요즘 대학생이라면 누구나 한번쯤 워킹 홀리데이를 꿈꾼다. 그 나라에서 일을 하며 외국어를 배울 수 있고, 돈까지 벌 수 있어 일석이조이기 때문. 그렇게 번 돈으로 배낭여행 경비까지 충당할 수 있다. 워킹 홀리데이를 통해 번 돈으로 배낭여행을 이어간 대학생을 만났다. 그에게서 워킹 홀리데이로 떠나는 세계 여행 팁을 들어보자. 또 여자 혼자 떠나는 세계 여행은 불안하다는 편견에 맞서고 있는 당찬 여대생도 함께했다. 그는 긍정적인 사고로 조금의 용기만 낸다면 큰 행복을 얻을 수 있다고 했다. 정욱진 기자 penchok@msnet.co.kr
◆워킹 홀리데이와 함께한 세계 여행
계명대 경영학과 송성준(26) 씨는 2012년 5월 호주로 워킹 홀리데이를 떠났다. 해외 생활이 처음인 데다 영어도 못하고, 돈도 없었기에 호주에서의 생활은 순탄치 않았다고 했다. 전 재산을 도둑맞기도 하고, 일자리를 구하기 위해 죽기살기로 발품도 팔았다. 소고기 공장에서 하루 12시간씩 일한 적도 있다. 20여 년간 살면서 그처럼 치열하게 살아본 적은 없었다고 했다.
호주에서의 생활은 차츰 안정되기 시작했다. 백패커라는 여행자 숙소에서 머물며 전 세계 여행자들과 만남과 이별을 반복했다. 그들과의 만남에서 송 씨는 인생 처음으로 목표가 생겼다고 했다. 전 세계 곳곳을 누비며 소통하는 해외영업인.
목표가 생긴 송 씨는 1년 10개월 동안의 호주 생활을 끝냈다. 고향으로 귀국했느냐고? 아니다. 위킹 홀리데이를 통해 번 5천만원을 전 세계 배낭여행에 고스란히 투자했다. "한번 한국으로 들어오면 다시는 못 나갈 것 같다는 생각이 들었어요. 휴학 기간을 3년으로 연장했지요. 젊을 때가 아니면 언제 이런 경험을 하겠느냐는 다짐을 가슴속에 품고 세계 속으로 뛰어들었지요."
2014년 2월, 8개월간의 세계 여행이 시작됐다. 뉴질랜드에서 1개월을 보낸 뒤 시계 반대 방향으로 유럽을 돌았고, 이후 3개월 동안 남미 7개국을 여행했다. 그저 취업을 위해 영어 실력을 키우자며 떠난 호주 워킹 홀리데이가 세계 곳곳을 누비는 배낭여행으로 이어지게 된 것.
송 씨는 "배낭여행객에게 가장 큰 골칫거리가 어마어마한 숙박비인데, 우연히 '카우치 서핑'(couchsurfing.com)이라는 기막힌 사이트를 발견하고 해결했다"면서 "현지인 집에서 무료로 숙박하며 그 나라 사람들과 소통의 장을 마련해주는 곳인데, 나에게는 적격이었다"고 했다. 덕분에 3개월 동안의 유럽 여행 중 48명의 호스트를 만나 숙박비는 10만원만 쓰는 기적을 체험할 수 있었다.
2014년 6월 월드컵을 현장에서 느끼고 싶었던 송 씨는 브라질행 비행기 티켓을 끊었다. 남미에서 6개 나라를 더 돌았지만, 그의 마음속 1위 국가는 브라질이라고 했다. "유럽에서는 슬로베니아가 가장 인상이 깊었어요. 멋진 자연풍광만큼 그 나라 사람들의 인심에 감탄했지요. '사람'을 여행 테마로 계획한 저에겐 더할 나위 없는 나라였습니다. 그래도 흥이 넘치는 삼바 기질의 브라질은 영원히 제 마음의 1순위로 남을 것 같아요."
송 씨는 워킹 홀리데이를 이용한 세계 속으로의 배낭여행을 적극 추천했다. "일도 하면서 여행할 돈도 벌 수 있고, 매우 유용한 제도"라는 그는 "젊을 때 현실에 안주하지 말고 세계 속으로 뛰어드는 도전에 나서기를 권한다. 미래에 대한 걱정보다 자신이 좋아하고 잘할 수 있는 것을 반드시 발견하게 될 것"이라고 환하게 웃었다.
※워킹 홀리데이 준비 노하우
워킹 홀리데이는 국가 간에 협정을 맺어 젊은이들이 여행 중인 나라에서 취업할 수 있도록 특별히 허가해주는 제도다. 해외여행을 하면서 경비 마련을 위해 현지에서 일을 할 수 있는데, 만 18세에서 30세의 젊은이에게 통상 1년짜리 비자를 발급해 준다. 우리나라는 네덜란드, 뉴질랜드, 대만, 덴마크, 독일, 벨기에, 스웨덴, 아일랜드, 영국, 오스트리아, 이스라엘, 이탈리아, 일본, 체코, 캐나다, 포르투갈, 프랑스, 헝가리, 호주, 홍콩, 칠레 등 전 세계 21개국과 비자 협정을 맺고 있다.
송 씨는 "워킹 홀리데이를 나설 때 목표 없이 무작정 떠나서는 안 된다"고 했다. '남들이 가니까 나도 가야지'라는 생각으로 배낭을 꾸리면 큰 낭패를 본다는 것이 그의 충고다. 또 워킹 홀리데이의 모든 것이 담겨 있는 '외교부 워킹홀리데이 인포센터'(whic.mofa.go.kr)를 활용할 것을 주문했다.
그는 "여행 테마를 반드시 정해 떠나고, 외국에서 일만 하지 말고 틈틈이 외국어 공부를 해야 한다"면서 "또 가고 싶은 나라가 정해진다면 그 나라의 문화와 역사를 미리 공부하고 떠나는 것이 도움될 것"이라고 말했다.
◆여자 혼자 떠나는 세계 여행
인터넷 서핑을 하다 보면 '혼자 가고 싶은데, 혼자는 무서운 여행' '여자끼리 하고 싶은데, 여자끼리는 무서운 해외여행'이라는 고민 글을 흔히 접할 수 있다.
이 걱정에 대해 영남이공대학 호텔관광계열 2학년 강자현(21'여) 씨는 '용기'만 내면 된다고 했다. 여성 혼자 다니는 여행이 위험하다는 것은 편견이라는 것이다.
강 씨는 2014년 가을 휴학을 하고, 10월 스페인으로 떠났다. 호텔리어가 꿈인 그는 전문대학에서 2년이라는 짧은 기간 안에 졸업하기 전에 세계 여행 경험을 꼭 해보고 싶었다. 바르셀로나의 한 호스텔에서 프런트 데스크 업무를 하면서 돈을 벌었다. 3개월 동안 모은 돈으로 강 씨는 모로코, 캐나다, 미국 등을 홀로 돌아다녔다.
"사람들은 여자 혼자 여행하는 것에 대해 일종의 색안경을 끼고 보는 경향이 있어요. 부모님도 처음 이 문제 때문에 반대를 하셨지요. 그러나 외국도 똑같이 사람 사는 곳입니다. 괜히 '나는 불안해' 하는 것을 온 얼굴에 나타내는 것이 더 위험하지요."
강 씨는 10개월 동안 혼자 배낭여행을 했지만 단 한 번도 위험한 순간은 없었다고 했다. 그는 "물론 늦은 시간대나 으슥한 곳, 치안이 좋지 않은 지역에서는 여성이건, 남성이건 누구나 조심해야 한다. 그런 곳은 안 가면 된다"면서 "또한 우리나라 여행객은 다른 나라 사람보다 조금 화려하게 치장하는 경향이 있는데, 오히려 그런 점 때문에 범죄의 표적이 될 수도 있다"고 했다.
그는 또 "짧은 일정이라면 무조건 도시의 중심에 묵는 것이 좋고, 게스트하우스나 호스텔에서 같은 목적으로 여행하는 마음 맞는 친구와 일정 구간은 함께 여행한다면 안전하기도 하고, 좋은 추억이 될 수 있다"고 조언했다.
그래도 강 씨는 '여행은 무조건 혼자 가야 제맛'이라고 강조하는 나 홀로 여행 예찬론자다. "둘 이상이 함께 여행한다면 상대방 신경 쓰느라 여행이 엉망진창이 될 거예요. 먹고 싶은 음식, 가고 싶은 곳, 보고 싶은 것 등등 모든 행동에 대해 상대방을 의식해야 하잖아요. 혼자만의 여행을 한 번 다녀오세요. 그럼 왜 나 홀로 여행이 즐거운지 바로 느끼실 수 있습니다."
그는 여성들이 좋아할 만한 여행지로 스페인을 꼽았다. "아무래도 물가가 싸고, 아기자기한 볼거리가 많은 데다, 여성들이 좋아할 만한 예술품과 관광상품이 많거든요. 무엇보다 스페인 남자들이 대부분 잘생겼어요."
한국에서 마지막 학기를 남긴 강 씨는 "졸업장만 따면 바로 배낭을 꾸리고 세계 속으로 달려가고 싶다"면서 "10개월 동안 세계 여행을 하면서 제 인생이 바뀌고, 새로운 목표가 생기게 됐다"고 말했다.
댓글 많은 뉴스
이준석, 전장연 성당 시위에 "사회적 약자 프레임 악용한 집단 이기주의"
"대법원장 탄핵 절차 돌입"…민주 초선들 "사법 쿠데타"
5·18묘지 참배 가로막힌 한덕수 "저도 호남 사람…서로 사랑해야" 호소
민주당 "李 유죄 판단 대법관 10명 탄핵하자"…국힘 "이성 잃었다"
[전문] 한덕수, 대선 출마 "임기 3년으로 단축…개헌 완료 후 퇴임"