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야고부] 부산시장의 원격 현상

입력 2016-06-28 20:17:38

'부산시장에 의한 다음 원격 현상은?'

정부의 영남권 신공항 백지화와 김해공항의 확장 발표로 영남 5개 시'도의 새로운 갈 길이 드러났다. 서병수 부산시장은 당초 가덕도 재추진에서 정부의 발표를 받아들인 울산과 경남도의 결정에 27일 합류하는 입장을 밝혔다.

그러나 대구와 경북도는 이날 정부의 발표에 대한 검증 작업과 재추진으로 가닥을 잡았다. 백지화 발표 이후 정부안 반대, 가덕도 재추진, 정부안 수용의 세 갈래라는 5개 시'도의 선택이 정부안 반대와 수용의 두 갈래가 된 셈이다.

이번 5개 시'도의 선택 과정을 두고 서병수 부산시장의 행동을 '원격(遠隔) 현상' 또는 '타감(他感) 작용'이란 용어를 원용해 빗댄 이야기가 일리 있게 들린다. 식물 세계에서 이들 용어는 '어떤 식물이 화학물질을 갖고 주변 식물의 발아와 성장을 방해하는 현상'을 말한다. 부산이 가덕도를 내세워 다른 4개 시'도와의 합의도 깨고 신공항 백지화로 부산 주변 시'도의 앞날과 성장을 가로막은 일을 일컬음이다. 특히 대구의 경우 과거 의욕적으로 추진했던 위천산단 좌절과 삼성자동차 유치 실패 사연에다 신공항 백지화 사례까지 곁들인지라 더욱 그렇다.

2013년 계명대학교 김종원 교수가 펴낸 '한국식물생태보감'에도 만수국아재비나 지칭개 등 그러한 식물 사례가 실려 있다. 지칭개는 무, 유채류, 밀, 오이 따위의 작물 발아와 성장을 방해하는 물질을 포함한 것으로 소개했다. 말하자면 식물은 스스로의 삶을 지키기 위해 이웃 식물을 배척하는 생존의 화학물질을 갖고 있다는 이야기다. 주변의 다른 식물에게 생존에 필요한 자원을 빼앗기지 않으려는 자기방어다.

이러한 식물 세계 사례로 부산시장의 선택을 빗댄 이야기는 다소 지나친 면이 있다. 하지만 부산시장이 5개 시'도지사 사이의 합의를 일방적으로 깨면서 보여준 돌출 행동의 결과는 원격 현상과 다를 바 없다. 실망스럽지 않을 수 없다. 5개 시'도는 식물 세계와 달리 공생하는 사람의 이웃 세상이어서다. 경상도는 비록 지금은 5개 시'도이지만 뿌리가 같은 공동체다. 부산만의 생존은 바람직하지도, 가능하지도 않다.

부산시장의 합의정신 파기와 언행 불일치 같은 노련한 정치 행보는 근심거리다. 신공항 추진 과정에서 대구경북을 공격 대상으로 삼는 그릇된 자세에서 봤듯 대구경북의 검증과 앞날이 그로 인한 또 다른 원격 현상에 시달리지 않을까 해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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