배우 안성기(64)가 탄탄한 몸매를 유지하고 있는지 미처 몰랐다. "예전에도 이랬는데"라고 한 그의 얼굴 주름살 너머로 특유의 선한 웃음이 가득 피어났다. 과거에는 젊어서 그랬다고 해도 지금은 세월이 흘렀다. 하지만 여전히 남부럽지 않은 몸이라 할 만하다.
"운동은 좋아하지 않으면 오래 못해요. 40년 됐는데 지금도 운동량이 비슷해요. 몸이 탄력은 잃었지만(웃음) 근육이 줄거나 하진 않은 것 같아요."
환갑을 넘긴 이 배우는 탄탄한 몸매를 대단하게 생각하지 않아 했다. 운동을 한 번이라도 해본 이들이라면 그의 의지가 보통 대단한 게 아니라는 걸 알 수 있다. 안성기는 "배우들은 대부분 의지와 끈기가 엄청나다"고 또 아무렇지 않게 답했다.
운동을 열심히 해왔어도 29일 개봉한 영화 '사냥'(감독 이우철)의 촬영이 쉽진 않았다. 우연히 발견된 금을 독차지하기 위해 오르지 말아야 할 산에 오른 동근(조진웅) 등 엽사들과 보지 말아야 할 것을 봐 버린 사냥꾼 기성(안성기)의 목숨을 건 16시간의 추격을 다룬 작품에서 안성기는 거의 뛰어다닌다.
과거 영화 '남부군'(1990) 촬영 때 얼음물 속에 10분 들어가 있다 사경을 헤맨 일과 비슷한 고통이었다. 이번엔 고통이 힘들다고 느껴지기보다 즐거웠다. 안성기라는 배우의 다양한 모습을 보였고, 한계도 뛰어넘은 작품이기 때문이다. 그는 "배우로서 이런 작품을 할 수 있었다는 건 행운 같다"며 "영화계에 앞으로 내 나이가 될 후배 배우도 충분히 이런 역할을 잘할 수 있을 것이라는 생각의 폭이 넓어지는 계기가 됐으면 좋겠다"고 짚었다.
'사냥'은 우리나라에서 쉽게 나올 수 없는 기획이다. 제작사 대표이기도 한 김한민 감독은 이 시나리오를 안성기를 생각하며 구상해나갔다. 캐릭터 기성 역시 안성기의 이름을 거꾸로 한 것에서부터 특별함이 느껴진다.
"수요와 공급이 자연스럽게 만나지는 부분에서 영화 기획이 이뤄지는 것이라 (영화계가 편중된다는 게) 어쩔 수 없다는 걸 안다"는 그는 하지만 "이번 작품이 나왔다는 건 우리 영화계에서도 좋은 현상일 수 있다"고 좋아하며 "리암 니슨이나 아널드 슈워제네거는 지금도 열심히 뛰는 배우들이다. 외국에는 배우의 정년이 늘어난 것 같다. 나도 외국 액션 같은 작품이 한국에서 기획되면 참여하고 싶다"고 바랐다.
59년을 연기하며 160여 편의 작품에 참여한 안성기는 재차 이번 역할을 맡은 데 대해 "행운이고 행복하다"고 표현했다. 그는 "내 연기 나이를 확장해주고, 연기 영역도 넓혀줬다. 앞으로 내가 나아가는 데 여러 가지 많은 힘을 실어주는 영화 같다"며 "'저 사람은 뭐든지 할 수 있겠어!'라는 반응 굉장히 좋지 않나? 좋은 기회를 만난 것 같다"고 웃었다.
그는 "또래 동료가 없는 건 단점"이라며 "김명곤, 문성근 등이 있었는데 본업을 떠나 있어서 외톨이가 되다시피 했다"고 아쉬워했다. 하지만 "요즘 배우들을 보면 잘하는 이가 많으니 같이 올라가다가 경쟁이 치열해질 것 같다. '저 역할은 내가 해야 돼!'라고 선의의 경쟁이 멋진 연기를 보여줄 수 있을 것 같기도 하다. 나는 경쟁 없이 부전승으로 올라가니 편하고 좋다. 그래도 외로울 때는 있다"고 솔직한 심정을 전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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