능성이 높다는 얘기다. 세계 경제에서 미국 경제가 갖는 비중을 감안하면 그 충격은 엄청날 것이다. 미국의 경제사학자 찰스 킨들버거는 1930년대 대공황은 각국이 보호주의에 보호주의로 맞선 끝에 초래한 '공멸'(共滅)이었다고 했다. 트럼프와 클린턴은 이를 아는지 모르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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