딸과 친동생, 친오빠를 보좌진이나 후원회 회계책임자로 채용한 더불어민주당 서영교 의원의 '특권 남용' 사건을 계기로 국회의원이 친'인척을 보좌진으로 채용하지 못하도록 하는 법안이 잇따라 발의되고 있다. 서 의원 사건이 불거진 지난 20일 같은 당 백혜련 의원이 의원 본인과 배우자의 4촌 이내 혈족 및 친인척을 보좌진으로 채용할 경우 국회에 신고하도록 한 법안을 제출했다. 이어 국민의당 김광수 의원은 4촌 이내 혈족과 친인척을 아예 보좌진이나 후원회 회계책임자로 채용할 수 없도록 한 법안을 발의할 예정이다.
서 의원 사건이 불거지자 국회의원들이 앞다퉈 '자정 선언'이라도 하는 듯한 모양새다. 그러나 친'인척을 보좌진으로 채용하는 것은 기초적인 상식을 가졌다면 당연히 하지 말아야 하는, 천박하기 짝이 없는 후진적 관행의 전형이다. 그런 관행을 법으로 금지한다는 것 자체가 한국 정치인의 공직자 의식이 얼마나 타락했는지를 보여주는 역설적 증거다. 공직자 의식의 타락은 여야를 가리지 않는다. 19대 국회만 해도 새누리당 송광호, 박윤옥 의원, 새정치연합 백군기, 민홍철 의원 등이 그렇게 했다. 이런 사례는 빙산의 일각에 지나지 않을 것이다.
더 큰 문제는 법으로라도 친'인척을 보좌진으로 채용할 수 없도록 하겠다고 큰소리만 쳤을 뿐 실천할 생각은 전혀 없었다는 사실이다. 그런 법안은 이미 2004년 노현송 열린우리당 의원이 제출한 바 있다. 19대 국회에서도 새누리당 윤상현'새정치연합 박남춘 의원이 같은 법안을 발의했었다. 하지만 이들 법안은 여야의 '의도적 방치' 속에 모두 폐기되고 말았다. 결국 친'인척 보좌진 임명 금지 법안은 비난 여론을 모면하기 위한 눈속임에 지나지 않았던 것이다.
이젠 이런 보여주기식 법안 발의 관행은 없어져야 한다. 통과시키겠다는 의지도 없이 그럴 듯한 법안만 발의해놓고 방치하다 폐기하는 것은 대(對)국민 기만행위다. 이런 기만행위는 국회의원 특권 포기 약속을 번번이 깬 데서 잘 드러나듯 한국 정치의 고질병이 됐다. 그 뻔뻔함에 국민의 인내는 이미 한계를 넘었다. 이번에는 다를 것인가? 그렇게 되기를 바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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