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상을 바꾼 100가지 문서/ 스콧 크리스텐슨 지음/ 김지혜 옮김/ 라의눈 펴냄
중국철학의 전형이 된 '역경'(易經)부터 미국 사이버 사찰을 폭로한 '에드워드 스노든 파일'까지, 세상을 바꾼 문서 100건을 소개하는 책이다.
책에서 제일 먼저 소개하는 문서는 '역경'이다. 세상을 변화시킨 문서들을 다루는 이 책에서 역경, 즉 '변화의 책'은 상징적인 사례다. 기원전 2천800년쯤부터 사람들은 역경을 읽고 점괘를 뽑아 자신의 현재를 파악하고 미래를 헤쳐나가는 지혜도 얻으려 했다. 이것은 고대인들만의 고루한 풍습은 아닐 터다. 현대인들도 현재가 불만스럽고 미래가 불안해 이런저런 문서를 읽고, 다시 말하면 종이책부터 SNS까지 다양한 매체를 접하며 좀 더 나은 상황을 모색하지 않는가.
살아 있는 모든 것은 시간이 가면 변하기 마련이고, 역경은 음양의 차원에서 그 변화를 규정한다. 역경 이후에 나온 수많은 저술들이 언급하는 개념이나 도구만 다를 뿐, 세상의 변화를 규정하고자 애써왔다. 인류의 수천 년 역사 속 철학, 역사학, 법학, 종교학, 문학이 다들 그랬고, 요즘은 경제학이나 인문학이 또한 그런 역할을 부여받고 있다. 역경은 그 시초이자 전범이다. 가장 오래된 역경 판본은 기원전 300년쯤에 만들어진 것으로 추정되는 죽간본으로, 현재 상하이박물관에 보관돼 있다.
세계에서 가장 오래된 법전인 '함무라비 법전'은 법전의 '오래된 미래'로 평가받는다. 기원전 1천754년쯤 바빌론의 6번째 왕 함무라비가 만든 함무라비 법전은 지금 우리에게 강력한 메시지를 던진다. 바로 '정의 실현'을 위한 깊은 의지다. 함무라비 법전은 살해 등 28가지 범죄에 대한 사형 처벌과 보복법 원칙(눈에는 눈) 등 가혹한 형벌에 대한 내용만 부각돼 우리에게 알려져 온 것이 사실이다. 하지만 이 법전의 핵심은 '함무라비 왕은 약자를 보호하고 자신의 모든 백성에게 정의를 권장한다'는 것이다. 정의가 사라졌다고들 성토하는 이 시대에 되새겨 볼 만한 부분이다. 함무라비 법전이 새겨진 원본 비석은 1901년 이란 후제스탄주에서 발견됐고, 현재 프랑스 파리 루브르 박물관에 전시돼 있다.
기원전 750년쯤에 쓰여진 '일리아스'와 '오디세이아'. 이 두 편의 고대 그리스 서사시는 수천 년 동안 서양문학의 근간이 돼 왔다. 저자는 맹인 '호메로스'로 알려져 있지만, 학자들은 일리아스와 오디세이아가 그동안 암송으로, 글로, 인쇄물로, 공연으로 전승돼 온 만큼 저자가 여러 명일 수도 있다고 주장한다. 아무튼 호메로스가 아니었다면 지금 사람들을 웃고 또 울게 만든 '문학'은 존재하지 않았을지도 모르겠다. 로마의 수사학자 퀸틸리아누스는 "호메로스는 모든 문학이 흘러나오는 강"이라고 했고, 프랑스의 소설가 레몽 크노는 "위대한 문학 작품은 모두 '일리아스' 아니면 '오디세이아'"라고 평가했다. 가장 오래된 '일리아스' 판본은 900년대에 작성된 것으로 추정되는 양피지 수기본으로 현재 베네치아 마르시아나 도서관에 보관돼 있고, 최고(最古) '오디세이아' 판본은 기원전 285년에서 250년 사이에 쓰여진 것으로 추정되는 파피루스본이다. 현재 미국 뉴욕 메트로폴리탄 미술관에 전시돼 있다.
전쟁의 양상은 전쟁 기술의 발전을 중심으로 급변했지만, 전쟁을 움직이는 병법은 시대를 초월한 하나의 바이블 안에서 계속 나왔다. 그 바이블은 바로 '손자병법'이다. 손자병법은 기원전 512년쯤 중국에서 나온 병법서다. 저자가 '손자'라는 장군인지는 확인할 길이 없지만, 손자병법이 편찬된 이후 계속 수정을 거치며 내용의 완성도를 높여왔다는 사실에는 모든 이들이 동의한다.
손자병법은 동'서양의 전쟁 지휘관들이 오래전부터 가치를 알아봤다. 유럽을 제패한 나폴레옹, 베트남 전쟁 때 프랑스를 물리친 보응우옌잡(무원갑), 걸프전에서 '사막의 폭풍 작전'을 승리로 이끈 미 육군의 노먼 슈워츠코프 등이 손자병법을 읽고 전략과 전술을 짜 현실에서 성공시켰다. 손자병법을 높이 평가할 만한 부분은 또 있다. 전쟁을 가능한 한 반드시 피해야 할 필요악으로 여긴 것이다. 손자병법의 가장 오래된 판본은 기원전 200년대에 만들어진 것으로 알려져 있는 죽간본 '은작산한간'이다.
이 밖에도 책은 사해문서, 마그나 카르타, 구텐베르크 성경, 레오나르도 다 빈치의 노트, 크리스토퍼 콜럼버스의 편지, 갈릴레오의 대화록, 미국독립선언문, 국부론, 공산당 선언, 꿈의 해석, 베르사유 조약, 히틀러의 25개조 강령, 안네 프랑크의 일기, 비틀스와 EMI 음반 계약서, 최초의 트윗, 3차원 우주 지도, 위키리크스 홈페이지 등을 소개한다.
224쪽, 2만5천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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