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역주택조합 가입 1년 만에…"조합비 분담금 300억 모두 사용"

입력 2016-07-04 19:46:20

조합설립 신청 외 사업 진척 없어, 대구·경산 34곳 중 6곳만 '인가'

대구 중구 A지역 주택조합이 조합 설립 인가도 받지 못한 상태에서 1년 만에 사업비 300억원을 모두 사용해 조합원들의 거센 반발을 사고 있다.

지난해 7월부터 조합원 모집에 들어간 A조합은 총 4천억원을 들여 동인동 부지에 1천600여 가구의 공동주택을 설립한다는 목표로 출발했다. 하지만 1년이 지난 6월 초, 일부 조합원들이 비상대책위를 만들어 업무대행사와 마찰을 빚기 시작했다.

업무대행사가 조합원(705명) 개인당 적게는 2천만원, 많게는 6천만원씩 받아 마련한 300억여원의 사업비를 1년도 채 안 돼 다 써버렸지만 토지대금 일부 지급, 조합 설립 신청 외에 사업이 한 발짝도 나가지 못하고 있기 때문이다.

비상대책위 관계자는 "사업의 첫 단계인 조합 설립 인가도 나지 않았고 토지 확보조차 제대로 이뤄지지 않은 상황에서 300억원 이상을 써버렸지만 대행사가 사업비 세부 지출 내역 제출에 응하지 않고 있다"며 "형사고발을 하고 청와대에 진정을 넣는 한편 총회를 열어 대행사와의 계약 해지를 할 계획"이라고 말했다.

대행사 관계자는 "사업비 상당 부분은 조합원 모집 홍보비나 홍보관 건립 비용, 업무 대행비로 사용됐으며 법적인 테두리 내에서 집행해 문제 될 것이 없다. 사업도 정상적으로 추진하고 있다"고 밝혔다.

대구에서도 지역주택조합 '뇌관'이 터질 조짐을 보이고 있다. 지역주택조합이 몇 년 전부터 우후죽순처럼 생겨난 가운데 상당수 조합이 허위'과장 광고와 조합비 불투명 집행, 사업의 장기 표류 등 문제가 불거지면서 조합원들의 피해가 가시화되고 있는 것이다. 대구시에 따르면 지난해 말 기준 대구'경산의 지역주택조합은 34곳(2만3천여 가구)이고 이 가운데 조합 설립 인가가 난 곳은 6곳에 불과한 수준이다.

문제는 지역주택조합들이 조합원을 먼저 모집하고 사업을 진행하는 구조다 보니 사업의 위험성을 고스란히 조합원들이 떠안아야 한다는 점이다. 대행사들은 조합원 모집 과정에서 분담금 외에 업무추진비를 별도로 받고 있다. 조합분담금은 법적으로 토지 매입이나 공사비로만 지출할 수 있지만 업무추진비는 홍보비 등으로 비교적 자유롭게 집행이 가능하다.

시공사 관계자들은 "통상 업무추진비는 500만원에서 많게는 2천만원까지 받는데 사업이 중단되면 분담금은 땅에 묶이고 업무추진비는 사업 과정에서 모두 사용해 조합원 피해가 발생할 가능성이 높다"고 지적했다.

사업의 장기 표류도 문제점이다. 전국적으로 지난해 설립 조합 106곳 중 실제 사업계획 승인을 받은 사업장은 28곳(1만9천여 가구)에 그쳤으며 최근 3년간 설립된 조합은 155곳이지만 사업 승인을 받은 곳은 64곳에 불과하다.

국토교통부 관계자는 "사업비 집행 등은 당사자 간의 세부 계약사항으로 법에서 제재할 수 없는 부분인 만큼 불공정 계약에 의한 피해를 막기 위해서 조합원은 가입 시 계약 사항을 꼼꼼히 따져보는 등 신중을 기해야 한다"고 말했다.

*지역주택조합사업=무주택자를 대상으로 조합원을 모집해 사업비를 모은 뒤 ▷조합 설립 인가 ▷토지 확보와 인허가 절차 ▷시공사 선정 ▷사업계획 승인 등을 차례로 진행하는 공동주택 건립사업.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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