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의혹이 사실로"…포스코 납품 비리 직원 77명 적발

입력 2016-06-29 10:09:08

"저가 압력계 고가 제품으로 속여"… 업체와 뒷돈 거래 가능성 조사

포스코가 올해 초 외부파장을 우려해 쉬쉬하며 벌인 납품비리 감사 결과, 여러 의혹이 사실로 드러나 충격을 주고 있다.

포항제철소 전반의 안전과 관련된 사안일 수 있는데도 포스코 측은 "안전에는 큰 문제가 없다"는 식의 소극적 태도로 일관, 최근 수년간 어려움을 겪어오고 있는 포스코가 과연 변화 의지가 있는지에 대해 의문이 제기되고 있다.

포스코 등 복수의 관계자에 따르면 포스코는 올해 초 포항제철소 압력계 및 밸브 납품과 관련한 감사를 벌여 저가 제품이 고가 제품으로 둔갑돼 사용된 사실을 확인했다.

포스코는 이에 따라 관련 직원 77명 가운데 5명을 인사위원회에 회부하기로 했다. 나머지 72명은 잘못은 있지만 파장 등을 우려해 주의 등의 가벼운 처분으로 마무리 지은 것으로 알려졌다.

포스코 직원들이 많이 연관돼 있다 보니, 이번 납품비리는 외부의 제보가 있기 전까지 수년간 수면 아래에 가라앉아 있었다.

압력계 납품업체 A사가 로고를 조작해 저가재품을 고가제품으로 둔갑시켜 수년간 포항제철소에 납품했지만 직원들은 아무 의심 없이 이를 받았다. 이를 감시해야 할 부서에서도 서류조작을 통해 제품을 맞춘 경우가 많아 제때 찾아내기 어려운 상황이었다.

문제는 이 제품의 로고가 조잡하고 성능에도 미달하는 사례가 많았음에도 불구, 직원들이 이의를 제기하지 않았다는 것. 이 때문에 포스코 감사실 측은 업체와의 뒷돈이 오갔을 가능성을 염두에 두고 최근 3년간의 자료를 모두 털어 조사를 벌였다.

특히 이번에 납품된 제품의 재질이 정상제품보다 강도에서 크게 약해 포항제철소 안전운영에 위협이 됐다는 주장도 제기되고 있다.

관련 제품을 취급하는 한 업체 관계자는 "포항제철소 납품 비리는 10년 넘게 이어진 것으로 업계에 알려져 있다. 저가제품을 고가제품으로 속여 납품하면서 해당업체는 엄청난 특혜를 입었다고 볼 수 있다"며 "포항제철소 폭발사고 등에서도 보듯 밸브 및 압력계 관리의 중요성이 높은데, 저가제품을 썼다고 하니 말문이 막힌다"고 말했다.

포스코 관계자는 "납품 비리와 관련된 감사를 벌인 사실이 있다"며 "비리에 연루된 제품의 질이 떨어지면서 교체 주기가 증가해 회사에 금전적 피해를 준 것은 맞지만, 안전에는 큰 문제가 없는 것으로 파악됐다"고 해명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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